비즈니스워치는 창간 3주년을 맞아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다양한 분야와 관점 등을 통해 한국의 현주소와 과제 등을 짚어봤다. 인터넷의 발달, 스마트폰의 등장 등이 우리의 생활을 완전히 바꿨던 것처럼 지금 이뤄지고 있는 변화 역시 10년후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번 창간기획에 참여한 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느꼈던 점, 한국 산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의견을 털어놨다.
◇ 사회 = '산업혁명 4.0'이라는 주제가 사실 일반인은 물론 기자들도 체감하기 쉽지 않은 주제였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점이 있다면?
▲나원식 기자 = 아직 구체화된 사례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융권만 해도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관련 담당자랄 것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많은 전망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현실에서 실현되려면 멀었다는 생각을 했다.
▲노명현 기자 = 어디까지를 '4차 산업혁명'의 범주로 볼 것인지가 어려운 문제다. 분야가 워낙 넓기도 하고, 기존 산업구조로 접근해서는 답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는다. 이번 기획에서 공유경제를 취재했는데, 정부가 공유경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가 앞으로 사업에서 중요하다는 반응도 나오더라. 정책적으로도 아직 불확실한 부분들이 많다.
▲윤도진 기자 = 맞는 얘기다. 과거 잣대로 산업간 영역을 나누는 것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스마트홈만 하더라도 기존 건설업계와 전자업계, 통신업계가 협업해야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새로운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양미영 기자 = 막상 개념을 이해하고 나니 반드시 알아둬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일반인들에게 어려운 주제이기도 하고, 나와는 상관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앞으로 우리의 삶이 될 것이라는 점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학선 기자 = 실제 드론과 무인차 시대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드론은 이미 온라인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수준 아닌가. 영화에서 보던 상황이 실제 현실화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다.
▲ 비즈니스워치 기자들이 창간기획 시리즈를 마친 후 방담을 나누고 있는 모습. |
◇사회 = 취재 과정에서 인상 깊었거나 기억에 남는 부분들이 있었나?
▲정재웅 기자 = 이번에 맡은 분야가 자동차의 미래였는데, 해외의 경우 생각보다 많은 진전이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기초적인 '커넥티드 카' 기술이 상용화됐고, 150만대 가량의 자동차에 장착됐다는 점은 국내 자동차업계가 긴장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본다.
▲이학선 기자 = 기술적 측면외에 신뢰라는 부분도 작용하는 것 같다. 테슬라 예약주문이 40만대가 넘었는데, 국내 자동차업계에서는 불가능한 부분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가지고 있는 테슬라에 대한 신뢰가 기업의 자산이 된 것으로 봐야 한다. 기존 기업들이 배워야 하는 부분이다.
▲이세정 기자 = 금융부문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막 시도하려는 서비스를 중국은 4~5년전부터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한국보다 중국에서 오히려 창의적이고 과감한 도전이 용인된다는 증거다.
▲양미영 기자 = 4차 산업혁명은 이미 해외에서 오랜기간 다뤄진 주제였다. 몇몇 선진국들은 정책으로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알파고 신드롬 이후 마치 유행처럼 접근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정희 기자 = 동의한다. 알파고가 일반인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다고 보는데, 이런 충격을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는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반짝하고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더라.
◇ 사회 = 그렇다면 한국은 지금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다고 생각하나?
▲양미영 기자 = 기승전결로 본다면 산업혁명 자체는 승에서 전으로 향하고 있지만 한국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에 있는 것 같다.
▲나원식 기자 = 당장 기업구조조정 등에 발목이 묶여 산업 관련 논의의 대전환을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노명현 기자 = 한국이 IT강국으로 불렸지만 4차 산업혁명 관점에서는 초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본다. 좋게보면 그만큼 성장성이 있다고도 할 수 있다. IT를 기반으로 다양한 플랫폼이 생겨날텐데 각 분야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들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겠나.
▲김성은 기자 = 단순히 개발자만 양성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구글의 경우 인문학을 아는 개발자가 사업성을 판단해 해결해야할 문제를 제시해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심리학과 인문학을 아는 개발자가 몇명이나 되는지 의문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인공지능 시대에서 주도권을 놓치고 하도급 업체에만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윤도진 기자 = 따라잡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것 아닌가. 선두권은 아니지만 2그룹 정도에는 위치해 있다고 본다. 효율적인 방식이긴 하지만 우리보다 더 빠른 패스트팔로워들도 많다. 생태계 상위에 위치한다고 해도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은 짧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세정 기자 = 4차 산업혁명이 세계적인 화두이다 보니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따라가고 있는 수준이다. 금융권의 빅데이터 사업 진출에 대해 '남들이 다 하니까', '안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라는 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이학선 기자 = 머리는 '뛰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몸이 못 따라가는 단계다.
◇ 사회 = 앞으로 같은 주제가 주어진다면 취재해 보고 싶은 영역이 있나?
▲정재웅 기자 =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인문학과의 컨버전스 사례도 많을텐데 그 부분을 놓친듯 하다. '커넥티드 카'도 기술 진보를 기반으로 하지만 결국에는 인간의 생활 편의성이 목표다.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디자인과 기술에 숨어있는 인문학적 요소들을 더 자세히 다뤄보고 싶다.
▲이학선 기자 = 비슷한 생각이다. 기술발전이 인간의 사상이나 가치관 변화속도를 앞지르면서 '인간' 자체에 대한 고민이 커지지 않겠나. 철학이나 법학자 등이 이런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소개하는 것도 의미있는 시도라고 본다.
▲윤도진 기자 = 스마트홈에서 공간을 확대해 도시 전체를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스마트 도시의 개념인데 개인적인 공간과 함께 공공재적 성격을 가진 기반시설의 스마트화는 어떤 관계 속에서 이뤄져야 할 것인지에 관심이 간다.
▲임명규 기자 =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노인 등 변화에서 소외된 계층에 대해 취재해 보고 싶다. 카카오택시 등 스마트폰을 매개로 한 서비스가 발달할 수록 더 불편해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필요하지 않나 싶다.
▲임일곤 기자 = 무인자동차를 취재해보고 싶다. 구글 등 글로벌 회사들이 도전하고 있는 분야고, 실제 생활에 얼마나 빨리 적용될 것인지 궁금하다.
▲유태영 기자 = 자율주행 자동차에 관심이 많다.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된 기업들과 국내 기술수준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다.
▲안준형 기자 = 동일한 장소나 환경을 가정하고 일정한 시간이 흐른후 가상현실 분야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노명현 기자 = 무인차나 공유경제 등 각각의 아이템이 결합되는 현상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변화 속에서 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다는 의미 아니겠나.
▲김성은 기자 = 인공지능 분야에 대해 더 심층적으로 알아보고 싶다. 해외 인공지능 기술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심리학이나 인문학의 발전 등을 탐구해보는 것도 새로운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 사회 = 개인이나 기업, 정부 등이 지향해야 할 부분은 뭐라고 생각하나?
▲안준형 기자 = 결국 소프트웨어를 잘 만들 수 있는 여건이 형성돼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TV 등은 잘만들어왔지만 소프트웨어 분야는 늘 부족했다. 페이스북과 싸이월드, 구글과 네이버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임일곤 기자 = 국내 대기업들은 특정 서비스가 부상한다고 하면 모두 달려든다. 삼성전자나 LG전자는 물론이고 검색포털이나 통신사, 유통업체들도 간편결제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다. 시장이 개화하기도 전에 레드오션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이런 부분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태영 기자 = 정부는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방향을 정하고 앞서서 주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공유경제 등 다양한 사업들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지금도 다양한 창업기회들이 각종 규제에 막혀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나원식 기자 = 동의한다. 얼마의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말보다 구체적이고 중장기적인 성장 플랜이 필요하다.
▲이상원 기자 = 근본적으로 창의적인 환경을 만드는 일부터 해야할 것 같다. 현재의 한계는 1차원, 2차원적 교육의 결과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4차원 적인 접근을 하는 사람이 많이 나올 수 있는 그런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 사회 = 10년후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상상해봤나? 가령 기자라는 직업은 어떻게 변할 것 같나?
▲김성은 기자 = 모든 산업이나 생활의 중심에 인공지능이 자리잡고 있지 않을까? 단순하고 일부 정신집약적 서비스를 로봇과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 같다. 기자라는 직업을 로봇이 대체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노명현 기자 = 공유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확대될 것 같다. 지금 소유 1순위는 집과 자동차 아닌가? 공유경제가 활성화되면 집이나 자동차를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는 개념이 약해질 수 있다.
▲양미영 기자 = 기자 고유의 영역은 사라지지 않을까? 취재범위가 훨씬 광범위해지고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기사가 생산될 듯 싶다. 상대적으로 기자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될 것 같다.
▲이학선 기자 = 이미 기자들의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 인사이트 있는 글이 아니면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본다.
▲정재웅 기자 = 맞다. 이미 정보의 비대칭성은 완화되고 있지 않느냐. 정보를 취하고 공급하는 기자들의 역할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특정분야에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추지 못하면 생존하기 어려울 것 같다.
◇ 사회 = 자신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당사자라면 무엇을 해보고 싶나?
▲김성은 기자 =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융합, 이 한가지는 해보고 싶다.
▲정재웅 기자 = 비슷하다. 단순한 기술발전보다 인간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기술. 인문학과의 접목을 통한 산업기술에 초점을 맞춰보고 싶다. 인문학과 기술이 각자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명현 기자 = 4차 산업혁명을 홍보하는 일.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사업과 제품들이 쏟아질텐데 일반인들에게 이를 명확하게 알려주는 역할도 중요하다고 본다.
▲임일곤 기자 = 미세먼지 문제가 이제는 일상이 됐다. 깨끗한 자연환경을 유지할 수 있도록 친환경 산업에 신경을 써보고 싶다.
▲양미영 기자 = 우선 선진국이나 앞선 기업들의 사례를 면밀하게 분석해보고 싶다. 직접 현장에서 체험하면서 한국에 적합한 모델을 찾고, 이를 적용하는 작업에 참여했으면 한다.
▲이상원 기자 = 산업혁명을 주도하기보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일을 하고 싶다. 새로운 것에 관심이 쏠릴때 간과할 수 있는 피해와 부작용을 줄이는 것도 가치있는 일이다.
▲임명규 기자 = 세금분야를 담당하다 보니 이 부분의 자동화 서비스에 대해 다뤄보고 싶다. IT기술이 접목되면 복잡한 세금문제를 일반인들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원정희 기자 = 국영수, 입시위주 교육시스템을 바꿔보고 싶다.
▲이세정 기자 = 동의한다. 문과와 이과로 구분되는 지금의 교육시스템은 융합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 이공계 지식과 인문학 지식을 고루 갖춘 인재들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유태영 기자 = 가상현실을 이용해 구직자들이 다양한 직업을 직접 체험해보는 모델을 만들어보고 싶다. 지금은 인턴이나 입사를 해야 해당 직업을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가상현실을 이용하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데도 효과적일 것 같다.
▲ 사회 = 취재과정에서 4차 산업혁명이 먼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순간 유행이 아닌 미래를 대비해 차분히 준비해 나가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느꼈다. 한국 경제와 산업이 현재 중요한 지점에 와 있고, 앞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언론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할 것으로 본다. 이 주제에 대해 계속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기회가 된다면 보다 진전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사회 및 정리 : 김상욱 기자) [시리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