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측에 수백억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법원이 유죄 판결을 내렸다. 형량은 검찰이 구형한 12년보다 낮아졌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25일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삼성그룹 총수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것 이번이 처음이다. 이건희 회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조성 의혹과 삼성 비자금 형성으로 두 차례 재판을 받았지만 불구속 기소와 사면을 통해 실제 수감생활을 하진 않았다.
이번 재판에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부회장(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사장(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각각 징역 4년을 받아 법정 구속됐다. 박상진 전 사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황성수 전 전무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 지원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대통령의 도움을 바라고 제공한 뇌물이라고 판단했다. 삼성이 최 씨가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후원한 부분도 "정상적인 단체가 아닌 것을 알고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며 뇌물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등은 회사 자금을 불법적으로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와 승마 지원을 위해 해외 계좌에 불법 송금한 혐의(특경법상 재산국외도피)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회 청문회에서 "최 씨와 정 씨를 알지 못했고 승마지원 사실도 보고받지 못했다"는 이 부회장의 진술도 위증으로 판단했다. 다만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04억원은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 본질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며 "정경유착의 병폐가 현재진행형이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충격과 상실감은 회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은 삼성그룹 대표 임원들이란 점에서 사회와 경제에 미친 부정적 영향 크다"고 지적했다.
삼성측 변호인단은 유죄로 선고된 부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항소심 결과는 해를 넘겨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특검법은 1심은 공소제기 후 3개월, 2심과 3심은 각각 2개월 내 선고하도록 돼있으나 강제성을 띠지 않는 훈시규정이라 실제 재판기간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1심 결과도 검찰의 공소제기 후 6개월만에 나왔다.
통상 재벌 총수에 대한 재판은 1심에서부터 대법원 판결까지 1년여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