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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강자' 쿠쿠, 코로나 속 1조 매출 비결은

  • 2020.12.21(월) 16:42

[워치전망대-어닝인사이드]
쿠쿠홀딩스·홈시스 세 분기만에 매출 1조원
렌탈확대, 해외온라인 채널 강화로 성장 가속

전기밥솥으로 이름난 가전업체 쿠쿠가 올해 3개 분기 만에 매출 1조원을 찍었다.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한 걸 감안하면 엄청난 성장 속도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집밥'이 대세가 되면서 밥솥이 날개돋힌 듯 팔리기라도 한 걸까?

사업에 탄력이 붙은 이유는 따로 있다. 쿠쿠는 밥솥을 넘어 멀티 그릴, 가습기 등 다양한 가전 제품으로 매출을 다변화하고, 동시에 렌탈사업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 등 해외에서는 코로나로 막힌 판로를 온라인 판매로 뚫어 내는 등 새로운 흐름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어 향후 실적 기대감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 코로나 속 3분기 누적 매출 1조 돌파

쿠쿠홀딩스와 쿠쿠홈시스는 올해 1~3분기 누적 합산 매출 1조52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3058억원, 2분기 3520억원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3분기에도 합산 매출 3474억원을 더했다. 3분기 누적으로 주방가전 사업을 담당하는 주력 쿠쿠전자의 지주회사인 쿠쿠홀딩스는 4261억원, 렌탈사업을 전개하는 쿠쿠홈시스의 매출은 5791억원을 찍었다. 

쿠쿠는 지난해 처음으로 총 매출 1조1920억원을 기록하며 매출액 1조원을 넘겼다. 3년 전 가전사업과 렌탈사업을 분리하면서 현재의 체제를 갖춘 뒤 가파른 성장세를 잇고 있다. 

지난 2017년 말 쿠쿠전자는 렌탈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신설법인인 쿠쿠홈시스로 재상장하고, 존속회사 이름을 쿠쿠홀딩스로 바꿨다. 이와 동시에 가전사업 부문은 별도법인인 쿠쿠전자로 물적분할해 쿠쿠홀딩스 아래 뒀다. 현재 쿠쿠전자는 밥솥을 포함한 주방가전 사업을, 쿠쿠홈시스는 정수기·공기청정기 등 렌탈사업을 맡고 있다.

지주사 전환과 함께 구본학 대표 중심의 지배구조도 안정적으로 갖췄다. 구 대표는 1978년 쿠쿠전자의 전신인 성광전자를 창립한 창업주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과 10촌 뻘인 구자신 회장의 장남이기도 하다. 구 대표는 쿠쿠홀딩스 지분 42.36%(특수관계인 포함 69.0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구 대표는 쿠쿠홈시스 지분 16.55%도 직접 갖고 있다. 

◇ '자가관리형' 늘리고 해외사업 확장

쿠쿠는 일반 소비자에게는 밥솥 브랜드로 유명하지만, 최근에는 정수기나 멀티 그릴 등 다양한 가전 상품을 내놓고 있다. 지난 2010년 뛰어든 렌탈사업은 밥솥보다 더 나은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밥솥으로 일군 브랜드의 힘은 렌탈사업 분야에서 1위 코웨이에 이어 LG전자, SK매직 등과 함께 2위권 그룹을 형성할 정도로 강력하다. 3분기 말 기준 쿠쿠의 렌털 계정 수는 국내와 해외를 포함해 총 279만개다.

특히 쿠쿠홈시스는 '자가관리형' 제품 비중을 늘리고, 펫 렌털 등 신규 렌털 품목을 발굴하면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자가관리형이란 서비스 직원 방문 없이 소비자가 직접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서비스 직원에 대한 수수료만큼 렌탈 비용을 낮출 수 있어 신규 수요를 끌어들이는데 효과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쿠쿠홈시스 신규 판매의 약 50%는 자가관리형 제품에서 나온다.

3분기 쿠쿠홈시스의 매출에서 용역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3%로 역대 최저였다. 이는 자가관리형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서비스 매출 비중이 줄어든 것을 뜻한다. 이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쿠쿠홈시스의 신규 렌탈 판매량은 3분기 누적 기준 전년동기 대비 20.2% 증가했다"며 "고객 저변 확대를 의미하는 신규 수요의 꾸준한 증가는 고무적이며 이를 통해 자가관리형 제품에 대한 높은 수요를 짐작할 수 있다"고 짚었다.

해외에서의 반응도 좋다. 특히 2015년 첫 진출한 말레이시아에서의 성장세가 무섭다. 말레이시아 렌탈 시장에서 쿠쿠홈시스는 연 평균 135%의 고성장을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에서 코웨이가 압도적인 1위라면, 말레이시아에서는 쿠쿠홈시스가 2위 업체로 코웨이를 바짝 추격하며 한국 업체들 끼리 경쟁하는 모양새다.

향후 전망도 밝다. 현재 말레이시아에서의 주력 상품은 정수기인데 약 800만 가구 기준 보급률은 30% 수준에 그친다. 소득 수준 향상에 따라 점진적으로 판매량 증가가 가능한 시장으로 여겨지고 있다. 정수기에 이어 공기청정기, 밥솥, 전기레인지 등도 후발 캐시카우로 꼽히고 있다.

이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말레이시아 정수기 시장은 현재 대비 약 2배 수준의 성장 여력이 남아있고, 렌털 품목 다변화로 계정수 증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말레이시아 시장 성장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쿠쿠전자 비압력 IH 밥솥. /사진=쿠쿠전자

◇ 와중에 中시장 확대까지…현지법인으로 온라인 침투 

밥솥을 중심으로 한 쿠쿠전자의 사업 역시 해외에서 빛을 보고 있다. 중국에 퍼진 유명세를 온라인으로 확장시켜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쿠쿠 전기밥솥은 한국에 방문한 중국 관광객들이 무조건 하나씩은 사가는 대표 상품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런 수요가 뚝 끊기자 쿠쿠는 유통 채널을 온라인으로 돌렸다.

쿠쿠는 중국 내에서의 빠른 유통 진입을 위해 중국 현지 법인이 온라인 유통을 직접 관리하도록 했다. 중국 현지에서 상황을 파악해 시장을 확장하는 것이 국내에 있는 본사가 운영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쿠쿠홀딩스는 청도복고전자, 심양홈시스, 요녕전자 등 총 3개의 중국법인을 갖고 있다. 기존에 운영하던 청도법인에 더해 올해는 심양과 요녕에 법인을 확대 설립했다. 올 초 설립된 심양홈시스는 청도복고전자가 100% 출자했고, 요녕전자는 심양홈시스가 100% 출자한 구조다.

이들은 온라인에서의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기 위해 현지 대표 전자 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티몰과 징동닷컴, 수닝닷컴 등에 직영 셀러(판매자)로 참여해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향후 중국의 다른 주요 온라인몰 진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그 결과 3분기 쿠쿠전자 중국법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 늘었다. 쿠쿠전자 측은 "중국 내 온라인 판매처를 통해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급증함에 따라 올해 초 심양에 인터넷 판매 전문법인(심양홈시스)을 설립하고, 기존 중국법인인 청도복고전자와 함께 중국 주요 온라인 시장을 공략한 것이 3분기 실적 성장의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법인별로 보면 올해 3분기까지 심양홈시스는 누적 매출 73억8000만원, 영업이익 7억9000만원을 기록하며 본격적인 수익 창출을 시작했다. 요녕전자는 지난 분기부터 실적이 반영돼 아직은 적자다. 청도복고전자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2.1% 감소한 198억원이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6.7% 늘어난 22억8000만원이다. 영업이익률은 8.9%에서 11.5%로 개선됐다. 

중국 사업 선전에는 제품력도 한몫했다. 올해 출시한 'IH 비압력 밥솥'은 부드럽고 고슬고슬한 밥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밥맛 취향에 맞춘 제품이다. 중국어 음성 안내, 중국인들이 즐겨 먹는 죽 제조 기능 강화 등도 더했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 강화와 함께 맞춤형 제품 전략도 중국 시장 공략에 효과적이었다"며 "내년 성장세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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