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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조카의 머릿속은…금호석화 시나리오 '셋'

  • 2021.02.09(화) 12:18

[워치전망대-이슈플러스]
'아이에스동서·처가' 등 지원 가능성
금호석유, 경영권 방어하면서 대응 모색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도전에 나선 박철완 상무의 이번 행보는 홀로 시작한 게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찬구 회장(6.69%)과 박 회장 아들 박준경 금호석유 전무(7.17%), 딸 박주형 상무(0.98%) 지분을 합치면 14.84%이고, 박 상무(10%)가 이를 넘어서려면 적어도 5%의 지분을 쥔 아군이 필수라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그가 요구한 배당금 상향(1만1000원)을 금호석유가 이행하면 단순 계산으로 박 상무(304만6782주)는 무려 335억원가량을 챙길 수 있는데, 이는 돈을 취하기 위한 행보라기보다는 50%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숫자로 보는 해석이 우세하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왼쪽)과 박철완 상무.

◇ 아이에스동서의 참전?

시장에 등장한 시나리오 중 가장 그럴듯한 것은 건설사 아이에스동서가 박철완 상무의 우군으로 떠올랐다는 설이다. 권민석 아이에스동서 대표가 지난해 개인 명의로 금호석유 지분을 대량 매입한 것이 알려진 것이다.

일각에선 권 대표와 회사 임원, 주변인들이 금호석유 지분 3~4%에 해당하는 1000억원가량을 매입했다는 얘기도 돌았다. 의무공시 조건인 5% 이하이자 어떤 인물이 개입했는지 알기 어렵게 우회적인 방식을 동원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권 대표가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에 등장했던 권홍사 반도건설 회장의 조카라는 점도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연결고리로 추정되는 대목도 있었다. 권 대표가 박 상무와 1978년생으로 동갑이고 같은 고등학교(한영외고)를 다녔다는 배경도 한몫했다. 쉽게 말해 친구 사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아이에스동서는 권 대표 개인적으로 금호석유의 일부 지분을 보유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경영권 분쟁에 참전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권 대표가 금호석유에 대한 개인투자를 한 바 있으나 작년 12월23일에 대부분 매도했다"며 "경영 참여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또 같은 고교를 다녔긴 하나 동문일뿐 특별한 관계가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아이에스동서와 금호석유 쪽 이야기를 종합하면 권 대표는 한영외고, 박 상무는 경문고를 졸업했으므로 엄밀히는 동문도 아니라고 한다.

아이에스동서 측은 "박 상무와 권 대표가 동갑이지만 고교 동기는 아니다"며 "권 대표가 한영외고 선배인데, 결과적으로는 같은 고교를 졸업하지 않았다"고 했다. 금호석유는 "어떤 고교를 입학했는지와 그 시기는 확인되지 않으나 대학 시험은 같은 해에 치른 것으로 안다"며 "박 상무는 경문고를 졸업했다"고 말했다.

◇ 베일 속 제3자

공식적으로 아이에스동서가 박 상무의 우군이라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래서 박 상무의 가족 관계에도 자연스럽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우선 누나들의 화려한 혼맥이 거론된다. 박 상무의 누나 셋은 각각 대우그룹 고 김우중 회장의 차남, 한국철강 장상돈 회장의 차남,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의 차남과 결혼했다.

무엇보다 박 상무와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가 주목을 끈다. 그의 아내인 허지연 씨는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의 차녀다. 결혼 당시 영·호남 기업끼리 사돈을 맺었다는 대목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적어도 확실한 친분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인물보다는 유력한 우군이라는 게 업계의 추측이다. 다만 이들이 지분투자와 관련해 공시를 해야할 만큼 눈에 띄는 방식으로 활동할리가 없다는 관측도 함께 나온다. 사모펀드나 자산운용사를 동원해 우회적인 방식으로 지원 사격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이들이 움직인다면 50%에 달하는 다른 금호석유 소액주주들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맞서 경영권 싸움을 벌여온 '강성부 펀드' 같은 사례도 예상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는 3월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지는 다양한 방식의 물밑 암투가 벌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 금호석유의 선택은

금호석유화학은 어떤 판단을 할까. 공식 입장은 박철완 상무의 주주제안이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박 상무의 경영권 참여는 막을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는 "사업 협의 없이 갑작스럽게 현재 경영진의 변경과 과대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주주제안을 경영권 분쟁으로 조장하고 주가상승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세력의 움직임에 주주들이 동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반격했다.

이처럼 금호석유는 주주들을 비롯한 외부의 시선을 안정화하는 한편 대안도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판을 잠재우려 박 상무를 달래는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 박 상무를 전무 정도로 승진하는 수준이 아니라 파격 승진 후 계열사를 분리해 맡기는 정도라면 반발이 수그러들 수 있지 않겠냐는 추측도 나온다. 다만 금호석유 관계자는 "박 상무가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하지 않아 검토한 바 없다"며 "지난 10년간 박 상무를 차별대우한 적이 없다"고 거듭 말했다.

아울러 배당금 상향은 일정 수준까지는 가능할 것으로도 관측된다. 금호석유의 지난해 실적이 전년대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금호석유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7246억원으로 예상된다. 이는 2019년 3678억원 대비 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앞으로 추가적인 공식 행보가 보이지 않는다면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양쪽의 카드가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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