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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사업은 접자'…렌털 힘주는 SK네트웍스

  • 2021.07.09(금) 10:50

[워치전망대]
40여년 유지하던 철강 무역사업 내년 종료
글로벌 매출비중 감소세…자회사 투자 집중

SK네트웍스 삼일빌딩. /사진=SK네트웍스 제공

SK그룹의 종합상사 계열사인 SK네트웍스가 '사업형 투자사'로의 체질 개선에 한 발 더 다가갔다. 40여년 동안 지속해오던 철강 트레이딩(무역) 사업을 접고, 성장사업으로 꼽는 SK매직의 홈케어와 SK렌터카 중심의 모빌리티 렌털사업 투자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포부다.

이를 통해 SK네트웍스는 과거 무역상사에서 벗어나 소비재·렌털 기업으로 본격적으로 탈바꿈한다. 기업의 본질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추가 투자의 기회도 열어놨다.

'40여년만' 철강 트레이딩 사업 종료

SK네트웍스는 지난 6일 이사회를 통해 철강 트레이딩 사업을 오는 2022년 6월30일 종료한다고 밝혔다. 다만 화학 트레이딩 사업은 유지해 해외사업 역량을 축적한다는 구상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화학 트레이딩은 철강 트레이닝과 비즈니스 모델이 달라 리드 타임이 길지 않고 관리가 쉬워 리스크가 적은 편"이라며 "전략 지역에 대형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어 경쟁력이 높아 사업을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최근 철강 제조사들의 직거래 물량이 늘어나면서 무역상사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점을 사업 종료의 이유로 꼽았다. 실제 최근 대부분 업체들이 직접 거래를 하다보니 상사의 역할이 줄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SK네트웍스는 1970년대 말부터 국내외 제조사가 생산한 철강재를 수출, 수입하는 철강 트레이드 사업을 시작했다. 2009년에는 '버추얼 철강기업' 프로젝트를 통해 자원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버추얼 철강기업은 '제철소가 없는 가상의 철강기업'을 뜻한다. 자원개발부터 원료 및 제품 트레이딩을 통해 제철소 사업을 제외한 모든 철강사업을 영위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사 사업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SK네트웍스는 자원개발 사업을 빠르게 접고, 렌털업 중심으로의 사업 재편을 진행했다. 2009년 처음 진출한 렌터카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지난해 AJ렌터카 지분 42%를 인수했다. 이후 SK네트웍스내 렌터카 사업을 AJ렌터카로 현물출자해 통합법인을 출범했다. 지난 2016년에는 동양매직을 인수해 SK매직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자회사로 편입했다. 

자회사들이 꾸준히 성장하면서 지난해 12월에는 홈케어와 모빌리티 렌털을 주축으로 하는 '사업형 투자사'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사업형 투자사는 자체 사업과 투자를 진행하면서 인수한 자회사도 함께 키워간다는 의미다. 사업과 투자를 하는 지주사와 비슷한 개념이다.

모회사인 SK네트웍스의 자체 사업은 모바일 디바이스 유통, 트레이딩, 호텔 리조트 사업 등이다. 중고폰 유통 브랜드인 '민팃'과 자동차 경정비 서비스 '스피드메이트', 워커힐 호텔 등이 대표적이다. 자회사인 SK매직과 SK렌터카와는 별개로 SK네트웍스가 직접 영위하는 사업분야다.

글로벌 사업, 3년새 '3분의1'

SK네트웍스가 철강 트레이딩 사업을 종료한 데는 신사업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글로벌, 즉 상사부문 매출은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올해 1분기 기준 SK네트웍스의 글로벌 부문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한 비중은 21.2%다. 민팃을 포함한 정보통신 부문이 전체의 절반 이상인 51.7%를 차지하고 있고 △렌터카 13.9% △스피드메이트 3% △SK매직 9.2% 수준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SK네트웍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사업부문의 2017년(당시 상사부문) 매출액 비중은 전체의 42.7% 수준이었다.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정보통신 부문에 비해 영업이익은 낮았지만 사업부문이 매출액은 6조4892억원으로 사업부문중 가장 많았다.

하지만 2018년부터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2018년 SK네트웍스 글로벌 부문 매출은 5조4103억원으로 전체 매출 대비 비중도 38.7%로 낮아졌다. 2019년부터는 정보통신부문에 매출이 역전됐다. 2019년 정보통신부문 매출액은 5조8317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대비 44.7%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글로벌 부문은 매출액(4조2371억원)이 1조원가량 줄어들면서 매출 비중도 32.5%로 감소했다.

작년에는 매출액이 연간 매출액이 2조8428억원으로 쪼그라들면서 1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분기 매출액은 5837억원이었으나, 영업이익은 0원으로 집계됐다.

글로벌사업에서 철강부문만 봐도 전체 매출액 대비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글로벌 부문 철강제품 무역 매출액의 비중은 2018년 20.7%에서 2019년 16.8%, 2020년 11.3%까지 줄었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보면 10.4%다. 

잠시 주춤해도 다시 꿈틀

SK네트웍스는 철강 트레이딩 사업 종료에 따라 소비재∙렌털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이 명확해져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가치 평가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모회사의 전통 사업인 글로벌 부문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감소하던 사이, SK렌터카와 SK매직 등 자회사의 외형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렌터카 부문 매출액 비중은 2018년 6.0%에서 2019년 11.0%, 2020년 14.0%로 두 배 이상 늘었다. SK매직은 △2018년 5.2% △2019년 6.7% △2020년 9.7%로 증가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다만 지난 1분기는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였다. SK매직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25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174억원으로 23.7% 감소했다. SK렌터카와 스피드메이트를 합산한 카라이프 부문의 1분기 매출액도 4642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2.9% 줄어든 318억원이었다.

이에 대해 SK네트웍스는 "미래 성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 시기였다"고 설명한다. SK매직의 실적 부진은 해외법인 영업이 본격화되면서 관련 비용이 반영된 결과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초기 사업비용 증가는 렌털 성장 추세가 강화되는 가운데 거칠 수밖에 없는 과정"이라고 짚기도 했다.

특히 2분기부터는 SK매직의 경우 삼성전자와의 제휴를 통해 가전 렌털상품 관리 서비스를 더 많은 고객에게 제공키로 하면서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SK매직은 지난 5월 삼성전자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난달 삼성전자 그랑데 건조기, 비스포크 냉장고 등 총 17개 제품을 대상으로 렌탈 방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페셜 렌탈 서비스'를 출시했다.

여기 더해 지난 1분기 SK네트웍스는 중국 북방동업 매각대금을 회수하면서 추가 투자를 위한 재원도 확보한 상태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소비재·렌털 부문을 중심으로 고객 트렌드와 산업 변화의 방향을 계속 살피고 있다"며 "성장 방향성이 맞는 곳이 있으면 추가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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