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장악하고 있는 프리미엄 TV 시장에 최대 경쟁사 삼성전자가 참전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 계열사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번 CES에서 OLED 기반 디스플레이를 처음 공개하면서 LG전자·디스플레이 진영과의 기술 경쟁을 예고했다.
TV 기술 패권을 놓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삼성-LG전자가 OLED를 놓고 경쟁 혹은 협력 관계를 맺으면서 시장 파이를 키울지 관심이 모인다.
삼성디스플레이 QD-OLED 첫공개
삼성디스플레이는 CES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앙코르호텔에서 4일(현지시간) 미디어 행사를 열고 QD(퀀텀닷)-OLED 디스플레이를 최초로 공개했다. 55·66형 TV용 패널과 34형 모니터용 패널 총 3종이다. 작년 11월초부터 양산을 시작한 제품이다.
QD-OLED는 무기물인 퀀텀닷(양자점) 물질을 활용한 디스플레이의 한 종류다. QD는 전기·광학적 성질을 띤 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의 반도체 입자로, 빛에너지를 받으면 스스로 색을 낸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QD-OLED의 발광원은 빛의 3원색인 적·녹·청 가운데 파란색(청색)을 자체 발광하는 OLED로 구성해 광원으로 사용한다. 백색 소자를 발광원으로 하는 LG디스플레이의 화이트(W)-OLED 방식과 차이가 있다.
현재 OLED 시장은 LG디스플레이가 글로벌 점유율 99%를 차지하며 사실상 휩쓸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패널을 가져다 OLED TV를 만드는 LG전자는 출하량 기준으로 이 시장 점유율 60% 이상(옴디아 집계)을 차지하고 있다. 경쟁사인 소니와 파나소닉 등을 크게 앞서고 있다.
다만 OLED TV 시장 규모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LG전자가 지난 2013년 CES에서 차세대 TV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야심차게 OLED TV를 공개한 이후 거의 10년이 지났으나 전체 시장은 지난해 연간 출하량 기준 1000만대에도 못 미친다.
삼성전자 OLED TV 진출 예고, 시장 확대 기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 QD OLED TV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TV 시장 1위' 삼성전자가 OLED TV를 내놓는다면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낼 것이며 'OLED TV=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삼성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아 TV를 만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삼성전자측도 이 같은 'LG와의 동맹'에 대해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CES 개막일인 5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예전에도 패널 부족이 심했을 때 LG로부터 구매했다"라며 "OLED 패널 부문에 대해선 구매한다 안한다의 개념이 아니라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고 답했다.
LG전자 역시 삼성의 OLED TV 시장 진출을 반기고 있다. 앞서 박형세 LG전자 HE사업본부장(부사장)은 지난 4일 국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OLED TV 시장 진입에 대한 질문에 "참여하게 된다면 시장과 생태계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밝혔다.
OLED TV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들어선 상황에서 최대 경쟁사의 진입이 경쟁 심화라는 부정적 요소보다 생태계 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로 해석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금의 OLED보다 개선된 차세대 패널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이번 CES에서 유기발광 소자에 중(重)수소 기술과 개인화 알고리즘을 적용한 개선판 'OLED.EX'를 선보였다.
기존 보다 화면밝기(휘도)를 30% 높이고, 자연의 색은 보다 정교하게 재현해 냈을 뿐 아니라 화면의 테두리(베젤)를 기존 대비 30% 줄인 것이 특징. 올 2분기부터 OLED TV 패널 전 시리즈에 적용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