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주년을 맞은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에 이어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시장 공략을 통해 시총 200조원 목표를 내세웠다. 시총 200조원은 지금의 2배가 넘는 규모다. 수익구조 안정화를 통해 주주환원에도 힘써 주주가치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다.
2~3년 내 업계 '1위' 증명
박정호 부회장은 30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시가총액은 3년 내 200조원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LG에너지솔루션과 시총 2·3위를 다투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은 103조770억원, SK하이닉스는 88조883억원이다.
그는 "D램이나 낸드에서의 큰 변화가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면, 이제는 그런 부분들이 많이 해제될 것"이라며 "엔비디아와 전략적인 관계를 가져가면서 차세대 메모리에 대한 포지션이 강화되면 향후 2~3년 안에 메모리 업계에서 세계 1위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시가총액이 10조원에서 100조원이 됐기 때문에 적절한 M&A 등을 거친다면 10년 후에는 300조원까지 성장할 수도 있다는 게 박 부회장의 생각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작년 D램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낸드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미국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을 인수해 자회사 '솔리다임'을 출범한 바 있다. 박 부회장은 낸드 사업의 후발주자였던 SK하이닉스가 솔리다임 인수로 추진력을 얻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솔리다임은 데이터센터 SSD 분야에 대해 깊은 기술적 이해도를 갖고 있고, 마켓 프론티어라는 위상과 풍부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며 "폭발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자체 기술력과 통합해 새로운 제품과 시장을 창출하고 양사 간 시너지를 그대화해 낸드 업계의 새로운 리더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도체 생산설비 구축에 120조원을 투자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서도 "장기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소부장 협력사들과 상생하는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기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실리콘 밸리에 R&D센터를 구축해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도모하는 핵심 거점으로 삼아 기술 경쟁력을 가속화하겠다"고 부연했다.
"주주들과 동반 성장하겠다"
이날은 박 부회장이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처음으로 주재한 주총이니 만큼, 개인 주주와의 소통에도 힘쓰는 모양새였다.
이날 한 주주가 고등학생들의 반도체 팹 투어를 추진해달라고 요청하자 박 부회장은 "우리나라 기업이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의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전략적인 위치"라며 "국내 차세대 인재들이 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인재를 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고등학생 때부터 그런(팹투어) 활동을 하자는 주주님의 제안에 대해 적극 찬성하며 프로그램을 마련해 연락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시장의 저평가로 인한 현재 주가 흐름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사업 방향성에 대해 장기적인 관점으로 바라봐주길 당부했다. 박 부회장은 "업계의 호황과 불행이 반복될 때 저희 회사는 생존이 위협받았던 경우가 없다"며 "저희는 캐펙스(시설투자) 중심의 효율적인 사업 구조를 과제로 삼고, 주주분들께서는 불황 속 SK하이닉스의 안정적 흐름에 대해 판단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익구조 안정화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기반으로 잉여현금흐름 창출 수준을 높여, 이를 바탕으로 주주환원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올해는 연간 고정 배당금을 20% 상향하고 분기 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또 올해부터 3년 동안 창출되는 누적 잉여현금흐름의 50%를 추가 재원으로 활용한다.
박 부회장은 "출범 10주년을 맞이한 SK하이닉스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으로 성장했다"며 "이런 변화와 성취는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은 물론, SK하이닉스와 특별한 시간을 함께해준 주주들의 성원과 지지 덕분"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시간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일류 기술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는 곽노정, 노종원 사장 사내이사 신규 선임, 하영구 사외이사 재선임 등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