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한분기 만에 분기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다. 영업이익률은 사상 첫 두자릿수를 기록하며 내실 면에서 현대차를 앞섰다. 2개 분기 연속 최고 실적을 달성한 기아는 올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90%까지 낮추며 재무건전성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올 3분기 경영 상황이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지난 2분기 상승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이 3분기부터 본격 반영될 예정이어서다. 기아는 가격 인상, 인센티브 축소를 통해 수익성을 방어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평균판매가격 점프업
기아는 22일 컨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21조876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19.3%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조234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0.2%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내실도 잘 갖췄단 평가다. 기아의 올 2분기 영업이익률은 10.2%로 전년동기대비 2.1%포인트(P) 상승했다. 기아가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동차 판매 대수는 소폭 감소했다. 지난 2분기 도매 기준 글로벌 판매량은 73만3749대로 전년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전쟁 여파로 러시아 지역에서 판매가 중단된데다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봉쇄 조치로 생산 차질을 빚은 탓이다. 다만 반도체 수급난이 점차 해소되면서 글로벌 판매량이 전분기대비 7% 증가했다.
전체 판매 대수는 감소했지만 친환경차 판매는 증가했다. EV6 판매가 증가하면서 친환경차 판매 대수는 전년동기대비 78.9% 증가한 13만3000대를 기록했다. 친환경차의 판매비중도 전년동기대비 8.7%포인트 상승한 17.7%를 차지했다.
이혜인 IR팀장은 이날 컨콜을 통해 "글로벌 도매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감소했지만 판매가 중단된 러시아를 제외하면 전년동기대비 3.1% 증가했다"며 "북미와 유럽에서는 가동률 개선에 따른 공급물량 증가로 적체된 대기 수요를 해소하면서 회복세를 보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아의 이번 실적은 ASP(평균 판매 단가) 인상을 통해 이뤄낸 성과다. 자동차 수요에 가격 인상과 인센티브 축소를 통해 제값 받기를 계속해나갈 수 있었단 설명이다. 2분기 평균 ASP는 3140만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3000만원을 넘어섰다.
RV(레져용 차량) 차종의 판매 비중이 높아진 것도 ASP 개선에 한몫했다. 기아의 2분기 RV 판매 비중은 65.4%로 전년동기대비 8.9%포인트 상승했다. 스포티지 신차 출시 효과를 톡톡히 누렸단 설명이다.
우호적인 환율 상황도 실적 개선 요인 중 하나다. 지난 2분기 달러 평균환율은 1260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8원 상승(원화 약세)했다. 환율 효과를 통해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5090억원 개선됐다.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올 상반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 코로나 봉쇄로 인해 공급 차질이 계속돼왔다"며 "강력한 제품력과 브랜드 리론칭을 통해 제값받기를 해오려고 했던 노력과 효율적인 인센티브 집행을 통해서 이러한 어려움을 개선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환율의 우호적인 도움을 일정 부분 받아서 연초 설정한 계획보다는 수익성을 좀 더 지켜나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아는 통해 재무건전성을 한층 더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올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90%대로 낮추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통상 기업의 부채비율 적정선은 200% 수준으로 본다.
이 팀장은 "기아는 하반기 당기순이익 증가 및 차입금 축소를 통해 연말 부채비율을 90%로 낮춰 재무건전성을 추가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이슈 해소중…원자재 인상 우려"
기아는 올 하반기부터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점차 개선될 것으로 기대 중이다. 다만 완전히 해소되는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주 부사장은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급난이 말끔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작년이나 상반기처럼 지대한 영향 요인으로는 보이지 않고 있다"며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봉쇄의 영향은 여전히 잔존하는 상황으로 하반기 역시 사업 계획보다는 물량 차질이 일부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지난 2분기 계속된 원자재 가격 인상은 올 3분기 손익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 가격 인상분이 매출 원가에 반영되는 만큼 향후 수익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
주 부사장은 "원자재 가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인 3~4월이 피크였다"며 "리드 타임을 고려하면 손익으로는 3분기가 재료비 영향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그 이후 원자재 가격은 원위치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락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3분기 이후는 재료비 영향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아는 원자재 가격 인상분을 차 가격에 반영하고 고수익 차종의 판매 비중을 확대를 통해 수익성을 지켜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정성국 IR담당 상무는 "원가 부담의 상당부분을 가격인상을 통해 해결할 것"이라며 "가격인상 요인을 고려, 매출원가율을 80%이내로 통제해 3분기에도 마진에 대해서는 크게 영향을 주진 못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주 부사장은 "아직까지도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고 리세션, 스태그플레이션까지 얘기되는 상황에서 시장은 어렵겠으나 상반기 보여왔던 것처럼 제품력과 브랜드력을 가지고 앞으로도 수익력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