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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호주 호위함 뜨거운 수주전…계약금 10조 놓고 격돌

  • 2024.08.27(화) 07:10

정부, 호주 대사에 해군 출신 임명하며 수주전 도와
수직계열화 한화·실전의 HD현대重 '막상막하' 실력

호주 정부가 현재 운용 중인 안작(Anzac)급 호위함을 대체할 새로운 함정 도입에 나서면서 한국과 일본이 격돌한다. 국내에서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호위함 사업은 계약금만 10조원이 넘는 만큼 치열한 수주전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도 호주 대사에 해군 출신을 임명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HD현대중공업이 충남급 호위함을 시운전하고 있다./사진=HD한국조선해양 제공.

호주 호위함 사업 획득하면 10조 '잭팟'

27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호주는 신형 호위함 사업인 'SEA3000'을 통해 11척의 호위함을 구매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에는 111억 호주달러(10조여원)가 투입된다. 호주 정부는 11척 중 1차 구매분 세 척을 호주가 최종 선정한 조선소에서 건조하고, 나머지는 호주 국내 조선소에서 건조한다는 계획이다. 최종 사업자 선정은 오는 2025년에 이뤄진다. 첫 호위함 취역식은 2030년에 열린다. 

호주 정부는 SEA3000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해 지난 5월 한국을 비롯해 일본과 독일 그리고 스페인 조선에까지 정보제공요청서(RFI)를 요청했다. 호주 정부가 각국 조선소에서 후보로 지목한 호위함 모델은 △HD현대중공업 '충남급 FFX 배치-3' △한화오션 '대구급 FFX 배치-2' △미쓰비시 '모가미 30 FFM' △나반티아 '알파(ALFA) 3000'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 'MEKO A200' 등이다.

이 중에서 특수선 분야에 선도적 역할을 하는 한국과 전통적 함정 강국인 일본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 한·일 양국의 조선소들에 이번 호위함 수주는 놓쳐서는 안 될 대어로 꼽힌다. 일반 군수지원함 등의 경우 계약 금액이 4000억~5000억원 사이인 반면 SEA3000 사업은 척 당 계약 금액이 두 배인 1조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지난 8월 2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신임 주호주 대사인 심승섭 대사에게 신임장을 수여했다./사진=대통령실 제공.

한국, 해군 출신 대사 전면 배치

이번 수주전에서 일본을 이기기 위해 정부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한국 정부는 해군참모총장 출신인 심승섭 (예)해군참모총장을 호주 대사로 임명했다. 심승섭 호주 대사는 해군 제7기동전단장과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본부장, 해군참모총장 등을 역임한 해군 전문가다.

특히 심승섭 대사가 거친 해군 제7기동전단은 해군의 제7기동군단으로 불린다. 육군의 화력 최전선인 제7기동군단에 최정예 화력이 집중돼 있는 것처럼 해군 제7기동전단도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DDG), 충무공이순신급 구축함(DDH-II) 등 해군의 주요 화력이 집중돼 있다. 

다수의 최신예 함정을 지휘해 본 지식과 경험이 있는 만큼 심 대사는 이번 호주 호위함 수주전에서 국내 조선소의 함정 수주를 적극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심 대사를 통해 이번 호위함 수주와 더불어 '호주와의 안보 동반자 관계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구상인 것으로 전해진다. 호주는 미국의 주도 아래 한국, 일본과 함께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對) 중국 견제를 담당하는 하나의 축이다.

아울러 지난 21일에는 석종건 방위사업청(방사청)은 짐 맥도웰 호주 함정획득관리청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함정획득관리청은 함정 획득 및 유지·보수를 담당하는 호주 국방부 산하 정부기관이다. 이 자리에서 석 청장과 맥도웰 청장은 호주 호위함 수주에 대해 의견을 나눴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비즈워치.

한·일 호위함 제원과 한국의 강점

한화오션과 HD한국조선해양은 각자 강점이 뚜렷한 호위함 제원을 내세워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대구급을 바탕으로 설계한 '오션4300'을 선보였다. 오션4300은 호주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두고 만든 호위함으로 함정 자체의 크기가 일반 대구급보다 커졌다. 이에 따라 만재 배수량도 기본 대구급 3593톤(t)에 비해 최소 407톤(t)에서 최대 1407톤(t)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오션의 최대 강점은 한화그룹 내 방산부문(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과의 수직계열화다. 한화오션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함정의 전투력을 극대화할 수 있고 고객의 니즈에 맞춰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수직계열화 핵심 장비로는 한화시스템의 통합 전투체계(ICS, Integrated Combat System)가 있다. 한화시스템의 '통합 전투체계(ICS)'는 함정의 '두뇌'에 해당하는 함정전투체계(CMS, Combat Management System)를 중심으로 미래 함정에 탑재될 첨단 장비들을 통합 관리하는 함정 통합 솔루션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수상함과 잠수함을 세계에 수출한 국내 유일의 방산기업"이라며 "한화오션이 건조한 함정이 전 세계 대양을 누비며 활약할 수 있도록 글로벌 방산 기술력 선도와 함께 국가 위상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의 충남급 호위함의 강점은 실전 능력이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대한민국 해군이 운용 중인 울산급 Batch-I·II·III 호위함들을 모두 건조했고 울산급 Batch-III 선도함인 '충남함'은 이미 실전 능력까지 입증됐다. 이는 호주 정부에게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해군에 이미 검증된 함정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만재 배수량도 4300톤(t)(경하 배수량 3600t)으로 한화오션의 대구급보다 크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 대표는 "K-방산 역량이 결집된 울산급 호위함은 호주의 인도-태평양 해양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전투함임을 확신한다"며 "세계 1위 조선 기술력으로 호주 조선산업 발전에도 충분히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실질적으로 배치된 경험이 있다는 측면에선 HD현대중공업이 확실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 맞서는 일본의 경우 전통의 함정 강자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미 국내외를 비롯해 전 세계에서 한국 조선소의 기술력이 앞서는 상황에서 아주 이기기 어려운 상대는 아니라는 관측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미쓰비시가 건조한 모가미급 호위함은 센서 성능이 우수하고 자동화율이 높아 대구급·충남급 승조원 수(120~140명)보다 승조원 적다(90명 선)는 장점이 있다"며 "이에 대한 대비책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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