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이자 차세대 원전 기업 테라파워 창업자 빌게이츠가 지난해 8월 이후 1년여 만에 한국을 찾았다. 방문 목적은 소형모듈원전(SMR)에 대한 협력 확대가 핵심이다.
빌게이츠 이사장이 창업한 테라파워는 미국에서 상업 규모 비경수형 첨단원자로 건설허가를 받아 실제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방한을 계기로 핵심 파트너로 부상 중인 HD현대와 SK 등 한국 기업들과의 끈끈한 동맹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14일 재계 등에 따르면 빌게이츠 이사장은 지난 13일 오후 김포공항에 전용기편으로 도착했다. 이후 이날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정계 및 재계와 연쇄회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빌게이츠, 테라파워 퍼즐조각 맞추러 왔다
방한 목적은 명확하다. 테라파워가 기술개발회사에서 실제 원전을 건설하는 회사로 넘어가는 변곡점에서 핵심 파트너들과의 협력이 매우 중요해서다.
이와 관련 테라파워는 지난 3월 미국 와이오밍 매커러 1호기 건설허가를 획득했다. 미국 상업 규모 비경수형 첨단원자로 건설허가가 난 첫 사례다. 오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상업 규모 비경수형 첨단원자로는 기존 원자력발전소와 다른 냉각제를 쓰는 실제 발전사업용 규모의 원자로를 의미한다. '기술개발' 시점을 넘어 '실제 건설' 시기에 돌입해 건설허가 의미가 컸다.
테라파워는 곧장 매커러 1호기 건설에 착수했고 더 중요한 과제는 그 다음이다. 계속 더 많은 발전설비 건설에 나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빌게이츠 이사장은 방한기간동안 국내 관계당국과도 회담했다. 이날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빌게이츠 의장과 만나 테라파워 사업에 한국기업 참여 확대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정관 장관은 "한국 원전 공급망은 대기업의 주기기 공급 역량뿐만 아니라 원전 중소·중견기업들로 구성된 고도화된 제조 생태계가 강점"이라며 "한국이 테라파워의 생산거점이 되고 한국 기업들이 핵심 공급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HD현대 주목도 높은 이유
국내 기업과의 관계에서는 정기선 HD현대 회장과의 회담이 주목받는다.
테라파워에게 가장 필요한 건 SMR(Small Modular Reactor)이다. 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들어가는 원자로보다 더 작지만, 주요 설비를 모듈처럼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할 수 있도록 한 설비다. 대형 원전보다 초기 투자비가 작고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는 만큼 경제적이다.
이 SMR을 양산하는 과정에서 HD현대의 잠재력이 발휘된다. SMR 생산을 위해서는 초대형 후판 가공, 정밀 용접, 열처리, 품질 관리 등의 역량이 필요한데, 이 분야는 대형 선박이나 해양플랜트 제조 역량과 유사하다. HD현대가 글로벌 조선사로 오랜기간 명성을 날려온 만큼 이 노하우를 보유해왔다.
현대건설도 테라파워와 미국 원자력 발전소 건설 분야에서 협력한다. HD현대가 보유한 전방위 협력이 구체화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정기선 회장, 빌게이츠 이사장, 크리스 르베크 테라파워 최고경영자,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함께 회동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정기선 회장은 "기술, 제조, 설계·조달·시공을 아우르는 협력체계를 기반으로 차세대 원자로 상용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체적인 기술 개발,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SMR 발전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 '테라파워'의 글로벌 공략 함께 한다
빌게이츠 이사장은 SK그룹과도 만났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과 함께 테라파워에 약 2억5000만달러를 투자, 주요 주주에 올라 있고 이사회에도 참여하는 등 사업을 함께 펼치고 있다.
선봉에 선 SK이노베이션에게 테라파워의 성공은 중요도가 크다. 정유와 석유화학을 주력으로 해온 SK이노베이션은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테라파워에 직접 투자해왔다.
SK는 과거 테라파워 투자 목적으로 탄소중립 및 그린 에너지 포트폴리오 구축을 내세웠다. 단순 지분 투자에 그치지 않고 향후 한국, 동남아시아에서 테라파워 원자로를 상용화하는 사업에 무탄소 전력을 공급, 새로운 먹거리를 찾겠다는 방침에서다.
이번 빌게이츠 이사장 방한 중에도 이에 대한 협력을 구체화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이날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김정관 산업부 장관, 빌게이츠 이사장과 함께 테라파워-SK이노베이션 간 '글로벌 공동사업 추진계약을 위한 주요 조건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 합의서 체결로 SK이노베이션은 미국과 해외시장에서 테라파워 SMR 사업개발, 미국 내 사업 참여 기회를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SK이노베이션은 LNG 직도입과 LNG 발전, 전력사업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SK온의 배터리와 ESS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테라파워 투자 및 SMR 사업개발 역량을 결합해 대규모 전력 수요처를 대상으로 LNG·전력·ESS·SMR을 아우르는 통합 에너지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추형욱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는 "이번 합의서는 SK이노베이션과 테라파워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 SMR의 국내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글로벌 사업 확대를 위해 협력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테라파워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K-나트륨 사업모델의 추진 방향을 구체화하고 향후 미국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사업개발 및 운영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