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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0억 현금' 부담 컸나…최태원, 재상고 택한 이유

  • 2026.08.15(토) 08:10

9440억 전액 현금 지급…SK㈜ 지분 매각 땐 경영권 부담
일부 주식 지급 제안했지만 합의 불발…결국 재상고
판결 확정 미뤄 자금조달 시간 확보…사법리스크는 장기화
이미 대법 판단 받은 사건…판결 뒤집기 쉽지 않을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9440억원 재산분할 소송을 다시 대법원으로 끌고 갔다. 이미 한 차례 대법원 판단을 받은 사건인 만큼 판결을 뒤집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에도 재상고를 택했다. 1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마련할 시간을 벌고 하루 약 1억3000만원에 달하는 지연이자 부담을 늦추는 한편, 재산분할 비율과 산정 방식을 다시 다퉈보겠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은 재상고 기한 마지막 날인 전날 밤 서울고법 가사1부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최 회장 측 법률대리인단은 "여러 사정을 고려해 고심 끝에 상고장을 제출했다"며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자세로 향후 절차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7년 시작돼 9년째 이어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재산분할 소송은 다시 대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으로부터 소송기록 접수통지서를 받은 날부터 20일 이내 상고이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노 관장 측은 이를 송달받은 뒤 10일 안에 답변서를 낼 수 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지난달 24일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금 9440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면 최 회장은 확정일 다음 날부터 지급일까지 연 5%의 지연이자를 부담해야 했다. 하루 약 1억2900만원, 한 달 약 39억원, 연간 약 472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시간 번 최태원…지연이자도 '일단 멈춤'

최태원-노소영 이혼 및 재산분할 재판 주요내용./그래픽=비즈워치

재상고로 판결 확정이 미뤄지면서 지연이자가 발생하는 시점도 늦춰졌다. 당장 9440억원을 현금으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에서도 벗어났다. 최 회장 개인 자산 상당 부분이 SK㈜와 SK실트론 등 주식에 묶여 있어 1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단기간에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현금 마련을 위해 SK㈜ 지분을 대거 처분하는 것도 부담이다. 그룹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고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풀릴 경우 주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 매각은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 대상이어서 현금화에도 시간이 걸린다. 

이런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 회장 측은 재산분할금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노 관장 측에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 측이 재상고 결정과 함께 '주주들과 그룹 경영에 대한 부정적 영향 최소화'를 강조한 배경이다.

일각선 재상고가 단순히 시간을 벌기 위한 선택만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회장 측이 파기환송심의 재산분할 비율과 산정 방식에 법리적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핵심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재산분할 대상 여부다. 1심은 이를 최 회장의 특유재산으로 보고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노 관장의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는 등 SK㈜ 주식을 부부 공동재산으로 판단해 재산분할액을 1조3808억원으로 크게 높였다.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노 전 대통령의 300억원 금전 지원을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로 참작할 수 없다"며 2심 판결을 파기했다. 다만 SK㈜ 주식 자체를 분할 대상에서 제외하지는 않았다. 파기환송심은 이를 다시 분할 재산에 포함하되 노 관장의 기여도를 35%에서 33.3%로 낮춰 최종 분할액을 9440억원으로 정했다.

최 회장 측은 대법원이 300억원 지원을 노 관장의 기여에서 배제했는데도 분할 비율이 불과 1.7%포인트 낮아진 점을 재상고심에서 문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뒤집기 가능성은?

최태원-노소영 이혼 관련 주요 일지./그래픽=비즈워치

이혼 확정 이후 오른 SK㈜ 주가를 분할 비율에 참작한 판단도 쟁점이다. 변동성이 큰 상장사 주가의 사후 상승분을 재산 형성 기여도에 반영하는 것이 타당한지를 다시 따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의 재산분할 대상 여부도 다시 다뤄질 전망이다. 최 회장 측은 해당 지분을 취득한 2017년에는 이미 혼인 관계가 사실상 파탄 난 상태였던 만큼 노 관장의 기여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파기환송심에서 관련 재산 가치를 7500억원가량으로 평가한 데 대해서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없는 지분의 실제 처분 가치와 세금 등을 고려하면 과도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재상고로 판결을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대법원은 사실관계를 다시 들여다보는 사실심이 아니라 법률 적용의 적정성을 따지는 법률심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이미 대법원이 한 차례 판단을 내리고 파기환송한 사건이다. 결국 재상고심의 승부처는 새로운 사실관계가 아니라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를 제대로 따랐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재상고로 소송의 최종 결론이 해를 넘길 가능성도 커졌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가사소송 상고심의 평균 처리 기간은 236.5일로 약 8개월이다. 앞선 상고심도 최 회장이 2024년 6월 상고한 뒤 대법원이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기까지 1년 4개월가량 걸렸다.

만일 대법원이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기각할 경우 결론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 대법원은 원심에 중대한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면 상고기록을 받은 날부터 4개월 이내 추가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할 수 있다. 이 경우 이르면 연말께 재산분할액이 최종 확정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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