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의 랜드스페이스가 실제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임무를 수행한 주췌-3의 1단 추진체를 지상에 수직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미국의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등에 이어 중국 기업도 재사용 로켓 분야에 성과를 내면서 글로벌 우주항공산업의 경쟁 구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우주항공업계가 로켓의 '재사용'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재사용 발사체가 갖는 의미와 현실화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우리나라 기업들의 도전에 대해 짚어봅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싼 1회용품
중국 랜드스페이스는 지난 18일 주췌-3의 1단 추진체를 실제 궤도 발사 임무 이후 지상에 수직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첫 시도에선 착륙에 실패했지만 약 8개월 만에 재도전에 성공한 겁니다.
재사용 발사체가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로켓 한 번을 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워낙 크기 때문입니다. 로켓의 크기와 임무에 따라 한 차례 발사에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이 들어갑니다. 스페이스X가 공개한 팰컨9의 표준 발사 서비스 가격만 6975만달러, 한화로 1000억원 안팎에 달합니다. 로켓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1회용품'으로 불렸던 이유입니다.
우주항공업계는 오래전부터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로켓을 다시 사용하는 방법을 연구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로켓에서 가장 크고 비싸면서 상대적으로 회수가 가능한 1단 추진체를 되살리는 데 연구가 집중됐습니다. 발사체의 핵심 엔진과 대형 연료탱크 등이 집중돼 있는 1단을 다시 사용할 수 있다면 비용이 확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전환점을 만든 것은 스페이스X였습니다. 스페이스X는 2015년 실제 위성을 궤도에 올린 팰컨9의 1단 추진체를 지상에 수직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어 2017년에는 한 차례 사용하고 회수했던 1단 추진체를 실제 상업 위성 발사에 다시 투입하며 재사용 발사체를 실험의 영역에서 사업의 영역으로 끌어냈습니다.
결국 재사용 발사체는 단순히 로켓 발사비를 낮추는 기술에 그치지 않습니다. 더 싸고 자주 우주로 갈 수 있게 되면서 위성통신이나 우주탐사 등 민간기업이 우주산업에 뛰어들 수 있는 문턱 자체를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주항공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서 '재사용' 기술이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입니다.
착륙이 끝이 아니다
현재 재사용 발사체에서 가장 주목받는 방식 중 하나는 스페이스X가 상용화한 '추진식 수직착륙'입니다. 발사할 때처럼 기체를 수직으로 세운 상태에서 1단 추진체를 지상이나 해상의 착륙장에 내려놓는 방식입니다.
수직착륙 방식을 사용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로켓은 애초에 아래쪽 엔진의 추력으로 위로 올라가도록 설계되고 기체 역시 세로 방향으로 큰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집니다. 귀환 과정에서도 기체를 수직으로 세워 엔진을 다시 가동하면 기존 엔진과 기체 구조를 그대로 활용해 속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비행기처럼 거대한 날개를 달거나 긴 활주로를 마련할 필요도 없습니다.
문제는 수직착륙의 난도입니다. 1단 추진체는 2단과 분리된 순간에도 시속 수천㎞의 빠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먼저 기체의 방향을 돌려 착륙장 쪽으로 되돌아와야 하고, 대기권을 통과하면서 계속 자세와 궤도를 수정해야 합니다.
착륙 직전이 가장 까다롭습니다. 비행컴퓨터는 추진체의 위치와 속도, 기울기, 남은 연료량 등을 실시간으로 계산해야 합니다. 이후 엔진을 정확한 시점에 다시 점화하고 추력을 조절해 지면에 닿는 순간 수직 하강속도를 사실상 '0'에 가깝게 낮춰야 합니다. 동시에 수십m 길이의 추진체가 넘어지지 않도록 기체도 똑바로 세워야 합니다.
수직착륙에 성공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추진체는 발사 과정에서 강한 진동과 압력을 받고, 귀환 과정에서는 고속으로 대기를 통과하며 열과 공력하중을 견뎌야 합니다. 착륙 순간에도 기체와 착륙장치에 다시 큰 충격이 가해집니다. 엔진과 연료탱크, 배관, 각종 밸브 등이 이런 과정을 반복해서 버틸 수 있어야 진짜 재사용이 가능합니다.
실제 재사용 발사체의 핵심은 '착륙 성공'보다 그 이후에 있습니다. 회수한 추진체를 전부 분해해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면 새 로켓을 만드는 것과 비용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소한의 검사와 정비만 거쳐 빠르게 다시 발사할 수 있다면 한 개의 추진체를 여러 차례 활용하면서 경제성이 크게 높아집니다. 결국 재사용 발사체의 성패는 단순히 '착륙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얼마나 빠르게 다시 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셈입니다.
한국은 어떨까
현재 실제 궤도 발사 임무 과정에서 1단 추진체를 통제된 방식으로 회수하는 데 성공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 정도입니다. 미국은 스페이스X가 이미 반복 재사용을 사실상 일상적인 발사 방식으로 만들었고, 블루오리진 역시 재사용 발사체 기술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영 우주기업에 이어 최근 랜드스페이스까지 1단 회수에 성공했지만 아직 스페이스X처럼 회수한 추진체를 반복적으로 상업 발사에 투입하는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기술이지만 경제적 효과가 큰 만큼 세계 각국의 도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국가는 유럽우주국(ESA)을 중심으로 재사용 발사체 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있고요. 인도와 일본, 러시아 등도 1단 추진체의 회수와 재사용을 목표로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경쟁에 뛰어들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하는 차세대발사체 개발사업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체계종합기업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개발과 고도화사업을 통해 액체로켓 엔진 제작과 발사체 체계종합 경험을 축적해왔습니다. 다만 누리호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 발사체였습니다. 차세대발사체와는 결이 달라 재사용 기술을 처음부터 확보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올해 6월 기준 재사용 방식을 반영한 시스템 개념설계를 마무리하는 단계에 들어섰죠.
정부는 2032년까지 총 2조2921억원을 투입해 차세대발사체를 개발하고 달 착륙선 자력 발사와 함께 재사용 기술을 단계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차세대발사체가 향후 우리나라의 주력 발사체로 자리 잡고 반복 재사용 능력까지 확보한다면 국내 민간 우주산업이 상업 발사서비스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이 넘어야 할 문턱도 결국 랜드스페이스와 다르지 않습니다. 추진체를 다시 지상에 세우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수한 추진체를 얼마나 적은 비용과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쏘아 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재사용 발사체 경쟁의 진짜 승부처는 결국 '착륙'이 아니라 '반복해서 쏘는 능력'에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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