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상반기 산업계는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이 성적표를 갈랐다. 메모리 반도체가 기록적인 이익을 낸 가운데 조선·방산도 수주 호조와 수익성 개선으로 힘을 보탰다. 긴 부진을 겪던 배터리 3사 역시 2분기를 기점으로 반등 조짐을 보이며 저점 통과 기대를 키웠다. 비즈워치는 반기보고서를 토대로 삼성·SK·현대자동차·LG·포스코 등 5개 그룹의 상반기 성적표와 업종별 명암을 심층 분석했다.[편집자]
삼성그룹 올 상반기 성적표가 1년 만에 완전히 뒤집혔다. 주요 계열사 10곳의 합산 영업이익은 150조원을 넘어 전년 동기 10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을 탄 삼성전자가 이익의 97% 이상을 쓸어 담은 가운데 삼성전기·삼성중공업·삼성E&A 등 제조 계열사도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대규모 적자로 그룹 실적을 깎아먹었던 삼성SDI까지 흑자로 돌아서면서 전반적인 이익 체력이 한층 두터워졌다.
반도체에서만 '143조'
삼성그룹 주요 비금융 계열사 10곳(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SDI·삼성SDS·삼성전기·삼성중공업·삼성E&A·제일기획·호텔신라·에스원)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50조9115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13조8578억원보다 989% 급증했다.
압도적 실적을 낸 삼성전자가 그룹 전체 성적표를 끌어올렸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46조7252억원으로 1년 전 11조3613억원의 13배 가까이 불어났다. 10개 계열사 합산 영업이익의 97% 이상을 삼성전자 한 곳이 벌어들였다. 영업이익률 역시 7.4%에서 48%로 40.6%포인트(p) 치솟았다.
반도체(DS) 부문이 전사 이익을 사실상 독식했다. DS가 상반기에 거둔 영업이익만 약 142조9000억원으로 삼성전자 전체 이익의 97%를 웃돈다. 2분기에는 89조2000억원을 벌어 전사 영업이익의 99.7%를 책임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3개 분기 연속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갈아치웠다.
AI 투자 열풍이 메모리 전반의 수요를 밀어올린 결과다. 에이전틱 AI 확산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물론 서버용 D램과 낸드까지 주문이 몰렸다. D램과 낸드 판매량이 나란히 역대 최대를 기록, 지난 2월 공급을 시작한 6세대 HBM4도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HBM4 매출이 전분기의 3배 이상으로 커지고 하반기께 전체 HBM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호황이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 공급 전략도 바꾸고 있다. 신규 팹 건설부터 웨이퍼 생산까지 3년 이상 걸리는 만큼 메모리 공급 부족이 2028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의 전망이다. 이에 전체 생산능력의 60~70%를 5년 단위 장기공급계약(LTA)으로 묶어 안정적인 수요를 미리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와 완제품 간 극명한 희비는 아쉬운 대목이다.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부문은 메모리 가격 급등이 원가 부담으로 돌아오면서 2분기 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 부문 출범 이후 첫 분기 적자다. AI 메모리 호황으로 회사 전체 수익성은 크게 뛰었지만 이익 창출의 반도체 쏠림도 한층 짙어진 셈이다.
전자 빼도 영업익 68%↑
삼성전자를 뺀 나머지 계열사들의 실적 흐름도 나쁘지 않다. 나머지 9곳의 영업이익 합계는 지난해 상반기 2조4965억원에서 올해 4조1863억원으로 67.7% 늘었다. AI 인프라·조선·반도체 설비투자 등 호황 산업에 올라탄 제조·산업 계열사가 힘을 보탰다.
삼성전기는 상반기 영업이익 7209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보다 74.3%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7.5%에서 10.8%로 3.3%p 뛰며 두 자릿수에 올라섰다. AI 서버·데이터센터용 고부가 부품이 효자 역할을 했다.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비롯해 글로벌 빅테크에 공급하는 AI 가속기·서버 CPU용 반도체 기판(FCBGA), 자율주행차용 전장 부품 수요가 함께 확대됐다. 특히 패키지솔루션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1년 만에 4.5%에서 10.7%로 2배 넘게 높아졌다. 원재료 가격이 올랐지만 대면적·고다층 등 고사양 제품 판매가 빠르게 늘어난 덕분이다.
2분기 영업이익만 4404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2배를 넘었다. AI 서버용 MLCC 공급 부족이 심해지자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와 주요 반도체 업체 등 10여곳과 장기공급계약도 맺었다. AI 가속기와 서버 CPU용 기판 생산능력을 늘리는 한편 차세대 성장축인 유리기판은 2028년 양산을 목표로 고객사 평가와 생산기반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상승세가 가팔랐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5981억원으로 82.5% 뛰었고 영업이익률은 6.3%에서 9.8%로 3.5%p 올라섰다. 글로벌 생산이 본격화되고 2도크 진수가 재개되면서 건조 물량이 늘어난 효과다.
2분기에는 325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전년 동기보다 59% 성장했다. 앞으로의 일감도 충분하다. 올 1~7월 신규 수주는 100억달러로, 조선 부문은 이미 연간 목표의 98%를 채웠다. LNG운반선에 이어 FLNG까지 추가 계약이 이어지면 현재의 수익성 개선 흐름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E&A는 삼성의 반도체 투자 확대가 실적으로 이어졌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4612억원으로 36.4%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7.9%에서 9.5%로 1.6%p 개선됐다. 화공·첨단산업·뉴에너지가 고르게 성장한 가운데 삼성전자 평택 P4·P5 관련 공사가 본격적으로 반영됐다.
수주 곳간도 빠르게 채우고 있다. 상반기 신규 수주액은 7조63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88.3% 뛰었다. 연간 목표 12조원의 64%를 반년 만에 확보한 것이다. 하반기에도 삼성의 반도체 설비투자와 LNG 등 해외 프로젝트가 추가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적자 끊은 SDI…호텔신라도 급반등
삼성물산도 건설·상사·패션·바이오 등 주요 사업이 고르게 힘을 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7521억원으로 18.6%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7.5%에서 7.8%로 높아졌다. 특히 2분기에는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섰다.
건설 부문은 삼성전자 평택 P4·P5 등 하이테크 공사와 해외 플랜트 프로젝트의 공정이 본격화됐다. 상사는 철강·화학 등 산업재 시황 호조의 수혜를 봤고, 패션도 소비심리 회복과 상품 경쟁력 강화로 힘을 보탰다. 바이오 부문의 높은 공장 가동률과 환율 효과도 전체 이익을 끌어올렸다.
호텔신라는 수익성 회복 폭이 가장 눈에 띄었다. 지난해 상반기 61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이 올해 815억원으로 늘어 증가율이 1236.1%에 달했다. 영업이익률도 0.3%에서 4.0%로 3.7%p 뛰었다. 낮은 기저에 면세사업의 비용 구조 개선과 호텔·레저사업 호조가 겹쳤다.
면세점은 인천공항 적자 사업장에서 철수하고 판촉비를 효율화하는 등 외형보다 이익을 택했다. 그 결과 2분기 영업이익이 611억원으로 전년 동기의 7배 수준까지 불어났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객실 수요 회복으로 호텔·레저사업까지 살아나면서 반등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그룹 실적의 최대 부담이었던 삼성SDI도 적자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7분기 연속 적자를 끝내고 상반기 48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에는 8319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3.1%에서 0.7%로 13.8%p 개선됐고 2분기에는 영업이익 2038억원을 거두며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가 주효했다. 전기차 배터리 중심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까지 무게중심을 넓히면서 AI 데이터센터발 수요를 흡수했다. 유럽 전기차 시장 회복과 전동공구용 고출력 배터리 판매 증가도 힘을 보탰다. 미국 현지 생산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1881억원도 상반기 실적에 반영됐다.
삼성SDI는 반등을 발판 삼아 북미 ESS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GM과 세운 합작법인 '시너지셀즈'의 GM 지분을 모두 인수해 미국 내 첫 단독 배터리 생산거점을 확보, 일부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지분 일부를 매각해 4조4500억원의 현금도 마련했다. ESS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사업에 투입할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외형 76%↑…매출 365조 돌파
반면 일부 서비스 계열사는 수익성이 뒷걸음질쳤다. 삼성SDS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3101억원으로 37.8% 감소했고 영업이익률은 7.1%에서 4.4%로 2.7%p 떨어졌다. 다만 임직원 퇴직금 1120억원이 일회성 비용으로 반영된 영향이 컸다. 실제 2분기 영업이익은 231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7% 많았다.
성장축인 클라우드와 AI는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 클라우드 플랫폼(SCP) 수요와 공공·민간 GPU 서비스가 CSP 사업을 밀어올렸고 금융권 AI 전환(AX) 프로젝트와 조선업 ERP 구축을 앞세운 MSP도 두 자릿수 성장했다. 생성형 AI 플랫폼과 협업 솔루션을 공공·금융권으로 넓히는 동시에 GPU·NPU 대여 등 AI 인프라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에스원은 영업이익이 27.0% 줄어든 851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 역시 8.3%에서 6.1%로 2.2%p 낮아졌다. 다만 2분기에는 보안SI 사업 부진을 시큐리티·건물관리 성장과 비용 효율화로 만회하면서 영업이익이 4.6% 늘어 반등 가능성을 보였다.
제일기획도 상반기 영업이익이 1292억원으로 14.2%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7.0%에서 6.2%로 0.8%p 하락했다.
한편, 외형도 크게 불어났다. 10개 계열사의 상반기 합산 매출은 365조4394억원으로 전년 동기 207조3619억원보다 76.2% 증가했다. 이 역시 삼성전자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삼성전자 매출은 153조7068억원에서 305조3729억원으로 98.7% 늘어 2배에 육박했다. 10개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만 83.6%다. 9개사 합산 매출도 53조6551억원에서 60조665억원으로 11.9%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