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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13Q 연속 신기록…'AI 질주'에 삼전·닉스도 웃는다

  • 2026.08.27(목) 14:02

매출 962억달러·EPS 2.22달러…시장 예상치 모두 상회
"공급 제약 없었다면 성장 더 컸다"…AI 장기 호황 자신감
HBM4 수요 확대에 삼성·SK 공급망 위상·협상력도 강화

인공지능(AI) 반도체 세계 1위 엔비디아가 1년 만에 매출을 2배 넘게 늘리며 'AI 투자 정점론'을 다시 밀어냈다. 다음 분기에는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0억달러 돌파를 예고했고 AI 반도체 수요가 공급 능력을 웃도는 상황도 2028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의 질주가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호황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폭증하는 AI 가속기 수요에 대응해 엔비디아가 HBM 등 핵심 부품 확보를 서두르면서 장기 구매·공급 약정도 빠르게 늘고 있다. AI 반도체 시장의 병목이 GPU를 넘어 HBM과 서버용 D램 등 메모리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차세대 AI 플랫폼 '베라 루빈' 양산이 본격화하면 HBM4 수요도 한층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용 HBM4 공급 확대를 준비하고 있어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수록 양사 실적과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매출 2배 뛰고 1000억달러 눈앞

엔비디아는 26일(현지시각) 2027 회계연도 2분기(5~7월) 매출이 962억2000만달러(약 133조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증가했다고 밝혔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921억7000만달러를 40억달러 이상 웃돈 수치다. 이로써 엔비디아는 13개 분기 연속 분기 최대 매출 기록을 새로 썼다.

주당순이익(EPS)도 2.22달러로 월가 예상치 2.10달러를 넘어섰다. 매출총이익률은 75%, 영업이익률은 66.5%에 달했다.

호실적을 이끈 것은 AI 데이터센터였다. AI 반도체 매출이 포함된 데이터센터 부문 매출은 89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17%, 직전 분기보다 18% 늘었다. 전체 매출의 92%가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나온 셈이다.

고객층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하이퍼스케일러 대상 매출은 지난해 242억달러에서 487억달러로 2배 넘게 늘었다. 이를 제외한 클라우드·기업 고객 매출도 169억달러에서 403억달러로 약 2.4배 증가했다. AI 투자가 마이크로소프트·구글·아마존 등 일부 빅테크를 넘어 AI 연구소·스타트업·일반 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작년 이맘때만 해도 인프라 확충을 주도하는 AI 연구소는 하나뿐이었지만 지금은 새로운 연구소와 스타트업이 쏟아져 나오는 황금기를 맞았다"며 "본격적인 양산 단계에 접어든 베라 루빈은 바로 이 순간을 위해 개발됐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이 같은 성장세가 다음 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3분기 매출 전망치는 1080억달러(약 149조5000억원)로 시장 예상치인 약 1040억달러를 웃돈다. 전망대로라면 엔비디아는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0억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시장의 관심은 AI 투자 열기가 얼마나 오래 이어지느냐에 쏠렸다. 엔비디아는 이례적으로 1년 뒤까지 내다본 장기 전망을 내놨다. 콜레트 크레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8 회계연도 매출이 전년보다 약 7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엔비디아는 수요 둔화보다 공급 부족을 더 큰 변수로 봤다. 크레스 CFO는 AI 관련 수요가 회사의 공급 능력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현재 제시한 성장 전망 역시 실제 수요가 아닌 공급 가능한 물량을 기준으로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급 제약이 없었다면 매출 성장률이 더 높았을 것이란 얘기다.

황 CEO도 "AI는 지금 변곡점에 도달했고 실제 유용한 일을 하기 시작했다"며 "공급 제약이 없다면 성장률은 훨씬 더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메모리를 비롯한 주요 반도체 공급 병목이 2028년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공급망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메모리와 제조시설 등 공급·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장기 구매·공급 약정 규모는 직전 분기 1190억달러에서 이번 분기 2790억달러로 2.3배 급증했다. 증가분 상당 부분은 메모리와 반도체 생산 물량을 확보하는 데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AI 가속기 성능이 높아질수록 탑재되는 HBM의 용량과 대역폭도 함께 커진다. 여기에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일반 서버용 D램 수요까지 끌어올리면서 공급 부족은 HBM을 넘어 전체 메모리 시장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삼성·SK 몸값 더 오르나

이 같은 메모리 품귀는 이미 엔비디아의 수익성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 크레스 CFO는 "최근 메모리 가격 상승 폭이 당초 예상보다 컸으며 내년에는 추가 상승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이번 분기 75%였던 매출총이익률이 3분기 약 74%를 거쳐 4분기에는 71~72%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가 부담이 커진 영향이다.

반대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AI 가속기 생산량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HBM 공급 능력이 부상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공급망 내 위상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고객사들이 장기간 물량을 선점하려는 움직임까지 강해지면서 가격 협상력도 한층 커질 가능성이 있다.

베라 루빈 출하가 본격화하면 HBM4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 양사 실적은 초기 양산 수율과 공급 물량,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세부 사양에 얼마나 안정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갈릴 수 있다.

다만 메모리 가격 강세가 국내 업체에 일방적인 호재인 것만은 아니다. 원가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엔비디아가 AI 가속기 가격을 올리거나 제품별 HBM 탑재 용량과 사양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HBM4부터는 성능뿐 아니라 발열·수율·공급 안정성까지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점도 변수다.

이러한 비용 부담 속에서도 엔비디아의 현금 창출력은 견조했다. 2분기 잉여현금흐름(FCF)은 213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8.7% 늘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현금흐름이 악화한 일부 빅테크와 달리 엔비디아는 AI 투자 열기의 과실을 직접 현금으로 거둬들이고 있는 셈이다.

주주환원 규모도 컸다. 엔비디아는 2분기 자사주 매입과 현금배당을 통해 약 260억달러를 주주들에게 돌려줬다. 분기 말 기준 남아 있는 자사주 매입 승인 잔액도 약 990억달러에 달했다.

반면 매출채권 증가는 부담 요인이다. 아직 회수하지 못한 매출채권은 6개월 전 385억달러에서 630억달러 수준으로 늘었다. 엔비디아는 우량 고객과 다분기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지급 조건을 연장하면서 회수 기간이 길어진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미국 정부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 규제가 이어지면서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2분기 중국에 판매된 이전 세대 AI 반도체 매출은 전체 데이터센터 매출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엔비디아는 3분기 실적 전망에도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을 아예 반영하지 않았다.

시장은 이 같은 부담보다 AI 수요가 여전히 공급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에 더 주목했다. 정규장에서 1.59% 하락했던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와 컨퍼런스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4% 넘게 뛰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 실적과 가이던스를 보면 AI 인프라 투자가 단기 유행에 그치지 않고 장기 성장 국면에 들어섰다는 점이 확인된다"며 "HBM을 비롯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 확대와 수익성 개선 흐름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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