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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HBM' 시대 연다…SK하이닉스, 40억달러 투자 첫삽

  • 2026.08.28(금) 08:13

인디애나에 40억달러 투자…2029년 하반기 양산
연 수십만장 생산능력…엔비디아 등 美 빅테크 공급
곽노정 "메모리 공급 부족 2030년까지 이어질 것"
"조건 맞으면 어디든'…美 추가 투자 가능성도 열어둬

곽노정(가운데) SK하이닉스 CEO가 27일(현지시각)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퍼듀대학교에서 열린 AI 메모리 생산 기지 기공식에서 마이크 브런(왼쪽) 인디애나 주지사, 미치 대니얼스 퍼듀대학교 총장 등 참석자들과 함께 착공을 알리는 버튼을 누른 뒤 축하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미국 인디애나주에 40억달러(약 5조5000억원)를 투자해 생산기지 건설에 들어가면서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게 됐다. 2029년 하반기 양산이 시작되면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에 한국 기업의 '메이드 인 USA' HBM이 공급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HBM 수요 확대를 바탕으로 AI가 이끄는 메모리 호황이 적어도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HBM을 중심으로 시장이 범용 제품에서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재편되면서 과거처럼 공급 과잉과 가격 급락이 반복될 가능성도 낮아졌다는 판단이다.

한국산 D램, 美서 HBM으로 완성

SK하이닉스는 27일(현지시각)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HBM 어드밴스드 패키징 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회사가 미국에 구축하는 첫 생산기지다. 경기 이천 등에서 생산한 D램 웨이퍼를 가져와 패키징 공정을 거친 뒤 미국산 제품으로 주요 고객사에 공급할 계획이다.

2028년 10월 클린룸을 완공한 뒤 2029년 하반기부터 HBM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생산능력은 D램 웨이퍼 기준 연간 수십만장 규모다. 현재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생산량은 연간 약 600만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서는 한국에서 생산한 D램 칩을 여러 장 쌓고 연결해 HBM으로 만드는 첨단 패키징 공정과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R&D)을 함께 진행한다. 미국에서 HBM이 생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인디애나 프로젝트는 미국 최초의 HBM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미국산 HBM을 처음 공급하는 핵심 거점이자 현지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고 경제·안보에 기여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패권 경쟁이 격화하면서 미국이 첨단 반도체 공급망의 자국 내 구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HBM까지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반도체 등 전략산업의 미국 내 생산을 강조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 프로젝트에 약 40억달러를 투입한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라 최대 4억5000만달러의 보조금과 5억달러의 대출을 지원한다.

생산 제품은 현재 주력인 6세대 HBM4보다 진화한 차세대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는 현재 7세대 HBM4E를 개발 중이다. 2029년 가동 시점을 감안하면 당시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의 최신 AI 가속기에 맞춘 제품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 R&D와 인재 확보도 병행한다. SK하이닉스는 웨스트라피엣에 있는 퍼듀대와 차세대 HBM 개발·테스트를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공학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퍼듀대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동시에 전문 인력 확보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 약 1000명이 직접 근무할 예정이다. 건설·운영 인력과 100여개 소재·부품·장비 협력사까지 포함하면 약 7000명의 직·간접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HBM 맞춤형 전환…"과거 같은 급락 없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가 27일(현지시각)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 퍼듀대학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 전략 및 투자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사진=SK하이닉스

이날 기공식에는 곽 사장을 비롯해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 마이크 브라운 인디애나 주지사, 토드 영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곽 사장은 기공식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현재 하강 국면에 대한 뚜렷한 신호는 보이지 않는다"며 "공급 부족이 2030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향후 다운턴이 오더라도 과거와 같은 급격한 침체 가능성은 낮게 봤다. 기존 메모리 시장은 업체들이 유사한 범용 제품을 대량 생산해 경쟁하는 구조여서 수요 예측과 생산 조절이 쉽지 않았다. 호황기에 늘린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풀리면 공급 과잉과 가격 급락으로 이어지는 일이 반복됐다.

하지만 HBM 확산으로 시장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게 곽 사장의 설명이다. HBM은 고객사의 AI 가속기 성능과 사양에 맞춰 설계되는 만큼 메모리 업체와 고객사가 개발 단계부터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그만큼 수요와 생산계획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곽 사장은 "사업 모델이 100% 범용재에서 부분 맞춤형, 나아가 완전한 고객 맞춤형 제품으로 전환되고 있다"며 "HBM은 고객 시스템에서 최고의 성능을 내기 위해 차세대 메모리 개발 단계부터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수요를 좀 더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구조"라며 "다운턴이 오더라도 과거처럼 급격하게 꺾이기보다는 성장세가 둔화되거나 보합에 가까운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했다.

미국 내 추가 투자 가능성도 열어뒀다. 곽 사장은 향후 투자 후보지와 관련해 "아직 확정되거나 압축된 곳은 없다"면서도 "충분한 용수·전력·부지·인재와 지원을 제공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요구해온 현지 전공정 시설 투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인디애나 공장은 한국 등에서 생산한 D램 칩을 적층·연결해 HBM으로 완성하는 후공정 거점인 만큼, 향후 미국 내에서 D램 웨이퍼까지 직접 생산하는 전공정 투자로 범위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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