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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에 1000장"…게이밍 모니터 '찰나의 전쟁'

  • 2026.08.30(일) 15:00

[테크따라잡기]
삼성·LG 나란히 '1000Hz 벽' 돌파…초고주사율 경쟁
삼성은 HD·1100Hz, LG는 FHD 유지하며 1000Hz
해상도·속도 최적점 찾기…게임별 선택지도 넓어져

게임을 하다 화면 구석에서 상대가 갑자기 나타났다고 가정해볼까요. 발견하고 마우스를 움직여 조준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찰나에 불과합니다. 특히 1인칭 슈팅(FPS) 게임에서는 이 짧은 순간이 승패를 가르기도 하죠.

그래서 게이머들이 모니터를 고를 때 중요하게 보는 숫자가 있습니다. 바로 '주사율(Hz·헤르츠)'입니다. 모니터가 1초 동안 화면을 몇 번 새로 그리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인데요. 60Hz라면 1초에 60번, 240Hz라면 240번 화면을 갱신합니다.

같은 움직임이라도 더 많은 장면으로 나눠 보여줄수록 화면은 자연스러워집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상대의 위치도 보다 촘촘하게 확인할 수 있죠. 이 때문에 순간적인 판단과 조작이 중요한 FPS나 e스포츠에서는 고주사율 모니터를 선호합니다.

그런데 최근 이 숫자가 네 자릿수까지 올라갔습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1100Hz와 1000Hz를 구현한 게이밍 모니터를 내놓으면서입니다. 1초에 화면을 1000번 넘게 바꾸는 시대가 열린 겁니다.

화질과 속도의 줄다리기

LG전자가 최근 출시한 24.5형 '울트라기어 25G590B'는 FHD(1920×1080) 해상도에서 1000Hz를 기본 지원합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단순히 '1000Hz'라는 숫자가 아닙니다. 높은 주사율과 FHD 화질을 동시에 구현했다는 점입니다.

해상도를 높이면 한 화면에 표현해야 할 픽셀이 많아집니다. 여기에 주사율까지 높이면 같은 시간 동안 처리해야 할 정보량은 더 늘어나죠. 한 장의 그림을 정교하게 그리면서 동시에 그림을 아주 빠르게 바꿔야 하는 셈입니다.

기존 일부 초고주사율 모니터가 최고 속도를 내기 위해 해상도를 HD 수준으로 낮췄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LG전자는 FHD를 유지하면서 1000Hz를 구현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화면의 잔상을 줄이는 '모션 블러 리덕션 프로(MBR)'도 적용했습니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의 윤곽이 흐릿해지는 현상을 줄여 추적하기 쉽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넓은 시야각과 색 표현에 강점이 있는 IPS 패널도 탑재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접근법은 조금 다릅니다. 게임스컴 2026에서 공개한 27형 '오디세이 G6'는 QHD(2560×1440)에서 600Hz를 지원하고, 듀얼 모드를 사용해 HD로 전환하면 주사율이 세계 최초 1100Hz까지 올라갑니다.

삼성전자는 아예 이용자가 게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방식도 내놨습니다. 32형 '오디세이 OLED G8'은 4K·360Hz를 기본으로 QHD·520Hz, FHD·680Hz까지 세 가지 조합을 지원합니다.

화려한 그래픽을 즐기는 게임이라면 해상도를 높이고, 빠른 화면 전환이 중요한 경쟁형 게임에서는 주사율을 끌어올리는 식입니다. 하나의 모니터에서 화질과 속도의 무게중심을 바꿀 수 있도록 한 거죠.

그렇다면 주사율은 높을수록 무조건 좋을까요.

주사율을 시간으로 바꿔보면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60Hz에서는 화면이 약 16.7밀리초(ms)마다 한 번씩 바뀌고, 144Hz는 약 6.9ms, 240Hz는 약 4.2ms마다 새 화면을 보여줍니다. 1000Hz에 이르면 이 간격이 1ms까지 짧아집니다.

다만 주사율이 2배 높아진다고 체감 성능까지 2배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60Hz에서 120Hz로 높이면 화면 갱신 간격이 약 16.7ms에서 8.3ms로 줄어 8ms 넘게 단축됩니다. 반면 500Hz에서 1000Hz로 높이면 2ms에서 1ms로 줄어드는 데 그칩니다. 이미 주사율이 높은 영역에서는 숫자를 크게 끌어올려도 실제로 줄어드는 시간은 점점 작아지는 셈입니다.

이제는 '체감' 경쟁

PC가 이를 따라갈 수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모니터가 1초에 1000번 화면을 바꿀 준비가 돼 있어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그만큼 많은 프레임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1000Hz를 온전히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패널 응답속도와 입력 지연, 게임 자체의 프레임 처리 능력도 함께 받쳐줘야 하죠.

결국 1000Hz는 모든 게이머에게 반드시 필요한 성능이라기보다 찰나의 차이가 중요한 프로게이머나 경쟁형 FPS 이용자를 겨냥한 영역에 가깝습니다. 동시에 디스플레이가 얼마나 빠른 화면을 구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기술력의 척도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건 삼성전자가 이번 게임스컴에서 모니터만 내세운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FPS와 e스포츠 시장을 겨냥한 24.5형 FHD QD-OLED를 연내 양산하기로 했습니다.

24.5형은 화면 전체를 빠르게 파악하기 쉬워 경쟁형 게임에서 선호되는 크기입니다. 무조건 화면을 키우고 해상도를 높이는 대신 특정 장르와 이용자에게 맞춰 제품을 세분화하고 있는 겁니다.

저장장치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포터블 SSD 'P9'은 USB4를 기반으로 연속 읽기 속도 초당 최대 4000MB, 쓰기는 3800MB를 지원합니다. 이전 T시리즈와 비교하면 약 2배 빨라졌습니다.

고사양 게임과 콘텐츠의 용량이 커지면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속도 역시 사용 경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가 게임스컴에서 모니터와 TV뿐 아니라 스마트폰·SSD·헤드셋까지 한데 묶어 전시한 배경이기도 합니다.

게이밍 하드웨어의 스펙 경쟁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1000Hz를 넘어선 지금부터는 숫자를 얼마나 높이느냐만으로 차별화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해상도와 응답속도, 그래픽 성능 등 여러 요소를 실제 게임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맞물리게 하느냐가 더 중요해질 수 있죠.

결국 게이머에게 중요한 건 모니터에 적힌 '1000Hz'나 '1100Hz'라는 숫자 자체가 아닐 겁니다. 그 1000장의 화면 가운데 필요한 한 장을 얼마나 빠르고 또렷하게 보여주느냐. 초고주사율 경쟁의 다음 승부처도 여기에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테크따라잡기]는 한 주간 산업계 뉴스 속에 숨어 있는 기술을 쉽게 풀어드리는 비즈워치 산업팀의 주말 뉴스 코너입니다. 빠르게 변하는 기술, 빠르게 잡아 드리겠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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