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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가 내리고 마진 뛰고…정유사, 하반기도 이중 호재에 웃는다

  • 2026.09.01(화) 06:40

사우디 OSP 6년 만에 최저치…중동산 투입 부담 완화
설비 차질·비축량 고갈에 글로벌 석유제품 수급난 장기화
디젤·고급 윤활기유 동반 강세…하반기 실적 기대감 커져

생성형AI 챗GPT로 제작한 이미지

국내 정유업계가 원유 도입 단가 하락과 석유제품 가격 강세에 힘입어 올 하반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공식판매가격(OSP) 하락으로 투입 원가는 대폭 낮아진 반면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정제설비 가동 차질과 재고 부족으로 정제마진이 치솟으며 정유 4사 수익을 크게 끌어올릴 전망이다. 

원유 풀려도 제품은 '귀한 몸'

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는 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산 원유 OSP 덕분에 3~4분기 투입 원가 부담을 대폭 덜게 됐다.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는 아시아 지역에 적용하는 아랍라이트 OSP(기준 유가에 덧붙이거나 깎아주는 가격)를 지난 7월 배럴당 9.5달러 할증에서 8월 1.5달러 할인으로 돌려세운 데 이어 9월에는 2달러 할인으로 가격을 더 내렸다. 이는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60%를 웃도는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 구조에 즉각적인 원가 개선 효과를 발생시킨다. 

반면 석유제품 공급난은 원유보다 더디게 풀리며 정제마진을 끌어올리고 있다. 우회 송유관 등 덕에 원유 조달은 숨통이 트였으나 정제설비 복구 지연으로 제품 생산은 여전히 막혀 있어서다. 중동과 러시아 정제설비 피격으로 현재 전 세계 설비의 6.6%, 하루 685만 배럴 생산이 제한되고 있다. 이 여파로 글로벌 정유제품 생산의 12~14%가량이 여전히 묶이면서 정제마진 강세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석유 재고가 2014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고 미국 중간유분 재고도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수출하면서 국내 정유업계의 수익 잣대가 되고 있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하반기 배럴당 30달러 안팎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는 업계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를 6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아람코는 정상화 이후에도 글로벌 재고를 다시 채우는 데만 최대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은 유가 자체보다 원유와 제품 가격의 상대 변화가 결정한다"며 "OSP 하락으로 투입 원가는 낮아지는 반면 설비 복구 지연과 낮은 재고로 제품 가격 하락이 더디게 나타나 정유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원유 물류가 회복돼도 정제·전력·탈황시설 복구와 재고 확충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선진국 설비 폐쇄와 제한적인 순증설까지 감안하면 과거 수준으로 빠르게 복귀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공급난에 판가 방어…손익분기점 6배 '훌쩍'

그래픽=비즈워치

제품별로는 등·경유 중심의 중간유와 고급 윤활기유(Group III)가 하반기 정유사들의 현금창출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유사들이 마진이 높은 디젤 생산에 반제품 원료인 감압경유(VGO)를 우선 투입하면서 윤활기유 공급 부족이 심화됐고 이에 따라 윤활기유 스프레드(원자재와 제품 가격의 차이)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실제로 지난 2분기 국내 4사의 윤활유 부문 합산 영업이익은 1조7100억원(SK이노베이션 6919억원, 에쓰오일 4774억원, GS칼텍스 3576억원, HD현대오일뱅크 1814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을 보였다.

정유와 윤활 부문의 동반 호황으로 확보한 현금을 다루는 각 사의 전사적 셈법은 사업 구조와 당면 과제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아람코의 안정적인 공급망 덕분에 OSP 인하 혜택을 가장 온전히 누리는 가운데 9조원대 울산 석유화학 시설인 샤힌 프로젝트의 대규모 설비투자가 정점을 지나고 있다. 올해 2조1000억원에 달하던 투자 지출이 내년 5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3조3000억원까지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샤힌 프로젝트 투자 집행으로 20% 수준까지 낮아졌던 배당성향을 투자 이전 수준인 30%대로 다시 끌어올릴 수 있는 재무적 여력이 부각되는 이유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하루 84만 배럴에 달하는 국내 최대 정제설비와 글로벌 1위 고급 윤활기유 생산 기반을 갖췄다. 증권가에서는 정유와 윤활 부문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이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투자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흡수합병에 따른 재무 부담을 완충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지난 2분기 정유 부문 2조2000억원을 포함해 총 2조55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실적을 견인했다. 정유 사업에서 거둔 이익은 지주사인 GS의 배당 재원 확대로 이어지는 한편 100% 자회사인 GS AI인프라가 추진 중인 동해 1.2GW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등 미래 신사업 투자를 뒷받침할 재무적 기반이 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글로벌 재고 부족과 해협 재봉쇄 영향으로 하반기 유가가 기존 전망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등·경유 또한 지정학적 불안에 따른 공급난으로 3분기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자체 전망했다. 40%를 웃도는 고도화 설비를 갖춘 만큼 등·경유 중심의 제품 가격 상승 수혜를 볼 것이라는 평가다.

앞선 이 연구원은 "정유업은 고정비가 커 정제마진 상승분이 이익 증가로 직결되는 구조"라며 "특히 국내 정유사는 높은 고도화율과 수출 비중 덕분에 아시아 제품 공급 부족에 따른 마진 강세 수혜가 크다"고 밝혔다.

이어 "유가 하락에 따른 단기 재고평가손실이 있더라도 제품가격이 유지된다면 원유 구매비용을 낮춰 수익성과 현금흐름에 오히려 긍정적"이라며 "결국 실적은 유가 방향보다 제품가격과 원유 투입원가의 차이가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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