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기가 글로벌 대형 고객사로부터 1조원이 넘는 인공지능(AI) 서버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를 수주했다. 단일 MLCC 장기공급계약(LTA)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AI 서버 확대로 고성능 MLCC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공급업체가 제한돼 있어 삼성전기의 수주 확대와 판가 상승이 동시에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기는 글로벌 대형 기업과 1조722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계약 기간은 내년 1월부터 12월까지 1년이다. 계약 상대방은 비밀유지 조항에 따라 공개하지 않았다.
MLCC는 전자회로에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조절하고 부품 간 신호 간섭을 막는 핵심 수동부품이다. AI 서버용 제품은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24시간 가동을 견뎌야 해 일반 제품보다 높은 용량과 신뢰성이 요구된다. 제조 기술과 품질 관리 난도가 높아 생산 가능한 업체도 많지 않다.
AI 서버 한 대에 들어가는 MLCC는 일반 서버보다 10배 이상 많다.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중앙처리장치(CPU), 메모리 등을 대거 탑재하면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부품 수요도 함께 늘기 때문이다.
장기계약 3.3조…고부가 전환 가속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AI 서버용 MLCC 시장이 지난해 14억달러에서 2030년 58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약 34%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해 일본 무라타와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다. 고성능 제품을 안정적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제한된 상황에서 주문이 몰리며 공급 부족도 나타나고 있다.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이 길어지는 동시에 판매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증권가는 삼성전기의 MLCC 판가가 20~30%가량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IT 유통채널용은 평균 약 30%, 데이터센터용은 제품별로 약 20% 수준의 인상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IT 직거래 제품도 지난 6월부터 고객사와 가격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조현지 DB증권 연구원은 "MLCC와 고부가 반도체 기판(FCBGA) 모두 공급 제약과 기술적 장벽이 명백해 가격 추가 인상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삼성전기는 늘어나는 AI 부품 수요를 장기계약으로 선점하고 있다. 이번 계약을 포함해 지난 5월부터 실리콘 캐패시터와 AI 서버용 MLCC에서 공시 기준 총 3조3200억원 규모의 장기공급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현재 글로벌 기업 10여곳과 MLCC 장기계약을 맺었고 추가 고객사와도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장기계약 확대는 실적 안정성과 제품 믹스 개선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범용 IT 부품보다 수익성이 높은 AI·데이터센터용 제품의 매출 비중이 커지는 데다 공급 부족에 따른 판가 인상 효과까지 더해질 수 있어서다. FCBGA 역시 고부가 제품 비중이 올해 약 60%에서 내년 70%에 가까워질 것으로 전망돼 AI 관련 부품이 삼성전기의 실적 성장을 이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이번 계약은 삼성전기의 기술력과 공급 안정성을 글로벌 고객사가 인정한 결과"라며 "AI 서버용 고신뢰성 MLCC 공급을 확대해 AI 시장에서 확고한 리더십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