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의 장녀인 김주원 부회장이 최근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DB Inc.(이하 DB) 지분을 사들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김 부회장의 동생이자 김 창업회장의 장남(김남호)이 50세에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고, 올해 김 명예회장이 "부친께 맞설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는 입장문을 낸 것과 대조적인 행보여서다.

2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DB 650만주(3.23%)를 96억원에 매수했다. 매입 방식은 기관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인수하는 시간외매매(블록딜)이고, 인수대금은 대출 없이 근로소득 등을 통해 현금으로 마련했다. 김 부회장의 DB 지분은 기존 9.87%에서 13.1%로 늘었다.
김 부회장이 시장에서 DB 주식을 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회장은 2004년 김 창업회장으로부터 DB 지분 11.21%를 증여받았고, 2021년 모친으로부터 0.68%를 상속받았다.
김 부회장의 첫 DB 주식 매입이 관심 끄는 이유는 작년부터 수면 위로 드러난 DB그룹의 예상치 못한 경영권 변화 때문이다.
DB그룹은 2020년 김 창업회장의 장남(김남호)이 회장에 오르며 승계가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지난해 김남호 회장이 돌연 명예회장으로 추대되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부자간 갈등이 수면 위로 오르자 올해 3월 김 명예회장은 "부친과 일부 이견이 있었던 적은 있지만 부친께 맞설 생각을 한 적은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입장문을 냈다.
김 명예회장의 입장문 배포이후 잠잠하던 DB그룹에 그의 누나인 김 부회장이 DB 주식을 사들인 것이다.
업계에선 이번 김 부회장의 DB 지분 매입을 그룹 내 기반 다지기 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연세대에서 음악을 전공한 김 부회장은 2021년에서야 DB하이텍 미국법인 사장으로 그룹에 발을 들였다. 그는 2022년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현재는 그룹의 경영 자문을 맡고 있다. 이번 지분 매입으로 대외적으로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다.
지난 3월 김 명예회장의 입장문 발표 이후 잠잠한 그룹 경영권도 당분간 현 체제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DB그룹은 김 창업회장의 최측근인 이수광 그룹회장이 맡고 있다. 업계에선 김 창업회장이 경영자문을 통해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창업회장 체제'가 확고한 만큼 김 부회장의 지분 매입을 경영권 분쟁이나 계열 분리에 대비한 지분 매입으로 확대 해석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김 회장이 보유한 DB 지분이 승계의 핵심이다. DB 지분구조는 △김준기 창업회장 15.91% △김남호 명예회장 16.83% △김주원 부회장 13.1% 등 오너 일가가 45.84%를 확보하고 있는데 김 창업회장의 지분에 따라 경영권 무게 중심이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그룹의 캐시카우인 DB손해보험 지분을 김준기 창업회장(6.43%), 김남호 명예회장(9.74%), 김주원 부회장 (3.4%) 등이 나눠 갖고 있다. 알짜인 DB손해보험을 제쳐두고 DB 지분 변화만으로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해석하기 어려운 지배구조인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책임 경영을 위한 지분 매입"이라며 확대해석에 대해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