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TV=검은 직사각형’은 옛말…삼성, 디자인 공식 바꾸는 까닭

  • 2026.09.03(목) 16:24

'닮은꼴' 미니멀리즘 탈피…제품마다 다른 디자인 언어
기능·형태·색상·소재까지 제품 역할 따라 차별화
OLED TV SH95로 첫발…14개 커스텀 프레임 선봬
포르치니 "인간의 아름다움은 다양성, 소비자에 선택권"

마우로 포르치니 삼성전자 DX부문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사장이 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 2026'에서 삼성전자의 새 디자인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사진=강민경 기자

삼성전자가 TV·스마트폰·가전 등 전자제품의 디자인 공식을 바꾼다. 기술 업계의 표준처럼 굳어진 '얇고 단순한' 미니멀리즘에서 벗어나 제품마다 다른 개성과 감성을 담고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춰 고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AI)이 제품의 역할과 사용 방식까지 바꾸면서 디자인의 범위도 넓어진다. 외형을 꾸미는 데 그치지 않고 TV·로봇 등 각종 기기가 사람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까지 설계, 'AI 시대의 인간 중심 디자인'을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AI 시대 차별화는 인간의 감성과 상상력"

마우로 포르치니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부문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사장은 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 2026' 기자간담회에서 "인간의 아름다움 중 하나는 다양성"이라며 "사람들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포르치니 사장은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의 새로운 디자인 원칙인 '디자인은 사랑의 표현(Design is an Act of Love)'을 제시했다. 기술과 제품은 인간을 이해하고 삶을 더 낫게 만드는 데 쓰여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그동안 기술 업계의 제품 디자인이 미니멀리즘이라는 하나의 언어로 수렴해 왔다고 봤다. TV·냉장고·스마트폰·웨어러블 기기 등이 브랜드만 다를 뿐 비슷한 모습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특히 TV는 '얇은 검은색 직사각형'이라는 형태로 사실상 정형화됐다.

반면 사람들이 꾸미는 공간과 입는 옷은 모두 다르다. 테이블·조명·벽지·의자 하나까지 각자의 취향에 따라 고른다. 포르치니 사장은 "행사장에서 참석자들에게 선호하는 작품을 물었을 때도 선택이 제각각이었다"며 "사람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서로 다른 디자인을 본능적으로 원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이런 문제의식에서 내놓은 전략이 '익스프레시브 디자인(Expressive Design)'이다. 모든 제품에 하나의 디자인 문법을 적용하는 대신 기능과 사용 목적에 따라 형태·색상·소재·사용자환경(UI)을 달리하는 방식이다. 기능적 완성도에 더해 시각적 독창성과 감성적 경험까지 함께 담는 것이 핵심이다.

포르치니 사장은 "시장 상황이나 경쟁사 제품을 먼저 좇기보다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디자인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기술과 브랜드 역량도 결국 이를 구현하는 데 쓰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제품의 색상과 형태로 시각적 차별성을 주는 동시에 기능에서도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이다. 가령 건강과 웰빙을 위한 제품에는 따뜻하고 포용적인 색상을, 창작 활동을 돕는 제품에는 보다 대담하고 역동적인 색을 적용하는 식이다. 색과 소재를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제품의 역할과 성격을 드러내는 요소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휴머노이드만이 답 아냐"…AI 폼팩터 다양화 예고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디자인 마이애미 서울 2026' 삼성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전시 공간을 둘러보고 있다./영상=삼성전자

해당 전략을 가장 먼저 구현한 제품 중 하나가 2026년형 플래그십 OLED TV 'SH95'다. 삼성전자는 OLED 패널의 얇은 특성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드러내기 위해 화면 뒤쪽에 구조물을 배치한 '플로트 레이어 디자인(Float Layer Design)'을 적용했다. 화면이 메탈 플레이트 위에 떠 있는 듯한 형태다.

포르치니 사장은 "삼성은 기술 혁신의 회사"라며 "OLED의 얇은 두께 자체를 디자인 요소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화면 앞쪽을 프레임으로 감싸는 대신 구조물을 뒤로 보내 디스플레이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살렸다.

여기에 깃털 장식이나 액자 형태 등 다양한 커스텀 프레임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에서 국내 아티스트 14팀과 협업해 서로 다른 소재와 형태의 프레임을 선보였다. TV를 단순한 검은색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공간과 취향에 따라 모습을 바꿀 수 있는 디자인 오브제로 확장한 것이다.

아티스트들은 작품 제작 과정에서 AI도 활용했다. 각자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결과물을 변환하고 조정·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포르치니 사장은 인간과 AI가 결과물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어느 한쪽만으로는 만들기 어려운 새로운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접근을 'AI × (EI+HI)'로 표현했다. AI에 인간의 감정지능(EI·Emotional Intelligence)과 상상력(HI·Human Imagination)을 결합해 창의성과 가능성을 키우겠다는 의미다. 포르치니 사장은 AI 기술이 점차 비슷해질수록 이를 활용하는 사람의 감성과 창의성이 차별화 요소가 될 것으로 봤다.

AI의 확산은 제품 디자인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포르치니 사장은 "TV는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디스플레이에서 사용자가 상호작용하는 AI 기기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집에 들어와 스마트폰을 충전기에 올려두면 TV가 AI와의 접점을 이어받아 날씨나 각종 정보를 알려주고 업무를 돕는 'AI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에 맞춰 미래 TV의 산업디자인뿐 아니라 사용자경험(UX)과 UI까지 함께 설계하고 있다.

포르치니 사장은 이를 TV 디자인의 또 다른 변곡점으로 봤다. 과거 브라운관 TV는 제품마다 형태가 다양했지만 2000년대 평면 TV가 등장한 뒤 '얇은 화면'이 혁신의 상징이 되면서 디자인이 비슷해졌다. 이제 TV가 AI 기기로 역할을 넓히면서 다시 새로운 형태가 등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간 중심 디자인은 슬로건이나 마케팅 문구가 아니다"라며 "내가 소비자에게 무엇이 옳다고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로봇도 같은 흐름에서 바라봤다. 포르치니 사장은 "로봇을 디자인 관점에서 보면 본질적으로 AI의 물리적 구현"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업계가 휴머노이드에 집중하고 있지만 AI가 반드시 사람의 모습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니며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폼팩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사람의 이성적·감성적 욕구를 이해하고 이를 가장 잘 충족할 수 있는 형태가 무엇인지 찾아야 한다"며 사람의 삶에 지나치게 침범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스마트폰과 웨어러블부터 TV·냉장고·생활가전까지 일상 전반을 아우르는 제품군을 강점으로 활용해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AI와 연결되는 경험을 구현할 계획이다.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과 워치가, 집에서는 TV와 냉장고·스피커 등이 AI와의 접점이 되는 방식이다. 향후 AI에 특화된 새로운 폼팩터도 검토하고 있다.

naver daum
  • 오늘의 운세
  • 오늘의 투자운
  • 정통 사주
  • 고민 구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