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MBK·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다시 한 번 판정승을 거뒀다. 최 회장을 필두로 한 고려아연 측이 이번 임시주주총회에서 추천한 후보들을 모두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하면서다.
다만 양측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는 장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MBK·영풍 측이 추천한 독립이사 후보 2명도 이사회 진입에 성공한 데다 득표 순위에서도 나란히 1·2위에 오르면서 최대주주로서의 영향력이 여전히 강하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이사회 19명 가운데 9명의 임기가 한꺼번에 끝날 예정인 만큼 최윤범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할 경우 이사회 내 우위를 장기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윤범, 또다시 한판 승
9일 고려아연은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독립이사 4명과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을 새롭게 선임했다.
이번 임시주총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9명 가운데 최윤범 회장 측 12명, MBK·영풍 측 7명으로 구성됐다. 최 회장 측이 이사회 과반을 지키며 경영권 방어에 다시 한 번 성공한 셈이다.
독립이사 선임에서는 양측이 2석씩을 나눠 가졌다. 다만 득표 순위에서는 MBK·영풍 측이 앞섰다. MBK·영풍이 추천한 심혜섭 후보와 이준봉 후보가 각각 1883만9581표, 1883만4848표를 얻어 1·2위를 차지했다. 고려아연 측 이형규 후보와 서은숙 후보는 각각 1837만8096표, 1837만5829표로 뒤를 이었다.
MBK·영풍 측 두 후보는 고려아연 측 후보들보다 평균 약 46만표를 더 얻었다. 집중투표제 특성상 후보별 득표수를 각 진영의 단순 지지율로 환산하기는 어렵지만, MBK·영풍 측이 보유 지분과 우호 주주를 바탕으로 상당한 표 결집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번 주총의 승부처였던 감사위원 분리선출에서는 최윤범 회장 측이 승기를 잡았다.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에는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백인규 후보가 선임됐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에는 대주주 등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 적용됐다. 이에 따라 일반적인 이사 선임보다 대주주의 지분 우위가 희석되고 기관과 외국인, 일반주주 등의 표가 상대적으로 큰 영향력을 갖는다.
백인규 후보는 509만2815주의 찬성표를 얻어 찬성률 81.8%로 선임됐다. 반면 MBK·영풍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의 찬성률은 27.93%에 그쳤다.
이를 두고 MBK·영풍이 지분 우위를 바탕으로 독립이사 선거에서는 상대적으로 강한 표 결집력을 보여준 반면,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된 감사위원 선거에서는 최윤범 회장 측이 우위를 보여 '캐스팅보트'인 소액주주, 외국인 등의 표심은 확보했다는 분석이다.
경영권 분쟁, 내년 3월 다시 '분수령'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다시 한 번 분수령을 맞을 전망이다.
현재 19명인 이사회 가운데 내년 3월에는 9명의 임기가 끝난다. 이 가운데 최윤범 회장 측 인사는 6명, MBK·영풍 측 인사는 3명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현재 12대 7인 이사회 구도 역시 내년 주총 결과에 따라 크게 재편될 수 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 MBK·영풍 측이 최대주주로서 강한 표 결집력을 보여줬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내년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져 임기가 끝나는 9석 가운데 MBK·영풍 측이 5석을 확보할 경우 이들 측 이사는 현재 7명에서 9명으로 늘어난다. 최윤범 회장 측과의 격차 역시 10대9까지 좁혀질 수 있다.
향후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독립이사 선임에는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는 만큼 MBK·영풍의 지분 우위가 그대로 이사 선임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번 임시주총의 감사위원 선거에서도 대주주 영향력이 제한되자 고려아연 측 후보가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럼에도 지분율의 영향력으로 인해 현재보다 이사회 내 격차가 좁혀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최윤범 회장 측에 부담이다. MBK·영풍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한 채 향후 주주총회에서도 일정 수준의 표 결집력을 이어간다면 수차례 이사 선임을 거치며 이사회 과반을 위협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윤범 회장 측으로서는 향후 이사회 재편이 본격화하기 전에 MBK·영풍과의 지분 격차를 좁히거나 안정적인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경영권 수성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