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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범용' 아닌 '전문가 AI' 집중…"100개 산업 난제 풀었다"

  • 2026.09.14(월) 16:11

논문 368편 채택, 특허 1080건 출원 등 AI 역량 확보
제조·과학·금융 맞춤 솔루션으로 공정·실험·예측 자율화
임우형 연구원장 "좋은 모델보다 현장 문제 해결이 미션"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이 14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 콘서트 2026'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LG가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범용 인공지능(AI) 체급 경쟁 대신 공장과 연구실, 금융 등 각 산업에 특화한 '전문가 AI'로 기업용(B2B) 시장 선점에 나섰다. 제조·금융·과학 관련 독자 모델과 24시간 자율 실험 인프라를 결합, 글로벌 기업들에 실질적인 공정 효율과 비용 절감을 제공해 독자적인 수익 활로를 뚫겠다는 구상이다.  

불량 잡고 소재 캐고

14일 LG AI연구원은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 컨버전스홀에서 'LG AI 토크 콘서트 2026'을 열고 제조·금융·과학 등 주요 분야의 산업 난제를 해결하는 전문가 AI와 상용화 성과를 전면 공개했다.

14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콘서트 2026'에서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도다솔 기자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임우형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은 "이미 세상에는 뛰어난 답변을 생성하는 범용 AI 모델이 넘쳐나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수많은 변수와 단 1%의 예외까지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지능이 필요하다"며 "좋은 모델을 개발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현장 문제를 풀어 기업의 실질적 성과를 증명해야 산업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이 LG AI연구원이 각 산업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춘 전문가 AI 개발에 집중해 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LG AI연구원은 2020년 12월 출범 이후 배터리 수명 예측, 불량 선별, 공정 최적화 등 누적 100여건의 산업 난제를 해결해 왔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최상위 AI 학회 논문 368편 채택, 국내외 특허 1080건 출원 등 독자적인 연구개발(R&D) 체력을 입증했다.

제조 분야 혁신의 축은 공정 조건과 품질 데이터를 분석하는 엑사원 태뷸러(EXAONE Tabular)다. 엑사원 태뷸러는 텍스트를 읽는 언어 모델과 달리 온도, 압력, 수율 등 표(Table) 형태의 수치와 분류 속성 데이터 분포를 사전 학습해 다음 행과 셀의 결괏값을 도출하는 정형 데이터 특화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1억개 이상의 테이블 데이터를 미리 학습해 초기 공정 데이터가 부족한 환경에서도 즉각적인 예측을 수행한다.

실제 LG이노텍의 반도체 기판과 전자 부품 제조 공정에 도입된 결과 가시적인 시간 단축 효과가 확인됐다. 유정선 LG이노텍 AX담당은 "기존 머신러닝 방식은 공정 조건이 바뀔 때마다 최소 14일, 약 300시간 이상의 생산 데이터를 축적해 재학습을 거쳐야 했다"며 "엑사원 태뷸러는 50시간 내에 변화된 조건을 반영해 추론을 마쳐 모델 도입 리드타임을 85% 줄였다"고 밝혔다.

현장 데이터의 불완전성을 극복한 점도 생산성 개선을 뒷받침했다. 이순영 LG AI연구원 데이터 인텔리전스 랩장은 "센서 누락 등으로 현장 데이터의 20%에 결측치가 발생해도 안정적인 예측을 유지했다"며 "모델 파라미터가 2600만개 수준으로 가벼워 공장 내부 폐쇄망 서버에 즉시 배포할 수 있어 핵심 기술 유출 위험도 원천 차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제품 외관이 바뀌어도 재학습 없이 불량을 판정하는 비전 검사 에이전트 '엑사원 옴니 인스펙트'를 연내 생산 라인에 투입해 다품종 소량 생산 공정의 수율 방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신소재와 바이오를 아우르는 과학 분야에서는 24시간 가동되는 AI 자율 실험실을 처음 공개했다. AI 물질 설계 플랫폼 '엑사원 디스커버리'가 합성을 예측하면 로봇 팔과 자동화 설비가 실제 실험을 수행하고 도출된 결과 데이터를 AI가 다시 흡수해 다음 실험을 설계하는 체계다.

박제섭 LG화학 R&D AX추진팀장은 "단순 시험 자동화가 정해진 절차를 기계가 반복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자율 실험실은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AI가 다음 조건을 스스로 제안하고 선택해 발견의 속도 자체를 바꾸는 체계"라고 정의했다.

실제 적용 사례도 구체화됐다. 에너지기업 GS칼텍스와 차세대 AI 데이터센터 액침 냉각유 소재 개발 개념검증을 진행해 후보 물질 발굴 기간을 단축했으며 연내 자율 실험실을 정식 가동해 미지의 화학 영역 탐색을 가속화할 방침이다.

소재 탐색 기술은 탈모와 중증 질환 등 바이오·헬스케어 영역으로도 뻗고 있다. 앞서 LG AI연구원은 LG생활건강과 42만개 물질을 하루 만에 스크리닝해 탈모 완화 기능성 물질 '람시딜'을 발굴했다. 

의료와 행정 현장의 시간도 줄이고 있다. 미국 밴더빌트대 메디컬 센터와 협력 중인 병리 분석 모델 '엑사원 패스'는 평균 4주 이상 걸리던 맞춤형 암 치료 전략 도출 기간을 하루로 단축했다. 아울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 허가 심사 AI에도 '엑사원 4.5'를 탑재해 방대한 신약 심사 기간을 줄이는 역할을 맡는다.

런던 증시·오일머니 잡았다…다음 격전지는 로봇

금융 부문에서는 재무제표와 텍스트 뉴스를 결합 분석하는 엑사원 BI(Business Intelligence)를 앞세워 글로벌 기관투자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개별 기업의 4주 뒤 미래 전망을 도출할 때 공시와 평균 2만건에 달하는 뉴스를 동시에 처리한다.

글로벌 계약 성과도 가시화됐다. 이화영 LG AI연구원 AI사업개발부문장은 "1월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과 글로벌 주가 예측 솔루션을 선보인데 이어 7월 코스콤과 국내 상장사 대상 서비스를 출시했다"며 "국내 대형 증권사는 물론 북미 최대 연기금, 중동 글로벌 국부펀드, 영국 대형 헤지펀드 등과 도입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단순 수치 제공에 그치지 않고 판단 이유를 서술형 코멘터리로 입증하는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이 기관 수주를 이끈 핵심 배경이다. 아르만 사호비치 LSEG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금융권은 환각이 절대 허용되지 않는 분야"라며 "엑사원 BI는 결과값의 도출 근거를 역추적할 수 있는 감사 가능성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LG 측에 따르면 데이터 250억건과 가상 시계열 데이터 2조건을 학습한 예측 모델 엑사원 포어캐스트는 아람코 디지털 PoC에서 원유 가격 예측 정확도 98.55%를 기록했다.

14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LG AI 토크콘서트 2026'에서 조지 카메론(왼쪽)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 공동 창업자와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겸 최고AI과학자(CSAI)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도다솔 기자

이날 행사에 참석한 글로벌 독립 AI 평가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는 LG의 특화 모델 중심 노선이 천문학적인 인프라 비용 장벽을 겨냥한 실리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조지 카메론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공동 창립자는 "지능 최상위 독점 모델과 고효율 모델 간에는 작업 건당 비용이 100배 이상 차이 난다"며 "모든 업무에 고비용 프론티어 모델을 투입할 수 없는 기업 환경에서 현장 특화 도메인 모델이 현실적인 투자수익률을 제공한다"고 진단했다. 

이홍락 LG AI연구원 공동 연구원장 겸 최고AI과학자(CSAI)도 "산업 특화 유스케이스에 집중하면서도 범용 인공지능(AGI)의 핵심 연구를 지속해야 장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짚었다.

LG AI연구원은 독자적 추론 역량을 높인 K-엑사온 3.0 프로젝트와 함께 물리 세계에서 기계를 구동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공정 예측 모델, 비전 검사, 로봇 제어를 하나로 묶는 AI 오케스트레이터를 구축해 사람이 생산 목표만 제시하면 공장 전체가 스스로 운영되는 완전 자율 제조 시대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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