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 노사가 다시 마련한 임금·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총투표를 통과했다. 지난달 첫 잠정합의안이 불과 25표 차로 부결된 지 22일 만이다. 논란이 됐던 성과급의 현금 지급 비중을 높이고 기존 이연 성과급을 앞당겨 지급하기로 한 것이 조합원 표심을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전임직(생산직) 노조인 이천·청주 노조가 지난 15일 오전 6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2026년도 임단협 재합의안'을 놓고 총투표를 진행한 결과 찬성률 57.08%로 최종 가결됐다.
전체 선거인 1만6039명 가운데 1만5297명이 참여해 투표율은 95.37%였다. 찬성 8731표, 반대는 6566표(42.92%)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노사는 약 3주간 이어진 재교섭을 마무리하고 올해 임단협 타결 수순을 밟게 됐다.
이번 수정안의 핵심은 초과이익분배금(PS)의 현금 지급 비중 확대다. 첫 잠정합의안은 전체 성과급의 40%를 현금, 60%를 자사주로 지급하도록 했지만 수정안에서는 이를 현금 50%, 자사주 50%로 조정했다.
PS 지급 방식의 큰 틀은 유지된다. 전체 PS의 80%를 당해 연도에 지급, 나머지 20%는 1년 뒤와 2년 뒤 각각 10%씩 나눠 지급한다. 다만 당해 지급분 80% 가운데 현금 비중을 50%로 늘리고 자사주 비중은 30%로 낮췄다. 이연되는 20%는 모두 자사주로 지급해 전체 기준으로는 현금과 자사주를 절반씩 받는 구조다.
구성원의 선택권도 넓혔다. 원하는 직원은 기본 50%인 자사주 지급 비중을 10%포인트 단위로 높여 최대 100%까지 선택할 수 있다.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산정됐지만 내년과 내후년에 나눠 지급할 예정이던 PS 이연분 20%도 앞당겨 지급키로 했다. 주택대출 추가 지원 대상에는 기존 기혼 가구 외에 한부모 가정도 포함됐다.
앞서 노사는 임금 6.3% 인상과 PS의 현금 40%·자사주 60% 지급 등을 담은 첫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난달 25일 전임직 노조 투표에서 찬성 7510표(49.92%), 반대 7535표(50.08%)로 불과 25표 차로 부결됐다. 당시 성과급의 자사주 지급 비중을 놓고 구성원 사이에서 이견이 컸다.
이후 노사는 재교섭을 거쳐 지난 9일 수정안을 마련했다. 노조도 수정안 공개 이후 조합원 설득에 적극 나섰다. 청주 노조는 23차례, 이천 노조는 18차례에 걸쳐 교대 근무 조합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노조위원장이 직접 합의 내용을 설명하며 수정안의 취지와 자사주 지급의 장점 등을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회사가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자사주를 받는 구성원 역시 주주로서 그 혜택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찬성률이 57.08%에 그친 만큼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내부 이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첫 투표 때보다 수정안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졌지만 반대표도 42.92%에 달했다.
아울러 이번 합의안에는 업황 악화로 적자가 발생할 경우 임금 일부를 이연하는 방안도 담겼다. 호황기에는 성과를 공유하고 불황기에는 노사가 부담을 나누겠다는 취지다.
SK하이닉스는 추석 연휴 전 노사 합동 조인식을 열고 올해 임단협 타결을 공식화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대승적 결단을 내린 노동조합과 구성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마주할 도전 과제들도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슬기롭게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성과급 지급 방식을 둘러싼 법적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지난 15일 SK하이닉스 이사회 구성원 전원과 노조 집행부를 배임 혐의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연동해 지급하는 방식이 사실상 회사 이익을 처분하는 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삼성전자 이사회와 노조 집행부도 같은 취지로 잇달아 고발했다.
고용노동부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것은 의무적 교섭이나 조정·쟁의행위 대상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노사가 자율적으로 교섭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