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 노동조합이 한화그룹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참여는 물론 향후 인수 가능성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KAI 매각이 본격화한 것은 아니지만 인수 주체도, 피인수 대상도 아닌 제3의 경쟁기업 노조가 다른 기업의 경영권 문제에 직접 목소리를 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LIG D&A 노조는 한화가 KAI를 인수하게 되면 단순한 주주 변경을 넘어 향후 방산 일감과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한화에게만 유리한 구도가 깔릴 거란 위기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향후 KAI 매각이 공식화 하면 LIG D&A 노조가 낸 목소리가 '딜레마'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LIG D&A 노조의 '이례적 참전'
지난 14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LIG D&A 지회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KAI노동조합은 한화의 KAI 경영권 확보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들어 한화가 계열사들을 통해 KAI 지분을 잇달아 확보하고 보유 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하면서 향후 추가 지분 확보와 인수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두 노조는 국산 완제기 플랫폼을 생산하는 KAI가 특정 방산기업 계열로 편입될 경우 경쟁업체의 사업 참여와 공급망의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놨습니다.
방산업계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LIG D&A 노조의 참여입니다. KAI 노조는 경영권 변화를 직접적으로 겪을 수 있는 이해당사자이지만 LIG D&A는 아닙니다.
향후 KAI가 실제 매물로 나올 경우 LIG D&A 역시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될 순 있지만 현재 한화와 KAI의 관계에서는 제3자인 건데요. 직접적인 거래 당사자가 아닌 경쟁기업 노조의 공개적 반대는 꽤 흔치 않은 모습이라는 평가입니다.
두 노조의 상급단체가 다르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LIG D&A 지회는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KAI 노조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소속입니다. 양대 노총이 최저임금이나 노동법 등 노동계 공통 현안을 놓고 공동행동에 나선 사례는 적지 않지만 특정 기업의 경영권 문제를 놓고 서로 다른 회사의 노조가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LIG D&A노조는 왜 목소리를 냈을까
LIG D&A 노조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배경에는 회사의 사업구조에 기인한다는 평가입니다.
LIG D&A는 정밀유도무기와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항공전자, 전자전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상당수 영역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 한화 방산 계열사와 경쟁하거나 협력하는 관계입니다. 여기에 한화가 KAI라는 항공기 플랫폼 사업자까지 확보할 경우 기존 경쟁구도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노조의 우려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KF-21 장거리공대공유도탄 사업입니다. 최근 마감된 체계개발 시제업체 사업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LIG D&A 컨소시엄이 각각 제안서를 제출하며 맞붙었습니다.
체계개발과 후속 양산을 합친 전체 사업규모는 약 1조9000억원에 달합니다. 어느 업체가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향후 KF-21에 무장을 탑재하기 위해서는 KAI와의 소프트웨어 연동과 비행시험, 무장 체계통합 등이 필요합니다.
현재처럼 KAI가 독립된 플랫폼 사업자로 존재할 때는 한화와 LIG D&A가 개별 무기체계와 장비를 놓고 경쟁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향후 한화가 KAI의 경영권까지 확보할 경우 한화는 유도무기와 레이다, 항공전자뿐 아니라 이들 장비가 탑재되는 KF-21·FA-50 등 완제기 플랫폼까지 그룹 안에 두게 됩니다.
LIG D&A 노조가 문제 삼는 것도 바로 이 '플랫폼 지배력'입니다. 한화 중심의 수직계열화가 강화될 경우 경쟁업체의 사업 참여 기회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물론 한화가 KAI를 인수한다고 해서 실제 협력업체 선정이나 방산사업 참여가 곧바로 제한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방산사업은 정부가 발주하고 경쟁입찰과 체계개발 절차를 거치는 만큼 KAI나 한화가 모든 공급업체를 임의로 결정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닙니다.
다만 기존 경쟁사가 핵심 장비와 완제 항공기 플랫폼을 동시에 거느리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LIG D&A 구성원들이 장기적인 일감과 고용 문제까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충수 우려 나오는 이유
다만 LIG D&A 노조의 이번 행보가 향후 스스로에게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습니다. LIG D&A 역시 KAI가 실제 매물로 나올 경우 인수 후보군 가운데 하나로 거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LIG D&A가 KAI를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정밀유도무기와 항공전자, 전자전 장비를 공급하는 방산업체와 군용 항공기 플랫폼 사업자가 하나의 기업집단 아래 묶이는 구조가 만들어집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LIG D&A 노조가 현재 한화의 KAI 경영권 확보를 우려하며 제기한 '수직계열화'와 '플랫폼 중립성' 문제가 똑같이 제기될 수 있는 겁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이나 대한항공 등 다른 잠재 후보가 KAI 인수전에 등장하더라도 비슷한 질문은 남습니다. 현대로템을 보유한 현대차그룹은 방산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대한항공 역시 무인기와 항공우주 등 방산사업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KAI와의 사업 중복 정도나 수직결합 효과는 서로 다른 만큼 한화-KAI 결합과 동일한 경쟁제한 효과가 발생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같은 논리를 펼칠 수 는 있는거죠.
결국 향후 KAI 매각이 현실화할 경우 LIG D&A 노조가 내세운 원칙의 범위도 보다 분명해질 전망입니다. 이번 반대가 '한화의 KAI 인수'를 겨냥한 것인지, 아니면 '특정 방산기업으로부터 KAI의 독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인지가 핵심입니다. 특히 LIG D&A가 실제 인수 후보로 나설 경우에도 노조가 현재와 같은 입장을 유지할지는 이번 공동대응의 일관성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정부는 KAI 매각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향후 정부가 KAI의 민영화를 추진해 나간다면 이혜관계자들을 설득시키는 게 주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