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공급망을 꿰찬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하반기 실적 반등에 시동을 걸었다. 중국 경쟁사를 따돌리고 아이폰의 첫 폴더블과 프로 라인업의 고부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선점하면서 상반기 부진을 털어내고 수익성을 끌어올릴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中 따돌리고 고부가 OLED 싹쓸이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첫 폴더블 스마트폰인 아이폰 듀오와 신형 아이폰 18 프로·프로맥스를 공개했다. 애플이 2007년 첫 아이폰 출시 이후 19년 만에 기존 바(Bar·막대) 형태가 아닌 접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선보이면서 삼성이 갤럭시 Z 폴드 시리즈로 독주해온 플래그십 폴더블폰 시장의 강력한 맞수로 올라선 모습이다.
애플의 폴더블폰 참전은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도 반가운 기회다. 이번 폼팩터(기기 형태) 혁신의 핵심인 폴더블 화면과 프로 라인업의 고성능 패널 물량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쥐면서 국내 부품 공급망의 하반기 출하도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인 아이폰 듀오의 7.8인치 내부 화면과 5.5인치 외부 화면용 패널을 전량 도맡았다. 여기에 신형 아이폰 18 프로와 프로맥스 패널 공급선에도 이름을 올렸다. LG디스플레이는 최고급형 모델인 아이폰 18 프로와 프로맥스 패널 물량을 삼성디스플레이와 함께 양분해 공급한다고 알려졌다.
중국 BOE 등 해외 경쟁사들이 기술력 등의 문제로 공급망에서 배제되면서 고수익성 패널 주문은 오롯이 국내 양사 몫이 됐다. 통상 신형 아이폰 패널 납품은 3분기 진입을 시작으로 4분기에 출하량이 정점을 찍는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개선 효과는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하반기 성적표는 상반기 부진을 털어내고 반등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 추정한 삼성전자의 사업부별 실적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올 하반기 매출은 17조~18조원, 영업이익은 2조~3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공시한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1조600억원)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아이폰 18 프로 시리즈 공급 확대에 힘입어 하반기 매출 13조7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평균 전망치)는 3분기 4045억원, 4분기 4507억원으로 하반기에만 8550억원 안팎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하면 상반기 영업이익인 약 390억원과 비교해 흑자 규모를 대폭 키우는 셈이다.
듀오 삐끗해도…점유율 잡고, 프로 챙기고
아이폰 듀오의 흥행 불확실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최고 500만원에 달하는 출고가 탓에 초기 완제품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더라도 패널을 전량 도맡은 삼성디스플레이는 신규 물량이 통째로 더해지며 점유율이 크게 뛰게 된다. 여기에 초고가에 부담을 느낀 프리미엄 수요가 바 형태로 돌아서면 아이폰의 전통적 캐시카우인 프로 라인업을 쥔 LG디스플레이가 고스란히 반사이익을 챙기는 구조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1·2위(삼성전자·애플) 공급망을 사실상 독식하며 80%가 넘는 압도적인 점유율 독주 체제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첫 진입과 동시에 글로벌 2위로 직행하는 애플 물량을 전량 흡수하면서 완제품 흥행 여부와 무관하게 시장 확대의 과실을 온전히 챙기는 구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3분기 글로벌 폴더블 OLED 시장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83.5%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애플이 조달하는 패널 물량만 약 800만장으로 공급액 기준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에 달해 올해 글로벌 폴더블 패널 시장 매출(44억 달러)의 절반 가까이를 삼성디스플레이가 홀로 쓸어 담는 셈이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애플 소비자들의 낮은 가격 저항력과 첫 폴더블 기기라는 상징성 덕분에 추가 수요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올해 삼성전자의 폴더블 3개 모델 합산 예상 패널 출하량이 약 800만대 수준인 반면 애플은 단일 모델 기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망 현실화 시 폴더블 시장의 성장 가속과 밸류체인 전반의 수혜 확대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LG디스플레이는 매년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해 온 프로 라인업에 집중한다. 시장조사업체 집계에 따르면 최근 아이폰 15와 아이폰 16 시리즈 출하량 가운데 프로·프로맥스 비중은 60~65%, 출시 초기 분기에는 최대 70%에 달했다. 고난도 LTPO 패널 공급에 집중해 온 LG디스플레이로서는 프로 라인업의 견조한 수요를 바탕으로 고부가 제품 믹스 효과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의 출시 전략 변화 조짐도 중장기 실적 변동성을 낮추는 요소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고부가 모델인 프로와 듀오를 하반기에 선보이고 일반형 보급 모델은 이듬해 상반기로 분산 출시하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같은 분할 출하가 정착되면 하반기에만 집중되던 패널 생산 주기가 연중 고르게 분산돼 공장 가동률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북미 전략거래선의 프리미엄 모델 비중 확대로 믹스 효과가 나타나는 가운데 점유율 증가와 OLED 매출 확대로 수익성 개선 흐름이 유효하다"며 "스마트폰 출시 전략이 상·하반기로 전환되면 비수기 영향이 최소화돼 LG디스플레이의 고정비 부담 완화와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