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시스템이 2024년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 지분을 그룹내 계열사에 매각하는 거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필리조선소 몸값이다. 필리조선소는 자본잠식 상태지만, 한화그룹이 인수한 2024년과 비교하면 2년 만에 몸값이 4배 가까이 높아졌다.
한화시스템의 종속회사 'HS USA 홀딩스'는 다음 달 31일 필리조선소 지분 60%를 3251억원(2억3760만 달러)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고 최근 공시했다. 인수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의 미국 법인인 '한화 디팬스 USA 쉽빌딩(Hanwha Defense USA Shipbuilding)'이다.
필리조선소는 2024년 한화그룹이 1억 달러에 인수한 미국 조선소다. 당시 한화시스템은 특수목적법 'HS USA 홀딩스'를 통해 필리조선소 지분 60%를 6000만달러(918억원)에 인수했고, 잔여지분 40%는 한화오션의 미국 손자회사(Hanwha Ocean USA International)가 4000만달러(625억원)에 사들였다.
한화시스템이 2024년 6000만달러에 인수한 필리조선소 지분 60%의 가치가 2년 만에 2억3760만 달러로 4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필리조선소 몸값이 뛰었지만, 실적이 개선된 것은 아니다. 필리조선소는 2024년 2072억원, 2025년 1269억원 등 당기순손실이 이어지면서 작년 말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800억원이 넘었다.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것이다.
적자 원인은 한화가 인수하기 전 수주한 '적자 선박'이 아직 '도크'를 차지하고 있는 탓이다. 지난 7월 열린 한화시스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 측은 "작년에 전망한 필리조선소 가이던스보다 올해 적자가 조금 더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하반기도 적자 기조가 유지되고, 적자 선종 인도가 완료되는 내년에야 턴어라운드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했다.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필리조선소 몸값이 뛴 것은 한미 조선업 협업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필리조선소는 이미 미국의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 등 수주에 성공했다.
다만 그룹 내부간 거래를 통해 평가된 기업가치가 적정했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한화시스템이 보유한 필리조선소 지분 60%를 제3자에게 매각했다면, 지분 가치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한화시스템 측은 "외부 전문기관의 가치평가를 기반으로 필리조선소 가치가 산정됐다"는 입장이다.
한화시스템은 이번에 필리조선소 지분을 매각하면서 향후 추가 출자 부담을 덜게 됐다. 한화그룹은 조선산업 협력 투자펀드(1500억 달러)를 활용해 필리조선소에 5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으로, 추가 출자 가능성이 높았던 상황이다.
한화시스템은 올 들어 자산 유동화와 매각 등으로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4월 보유중인 한화오션 지분 11.57% 중 일부(4.54%)를 주가수익스왑(PRS) 방식으로 처분하며, 1조7000억원을 확보했다. 이번 필리조선소 지분 매각까지 합치면 2조원이 넘는 투자재원을 마련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