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발 메모리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올해 3분기 나란히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가 벌어들일 영업이익만 약 190조원으로 코스피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74%에 달한다. 원화 강세와 메모리 가격 상승세 둔화로 최근 증권가의 눈높이는 다소 낮아졌지만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메모리 업체의 '공급자 우위'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실적 신기록' 주목…원화 강세는 변수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 204조2954억원, 영업이익 110조280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6.4% 늘어난 규모다. 전망대로라면 지난 2분기 기록한 역대 최대 영업이익 89조4924억원을 한 분기 만에 갈아치우게 된다.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국내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3분기에 벌어들이는 영업이익만 지난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43조6000억원의 2배를 웃돈다. 삼성전자는 1분기 57조2000억원, 2분기 89조5000억원에 이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이 25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20조원 안팎까지 늘어 연간 영업이익이 37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도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3분기 매출 전망치는 99조3941억원, 영업이익은 78조57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6.5%, 585.7%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두 회사의 예상 영업이익을 합치면 188조3380억원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코스피 상장사 187곳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256조3960억원 가운데 73.5%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차지하는 셈이다. 국내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가운데 반도체 대형주가 이익 증가세를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메모리 수요를 밀어올렸다. 범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오른 데다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3분기 범용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13~18%, 낸드 가격은 10~15% 각각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60% 안팎에 달했던 상승률보다는 둔화했지만 여전히 두 자릿수 상승세다. AI용 메모리에 생산능력이 집중되면서 범용 메모리까지 공급이 빠듯해진 영향이다.
삼성전자의 수익성도 이례적인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3분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의 영업이익률을 72~75% 수준으로 보고 있다. HBM과 범용 제품을 합친 D램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80%를 웃돌 가능성도 거론된다. D램을 1만원어치 팔면 8000원 이상을 영업이익으로 남기는 셈이다.
다만 최근 들어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다소 낮아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최근 한 달간 각각 1.5%, 0.9% 하향 조정됐다. DS투자증권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각각 104조원, 70조원으로 예상해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으로 봤다. 2분기 말과 비교해 원·달러 환율이 약 11% 하락한 데다 메모리 가격 상승 폭도 둔화하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의 원가 부담과 영상디스플레이·가전 사업의 일회성 비용도 변수다. 메모리와 다른 사업 간 실적 격차도 여전히 크다.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은 3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피크아웃'은 아직…HBM4가 바통 잇는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다소 밑돌더라도 메모리 업황 자체가 꺾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하락으로 3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 기대치가 이미 낮아진 가운데 4분기 HBM4 매출 기여 확대가 실적 개선을 견인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4 판매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HBM 시장 점유율은 올해 1분기 21%에서 2분기 33%로 12%포인트 상승했다. 3분기 HBM4 매출은 전 분기보다 3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며, 하반기에는 HBM4가 전체 HBM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HBM 증산은 범용 D램 공급까지 조이는 요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정된 생산능력을 HBM에 더 많이 배정할수록 일반 서버와 PC 등에 들어가는 범용 D램을 생산할 여력은 줄어든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전체 D램 생산능력 가운데 HBM 비중이 지난해 27%에서 올해 33%, 2027년 40%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범용 D램 비중은 같은 기간 73%에서 65%, 59%로 낮아질 전망이다.
실제 서버용 고용량 DDR5의 리드타임은 이달 최대 52주까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적인 시장 리드타임인 약 6주와 비교하면 8배 이상 긴 수준이다. 주문부터 실제 납품까지 사실상 1년이 걸리는 셈이다. AI용 HBM 수요 확대가 범용 메모리 공급 부족으로 번지고 다시 가격 상승과 메모리 업체의 협상력 강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차세대 HBM으로 갈수록 공급 제약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HBM4와 HBM4E 생산이 늘면서 병목 지점이 D램 다이에서 베이스 다이와 첨단 패키징 공정으로 옮겨가고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응해 HBM 베이스 다이에 선단공정 생산능력을 더 배정하고 후공정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메모리 업계에서는 공급 부족이 내년 이후에도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립부 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AI 확산으로 메모리 수요가 계속 늘면서 내년에는 공급 부족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류형근 대신증권 연구원도 "수요 강세를 대변할 긍정적인 변화가 다량 표출되고 있다"며 "지금은 사이클의 추가 확장에 주목할 때"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