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한 인사에게 주는 '밴 플리트상'을 받았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시상식에 나란히 참석해 황 CEO의 수상을 축하했다. 70여년 전 안보로 맺어진 한미 동맹 접점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 기술로 확장되는 모양새다.
한미 친선 비영리단체 코리아소사이어티는 28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2026 애뉴얼 갈라'에서 황 CEO에게 밴 플리트상을 수여했다고 밝혔다. AI와 반도체 산업 혁신을 이끌고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통해 한미 경제 관계를 넓힌 공로가 인정됐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한국이 엔비디아의 글로벌 혁신 생태계에서 핵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했다. 엔비디아는 삼성전자·SK그룹·네이버·현대차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과 손잡고 AI 반도체·데이터센터·모빌리티 등으로 협력 분야를 넓혀왔다.
에이브러햄 김 코리아소사이어티 회장은 "황 CEO의 선구적인 리더십과 엔비디아가 한국의 혁신 기업들과 맺어온 파트너십을 기리게 돼 영광"이라며 "이들은 함께 글로벌 기술 지형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축사에 나선 이재용 회장은 부친인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2006년 같은 상을 받은 인연을 소개했다. 이 회장은 "젠슨보다 이 상에 더 어울리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엔비디아를 AI 산업의 중심에 올려놓은 황 CEO의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
황 CEO와의 개인적인 인연을 풀어내며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 회장은 "우리 두 사람에게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며 두 회사 모두 AI에 '올인(all-in)'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두 사람의 딸 이름이 모두 '매디슨'이라고 소개한 뒤 "세 번째는 우리 모두 '갤럭시 Z 폴드8'을 사랑한다는 것"이라고 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삼성전자는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을 통해서도 황 CEO의 수상을 축하했다. 지난 27일 오후 6시부터 28일까지 내보낸 영상에는 'Pioneer(개척자)', 'Architect(설계자)', 'Builder(건설자)', 'Friend(친구)'라는 네 가지 키워드를 담았다. 황 CEO의 혁신 여정을 조명하면서 그를 AI 시대의 '건설자'이자 '한국의 친구'로 표현했다.
양사 인연은 사업 현장에서도 깊어지고 있다.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를 중심으로 이어온 협력은 최근 AI를 활용한 반도체 제조 혁신으로 영역을 넓혔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가속 컴퓨팅·디지털 트윈 기술에 자체 반도체 제조 역량을 접목해 연구개발(R&D)부터 설계·생산까지 전 과정에 AI를 적용하는 'AI 팩토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황 CEO를 '한미 동맹의 최전선에 선 인물'에 빗댔다. 최 회장은 "70여년 전 밴 플리트 장군은 전장에서 한미 동맹을 구축했다"며 "7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젠슨 황이 그 최전선에 서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최전선은 전장이 아니라 데이터센터"라며 "이 진격을 이끄는 사람은 군복 대신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는다"고 부연했다. 황 CEO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색 가죽 재킷을 강조한 표현이다.
아울러 SK와 엔비디아의 협력을 '두뇌와 기억'에 비유했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는 두뇌를 설계하고 SK는 기억을 만든다"며 "엔비디아가 번개처럼 빠르게 생각하면 SK는 그 기억이 절대 잊히지 않도록 보장한다"고 언급했다.
황 CEO의 '속도전'을 보여주는 일화도 꺼냈다. 최 회장은 "황 CEO가 만날 때마다 '더 빠르게 만들 수 없나요?'라고 묻는다"며 이를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와 연결했다. 이어 황 CEO와 그의 가족, 한미 동맹을 위해 건배를 제의하며 "우리의 파트너십이 GPU 수요보다 훨씬 더 빠르게 확장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밴 플리트상은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밴 플리트 장군을 기려 1995년 제정됐다. 밴 플리트 장군은 전쟁 이후에도 한미 관계 발전에 힘썼으며 1957년 코리아소사이어티 창립을 주도했다. 코리아소사이어티는 매년 한미 관계 증진에 기여한 인물이나 기관을 선정해 이 상을 수여한다.
역대 수상자에는 지미 카터·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국내 재계에서는 최종현 SK 선대회장과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이 받았다. 방탄소년단(BTS)도 2020년 수상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