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경 전 네덜란드연금자산운용(APG) 본부장이 고려아연 감사위원 자리에 도전했다 실패한 가운데 박 전 본부장의 '친정'인 APG가 임시주주총회에서 보인 표심에도 관심이 쏠린다.
APG는 박 전 본부장의 감사위원 선임안에는 기권한 반면,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신임 감사위원 선임안에는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APG의 의결권 행사 내역에 따르면 APG는 지난 9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박 후보를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선임하는 제3-2호 안건에 기권(Abstain)했다. 반면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 선임안인 제3-1호 안건에는 찬성(For)했다.
주주들의 투표 결과 박 후보 선임안은 주총 출석 의결권 기준 27.9%의 찬성을 얻는 데 그쳤다. 백 후보는 81.8%의 찬성률을 기록하며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APG는 다른 독립이사 선임 안건에서도 고려아연 이사회 측으로 분류되는 이형규·서은숙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영풍·MBK 측이 추천한 이준봉·심혜섭 후보 선임안에는 반대(Against)했다. 정관 변경안에도 찬성표를 행사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APG가 박 후보 선임안에 기권한 배경에 과거 고용 관계에 따른 이해상충 가능성이 고려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후보는 2009년부터 2025년 말까지 APG자산운용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 책임투자·거버넌스 업무를 총괄했다.
APG는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 이후 지속해 고려아연의 주요 외국인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해 왔는데, 박 후보가 APG에 재직하던 당시 APG의 표심은 영풍·MBK 측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고려아연 측 이사 후보 7명 전원에 반대표를 행사하고, 영풍·MBK 측 후보 14명 전원에게 찬성표를 던졌다. 같은 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고려아연 측 후보 5명 전원에 반대하고 영풍·MBK 측 후보 일부에 찬성했다.
이 때문에 이번 주총에서 APG가 박 후보에 대해 기권을 택한 것을 두고 과거 고용 관계와 기존 의결권 행사 이력 등을 고려해 독립성과 이해상충 논란을 고려한 선택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APG가 이번 임시주총에서 박 후보에게 기권한 것과 별개로 백 후보를 비롯해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독립이사 후보들에게 찬성표를 행사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박 후보는 지난 6월 고려아연의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후보로 추천된 이후 수차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고려아연 이사회의 독립성에 문제를 제기해 왔다. 지난 9일 임시주주총회에도 주주 대리인 자격으로 참석해 고려아연의 현 지배구조를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APG가 고려아연 이사회 측 후보들에게 찬성표를 행사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후보자별 전문성과 독립성, 이사회 운영의 안정성 및 경영 연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권을 반대와 동일시할 수는 없지만, 고려아연 측 후보들에 대해 모두 찬성했다는 점은 후보자들의 전문성이나 이사회 안정성, 경영 연속성 등을 고려해 현 경영체제에 손을 든 적극적인 판단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