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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론 분기·연간 모두 사상 최대…삼성·SK, HBM4 패권전 격화

  • 2026.10.01(목) 11:44

마이크론 분기 매출 542억달러…연간 실적도 역대 최고
내년 D램 웨이퍼 30% HBM 투입…범용 D램 공급 압박
HBM 평균가격 121%↑ 전망…공급 부족 장기화 가능성
삼성 추격 빨라지고 SK 방어전…HBM4 주도권 경쟁 본격화

세계 3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이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이 1년 만에 11배 넘게 뛰면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여기에 내년 고대역폭메모리(HBM) 평균판매가격이 올해보다 2배 이상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이 HBM 생산을 잇달아 늘리고 있지만 AI가 끌어올리는 수요를 따라잡기에는 공급이 여전히 빠듯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내년에는 전 세계 D램 웨이퍼 생산능력의 약 30%가 HBM에 투입될 전망이다. HBM 증산이 범용 D램 공급을 제약하면서 메모리 가격을 밀어 올리는 구조도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

신기록 갈아치운 마이크론…내년 HBM 가격 2배 전망도

1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2026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 542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113억2000만달러의 약 4.8배다.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 510억7000만달러도 넘어섰다.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33.42달러로 시장 예상치 31.61달러를 웃돌았다. 조정 매출총이익률도 87%에 달했다.

실적을 끌어올린 건 AI 데이터센터였다. 마이크론의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은 180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1배 이상 늘었다. 클라우드 메모리 사업도 162억8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 수요까지 함께 늘어난 영향이다.

연간 실적도 역대 최대였다. 마이크론의 2026회계연도 매출은 1331억8800만달러로 전년보다 256.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993억4000만달러로 916.8%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26.1%에서 74.6%로 뛰었다.

마이크론은 다음 분기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봤다. 2027회계연도 1분기 매출 전망치로 600억~630억달러를 제시했다. 중간값인 615억달러는 시장 예상치 570억2000만달러를 약 7.9% 웃돈다. 조정 EPS 전망치도 37.15~39.15달러로 시장 기대치를 넘어섰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2026회계연도에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고 2027회계연도에는 이보다 더 강한 실적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내년 HBM 공급 물량 대부분에 대한 계약도 이미 마친 상태다.

AI발 메모리 공급 부족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HBM에 이어 일반 D램까지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가격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메모리 업체들이 한정된 생산능력을 HBM과 서버용 D램에 우선 배정하면서 PC와 스마트폰 등에 쓰이는 범용 D램 공급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내년 HBM 평균판매가격(ASP)이 올해보다 121%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가운데 단가가 높은 HBM4 비중이 커지고 내년 하반기부터는 차세대 HBM4E 생산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HBM4 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HBM4 매출을 전 분기보다 3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한 데 이어 하반기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HBM을 늘릴수록 다른 D램을 만들 여력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HBM은 여러 장의 D램을 수직으로 쌓는 데다 개별 칩 면적도 커 같은 용량을 생산하려면 일반 D램보다 더 많은 웨이퍼가 필요하다.

김태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최근 "HBM 생산에 투입되는 웨이퍼 비중이 현재 전 세계 D램 생산능력의 약 20%에서 내년 3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도 내년 HBM이 전체 D램 웨이퍼의 30%를 차지하지만 비트 기준 실제 생산량은 13%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SK HBM4 맞대결…수율·고객 인증 변수

HBM 글로벌 시장점유율 추이./그래픽=비즈워치

AI 서버가 HBM뿐 아니라 CPU용 대용량 DDR5까지 함께 사용하는 점도 공급 부담을 키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한정된 웨이퍼를 HBM과 서버용 D램에 우선 배정할수록 PC·스마트폰용 D램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HBM 증산이 범용 D램 공급까지 압박하는 구조다.

HBM 품귀가 이어지자 AI 반도체 업체들은 칩당 탑재 용량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기존 12단 제품 대신 8단 제품을 사용하면 같은 양의 D램으로 더 많은 HBM 패키지를 만들 수 있다.

다만 적층 수를 줄여도 비용 부담이 같은 폭으로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적층 수와 관계없이 HBM 최하단에 들어가는 베이스다이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8단 제품의 기가비트(Gb)당 판매가격이 12단 제품보다 오히려 10~20%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HBM4로 세대 전환이 본격화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HBM3E까지는 SK하이닉스가 크게 앞섰지만 삼성전자가 HBM4 생산을 빠르게 늘리면서 격차를 좁히는 모습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 매출 점유율은 올해 1분기 58%에서 2분기 50%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21%에서 33%로 상승했다. 삼성전자는 HBM4에 1c D램과 자체 4나노 공정의 로직 베이스다이를 적용하고 생산량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에서도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 HBM4 수율과 품질이 이미 HBM3E 수준에 근접했고 생산능력도 계획대로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HBM은 웨이퍼 투입량만 늘린다고 곧바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고객사 인증과 수율, 양산 경험이 중요한 만큼 기존 고객 기반과 생산 경쟁력이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시장 관심은 호황의 강도보다 '지속 기간'에 쏠리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조지프 무어 애널리스트는 "강한 수요와 가격 상승세가 확인되고 있다"며 "시장의 논쟁이 '얼마나 좋아질 수 있느냐'에서 '이 좋은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느냐'로 이동했다"고 평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AI용 메모리 수요가 계속 늘면서 HBM을 비롯한 메모리 수급은 당분간 빠듯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HBM4 증산 속도를 높이는 한편, 한정된 웨이퍼를 HBM과 서버·범용 D램에 어떻게 배분할지와 수율·고객사 인증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지가 수익성과 점유율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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