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엔씨소프트를 타깃으로 한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실패했던 최대주주 넥슨(Nexon)그룹이 엔씨소프트 지분 15%를 전량 처분했다. 이로써 2012년 6월 이후 유지돼온 '불편한 동거'는 막을 내렸다.
넥슨은 보유 중인 엔씨소프트 지분 15.08%(330만6897주)를 16일 장개시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매각한다고 이날 밝혔다. 주당 매각가는 15일 종가(19만6500원)보다 6.8% 할인된 18만3000원으로 매각금액은 총 6052억원이다.
이 중 일부인 44만주는 엔씨소프트 오너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매입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의 소유지분도 10%(218만8000주)에서 11.98%(262만8000주)로 확대됐다.
일본법인 넥슨(옛 넥슨재팬)은 지난 2012년 엔씨소프트와 함께 미국 게임사 일렉트로닉아츠(EA)를 공동으로 인수하기 위해 김택진 대표 보유 주식 일부인 321만8091주(14.68%)를 사들였다. 여기에 넥슨의 자회사이자 한국법인 넥슨코리아가 지난해 10월 0.4%(8만8806주)를 매입, 넥슨그룹은 줄곧 15.08%의 지분을 보유해왔다.
하지만 EA 인수는 이뤄지지 않았고, 두 회사는 이렇다할 사업적 협력 성과도 없었다. 이로 인해 올해 3월 주총을 앞두고 넥슨은 돌연 엔씨소프트에 대한 경영 참여를 선언하며 적대적 M&A에 나섰으나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넥슨의 지분 정리는 시기만의 문제였을 뿐 어느정도 예견된 면이 없지 않다.
당시 넥슨은 엔씨소프트 인수 당시 일본 엔화(387억엔)와 미국 달러화(2억달러)로 인수대금을 치뤘다. 원화로는 총 8045억원(주당 25만원)이다. 여기에 넥슨코리아가 116억원(주당 13만610원)을 주고 해당 지분을 샀다. 이번 매각금액을 감안하면 넥슨그룹은 원화로는 2110억원의 투자손실을 봤다.
하지만 넥슨의 엔씨소프트 지분 인수 이후 엔화가치가 급락(100엔당 2012년 6월 7일 1473원→이달 15일 946원)한 것을 감안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넥슨의 처분금액을 엔화로 환산하면 618억엔으로 매입액(546억엔)에서 72억엔(원화 734억원)의 차익을 낸 셈이다. 넥슨은 올해 결산실적에 엔씨소프트 투자수익으로 62억엔을 반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넥슨코리아는 47억원을 차익으로 챙겼다.
여기에 2012년부터 지난 3년간 받은 배당금 152억원까지 더하면 수익은 더욱 불어난다. 넥슨은 결국 엔씨소프트와의 관계 청산의 댓가로 3년 4개월만에 총 886억원의 투자수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