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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연봉 공개'인가

  • 2019.04.08(월) 15:22

5억원 이상 공시 의무화로 개인 정보 노출
업계, 고액 연봉자 잡기·지키기 '눈치 싸움' 

기업 사업보고서 마감일이 되면 세간의 관심은 온통 초고액 연봉자로 쏠린다. 임원의 고액 연봉은 다른 세상 이야기로 치부했지만 대리급, 과장급이 수억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근로자들 사이에선 상대적 박탈감으로 가득했다.

기존엔 등기 임원만 공시 대상에 포함됐지만 미등기 임원으로 보수 공시를 피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면서 지난해부터는 등기임원 여부와 관계없이 보수총액 5억원 이상을 수령한 임직원 명단을 공개하도록 했다.

대주주 견제와 임원 보수의 정당성과 투명성 확보 등의 목적이었지만, 일부는 일반 직원의 고액 연봉까지 공개되면서 개인 정보 공개와 인력 유출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

◇ 작년 연봉 5억 이상 일반 직원 111명

8일 재벌닷컴이 2018회계연도 결산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2821개사에서 1586명이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았다. 심지어 이 중 111명은 최고경영자나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으로 집계됐다.

퇴직금이나 스톡옵션을 제외한 순수 연봉 순위로는 CJ ENM의 나영석 PD가 40억8000만원을 받아 1위에 올랐고, 같은 회사 신원호 PD가 27억5000만원으로 2위를 차지했다.

김연추 전 한국투자증권 차장은 작년 한투증권에서 23억3000만원을 받아 3위에 올랐다. 김연추 전 차장은 지난해 상반기 이미 반기 기준 22억원대의 보수 공시가 나면서 업계를 떠들썩하게 했고, 공시 직후 미래에셋대우가 영입에 공을 들인 결과 미래에셋대우 에쿼티파생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한 구기일 SK증권 부장(16억6000만원), 강정구 삼성증권 영업지점장(16억2000만원), 정원석 부국증권 차장(15억8000만원), 정승용 KTB투자증권 과장(14억8000만원), 박준화 스튜디오드래곤 PD(13억3000만원)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성과급 중심의 임금체계가 보편화한 증권업 직원들이 고액 연봉자 명단에 대거 포함됐다.

스톡옵션이나 퇴직금까지 포함하면 김은수 셀트리온헬스케어 차장이 지난해 78억7000만원의 스톡옵션을 포함해 총 79억8000만원을 받았다. 안은수 신라젠 부장(54억원), 장봉재 카카오 API플랫폼 담당리더(50억7000만원) 등도 스톡옵션으로 거액을 챙겼다.

◇ 개인정보 노출·스카우트 전쟁 등 문제점도

보수 공시 시행은 고액 연봉 임직원에 대한 정당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도 확대해 대주주 견제를 강화할 수 있게 했다.

긍정적인 의도에도 불구하고 관심과 화살은 모두 일반 직원들에게 쏠렸다. 특히 증권업계 일반 직원이 대거 이름을 올리며 너무 높은 보수를 받는 것 아니냐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증권사 보수 체계는 기본급이 낮고 직책과 상관없이 개인 실적과 성과에 따라 가져가는 성과급 비중이 높다.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일반 직원이 자신의 이름과 연봉이 공개되는 것을 달가워할 리 없다. 개인정보 침해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또 회사 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 문제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같은 직급인데 연봉이 수십배까지 차이가 나니 올해 초 연봉 협상에서도 난항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더불어 보수총액과 성과금을 보고 해당 직원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는지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에 업계 내에서는 스카우트 경쟁도 시작된다. 김연추 차장이 선례가 되면서 이번에 고액 연봉자가 공시에 포함된 회사들은 직원 지키기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성과급 체계로 일반 직원들도 공시 대상 범위에 해당되면서 오히려 대주주와 최고경영자 견제보다 부작용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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