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공모펀드 시장에서도 스타 펀드는 항상 존재한다. 올해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며 일약 '핵인싸'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한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키움 글로벌 5G 차세대 네트워크 펀드'도 그 중 하나다.
지난 2018년 출시 당시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올 한해만 1700억원의 뭉칫돈이 몰리며 시장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비결은 무엇일까. 키움 글로벌 5G 차세대 네트워크 펀드 운용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김종협 키움투자자산운용 전략운용팀 팀장에게 인기 비결을 물어봤다.
김 팀장은 5G(세대)가 포괄하는 광범위한 투자 영역에 고른 자산 배분을 한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게 성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만족스러운 수익률도 밑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내년을 기점으로 인프라 확장이 본격화 되는 만큼 펀드가 갖고 있는 뚜렷한 차별성과 확실한 성장성에 주목해 줄 것을 당부했다.
▲펀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은 이유에 대해 설명해달라.
-지난 2년간 펀드 시장이 좋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이 보이는 종목의 수익률은 아주 높았다. 많은 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주식시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올해부터 시장이 좋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5G 관련종목은 2019년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 5G 휴대폰을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투자자들이 관련 테마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투자하기 시작했다고 판단된다.
▲펀드 컨셉을 잘 잡은 듯 하다. 5G 섹터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는가.
-키움글로벌5G펀드는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2018년 2월 출시됐다. 당시 올림픽은 곧 열릴 신기술인 5G를 시범적으로 서비스하면서 이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었다. 2017년부터 4차산업혁명 관련 테마 투자 펀드들이 출시되기 시작했는데, 참신한 테마를 가진 펀드를 출시하려고 오랜 시간 고민했다.
당시 출시됐던 펀드들이 주로 미래자동차나 혁신적인 기술과 관련되어 있는 것들이 많아 상당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금 더 가까운 시일 안에 확실한 매출과 이익을 숫자로 보여줄 수 있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테마를 고민했다. 그런 면에서 5G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 하에 국내 최초로 5G 테마에 투자하는 글로벌펀드를 출시하게 됐다.
▲해당 펀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차별점은 무엇인지 설명해 달라.
-다른 테마들은 상당히 좁은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경향이 있지만, 5G는 반도체와 같은 IT하드웨어, IT부품, 소재와 같은 최첨단 기술주뿐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 소프트웨어, 전자상거래 업체, 통신사 등 상당히 넓은 분야에 투자한다.
따라서 지나친 집중투자에 대해 덜 걱정해도 된다. 그리고 통신기술이라는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기술이 아니라 수십년 간 산업 현장에서 축적되어 온 기술이어서분야별로 높은 경쟁력을 지닌 기업들이 훨씬 선명하게 보인다.
누가 살아남을지도 예측하기 힘든 다른 신기술 테마에 비해 5G는 승자를 예측하기 쉽다. 그래서 좀 더 확률 높은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두고 있는 것 같다.
▲근래 집중하는 트렌드가 있다면 어떤 게 있는가.
-5G 네트워크 인프라·부품 관련 종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2020년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5G 투자가 위축된 측면이 존재하지만, 내년 이후부터는 미국·일본·인도·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5G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확인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의 경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가 인프라 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5G 관련 인프라는 핵심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이번 달에는 5G 공급자인 통신사들의 대규모 주파수 경매가 있었고, 수요 측면에서는 이를 지원하는 아이폰12가 출시됨에 따라 관련 인프라에 투자를 확대할 필요성이 증대되었다는 점에서 2021년 5G 인프라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당 싸이클은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세부 종목 선정에서 '누버거 버먼(Neuberger Berman)'의 리서치 자문을 받는다. 구체적으로 어떤 조언을 얻어 상품에 어떻게 적용했는가.
-누버거 버먼은 22개국에 사무소를 두고 전 세계에 리서치 인력을 갖춘 초대형 글로벌 자산운용사다. 저희는 누버거버먼과의 계약을 통해 매주 5G펀드의 모델 포트폴리오를 자문 받고 있으며, 해당 모델 포트폴리오를 저희의 투자 판단에 참고하고 있다. 더불어 한국에서 커버하기 힘든 해외 중소형 기술 기업들의 발굴과 투자 자문을 누버거버먼으로부터 도움 받고 있다.
▲포트폴리오에 미국 기업 투자 비중이 압도적이다. 미국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인가.
-저희는 지역별로 분산 투자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포트폴리오가 미국 기업에 치중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미국 시장을 특별히 주목을 했다기 보다 글로벌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이 일어날 경우 해당 수혜를 받는 기업들이 주로 미국에 포진되어 있기 때문이다.
5G 기술과 관련해 경쟁력을 갖춘 상당수 종목이 미국에 기반을 둔 기업이다. 물론 미국 이외에도 경쟁력을 갖고 있는 에릭슨과 대만의 TSMC 등과 같은 기업에도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글로벌 5G 시장 상황이 중요한 것 같다. 향후 시장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는가.
-올해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수요는 폭증했지만, 셀 타워 등 5G 관련 통신 인프라 투자는 오히려 지연됐다. 이는 락 다운(Lock Down·국가 봉쇄)으로 인해 장비 설치 공사를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5G 통신망이 필요한 소프트웨어, 기기가 부족했던 점 또한 통신사의 인프라 투자가 지연되는 이유였다. 그런 점에서 코로나 백신으로 인한 경재활동 재개와 5G를 지원하는 아이폰12 출시는 통신사의 인프라 투자 확대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 1위 스마트폰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공급 업체인 퀄컴(Qualcomm)은 2021년 5G스마트폰 판매가 전년 대비 150%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5G 서비스 사용자를 흡수하기 위해 통신사의 적극적인 인프라 투자가 기대되고, 관련 업체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일본에서 내년에 적극적인 망 투자가 시작될 것으로 판단되고 인도 또한 긍정적일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유럽은 통신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프라를 갖고 있음에도 통신망 투자에 적극적이지 않지만, 결국 갈 수밖에 없는 길이라고 보고 있다.
▲올 한해 비교 지수를 상회하는 성과를 올렸다. 어떤 투자 전략이 주효했는가.
-키움 글로벌 5G 펀드는 지난해 초반부터 시장을 뚜렷하게 아웃 퍼폼(상회)하고 있다. 2019년 초 미국, 한국, 중국 등에서 5G 서비스를 상용화하면서 통신용 반도체 업체인 퀄컴과 통신장비 업체인 에릭슨 등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클라우드 서비스, 게임 등 언택트 관련 보유종목 주가가 긍정적이었으며, 통신 인프라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면서 관련주의 수익률이 양호했다. 저희는 급변하는 시장상황을 모니터링하며 각 시점별로 더욱 부각될 수 있는 종목을 리서치하고 있으며, 상시적인 비중 조절을 통해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올 한해만 1700억원의 순자산이 순증했다. 펀드 설정 이후 그간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가.
-2019년 초반 5G 서비스가 상용화되면서 관련된 국내 종목이 크게 주목 받았지만, 하반기 이후 국내투자자들에게 '5G'라는 단어가 익숙해지면서 약간은 올드한 테마로 인식됐다. 그러나 올해 미국, 일본 등 5G 투자와 산업의 성장이 기업들 실적으로 확인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 받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5G는 전 세계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장기적인 트렌드로서 앞으로도 많은 투자자분들께서 관심을 가질만한 테마라고 생각한다.
▲주식 투자 비중이 높아 위험도가 크다고 볼 수 있다. 리스크는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
-저희 펀드는 국가별, 산업별로 분산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아무리 긍정적으로 판단되는 종목이라도 특정 종목의 비중이 과하게 포함되지 않도록 자체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럼에도 주식형 펀드로서 전반적인 시장의 패닉이 오면 수익률이 하락할 수도 있다. 따라서 주가에 과도한 희망이 반영되어 있지 않았는지를 신중히 판단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익률만큼 운용 보수도 중요하다. 경쟁력 있는 보수 책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
-더 나은 수익률을 투자자들에게 돌려드릴 수 있도록 리서치의 질을 보강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운용보수를 저희 회사가 다 취하지 않고 5G 운용에 강점이 있는 누버거버먼을 찾아 리서치 및 운용 자문을 받고 보수를 나누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펀드 수익률 제고를 위해 어떤 계획을 구상 중인가.
-당분간 통신망 투자의 수혜를 받는 네트워크 인프라 관련주에 집중 투자하려고 한다. 이후 어느 정도 투자가 진행된 시점에서는 관련 네트워크를 활용한 어플리케이션 기업에 투자 비중을 점차 옮겨가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한 각 지역별로 투자 사이클이 다르다는 점 또한 투자 비중을 옮겨갈 때의 고려 사항으로 삼고 있다.
▲새롭게 출시를 준비 중이거나, 출시가 기대되는 상품이 있다면.
-최근 몇 년간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플랫폼 비즈니스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분석해서 투자하는 상품은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저희가 지난 9월 '키움글로벌플랫폼리더스펀드'를 출시했다.
나름대로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향후 크게 성공할만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종목에 투자하는 펀드다. 5G가 통신 측면에서 세상을 크게 바꿀 수 있다면, 앞으로 우리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효율적으로 바꿔줄 플랫폼 비즈니스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펀드 및 투자 등 위탁자산을 관리하는데 있어 가장 신경 써서 챙기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펀드자산은 투자자분들의 소중한 돈이기 때문에 항상 책임감을 가지고 관리하고 있다. 불필요한 매매나 비용이 없는지 항상 체크하고 있고, 매순간 최선의 선택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헤지형(H)의 경우 환 헤지 거래에 있어 미미한 단위까지도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객 및 투자자 분들께 투자 조언 부탁드린다.
-투자를 하다 보면 시장의 출렁거림에 따라 수익률이 파도를 탈 수밖에 없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적지다. 다소 막연한 신기술에 기대감만 가지고 투자하는 것 보다는, 성장에 대한 그림이 분명한 5G 차세대 네트워크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편안한 여정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