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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행 신골드러시]①서학개미들, 이 맛에 갈아탄다

  • 2021.03.17(수) 13:23

작년 2분기 이후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9조 장전
주가 상승률·주주친화 정책 어필…저금리·접근 편의성 등 부각

미국 증시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주식시장이다. 애플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테슬라, 페이스북 등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글로벌 기업들이 서로 자기 가치를 뽐내는 꿈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시장에 최근 'K-머니' 바람이 거세다. 서학개미들의 투자 러시에 이어 국내 최대 이커머스 기업 쿠팡을 필두로 국내 비상장 기업들의 본격적 진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열풍을 넘어 대세가 된 미국 증시. 어떤 점이 한국 투자자와 기업들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조명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으로 촉발된 국내 개인들의 미국 주식 투자 열풍이 올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상당 기간 박스권에 갇혀 있던 국내 증시와 달리 미국 증시는 최근 수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채웠다. 여기에 꾸준한 배당과 액면분할 등 주주 친화적인 정책과 접근 편의성, 저금리 기조 등과 같은 복합적인 원인들이 어우러지며 개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Money(머니), Money해도 수익률

17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외 증시가 저점까지 떨어진 지난해 3월부터 연말까지 국내 주식 투자자가 가장 많이 사들인 미국 주식은 테슬라다. 순매수 규모는 약 28억4200만달러(한화 약 3조2190억원)에 달했다.

세계 최대 시가총액을 자랑하는 애플과 전자상거래 공룡 아마존, 세계 최대 팹리스(생산설비 없는 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엔비디아가 각각 15억8800만달러(1조8000억원), 7억9000만달러(8953억원), 6억7300만달러(7625억원)로 그 뒤를 이었다.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기대에 미국 주식에 집중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미국 증시가 코스피보다 수익률이 좋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에 관심을 갖는 건 굉장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증시가 최근 가파르게 오르긴 했지만 사실 몇 년 간의 흐름을 보면 미국 시장은 안정적으로 상승 기조를 이어간 반면 국내 증시는 올라야 할 때 오르지 못한 사례들이 있다"라고 분석했다. 게다가 전 세계적인 화두인 글로벌 기술 혁신과 디지털 경제를 주도하는 게 미국이고, 이런 관점에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미국 기업들의 성장성이 부각된 측면이 있다는 설명이다.

◇ 투자자 모시는 주주 친화정책

미국 증시 상장사들의 주주 친화적인 정책도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요인이다. 액면분할이나 지속적인 배당급 지급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애플은 지난해 7월 말 4대 1의 액면분할을 통해 유통 주식 수를 기존보다 4배 이상 늘렸다. 애플이 액면분할에 나선 건 벌써 5번째다. 테슬라도 지난해 8월 초 1주를 5주로 쪼개는 주식 분할을 진행했다.

액면분할을 한다고 해서 기업 가치나 펀더멘털 등에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분할된 주식 수만큼 주가가 낮아지기 때문에 접근 편의성이 좋아지고 유통 주식 수가 늘기 때문에 거래가 활발해진다. 

국내에서도 2018년 삼성전자를 필두로 액면분할이 점차 활성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미국만큼 보편화되지는 않은 상태다. 

배당이 활발한 점도 매력 포인트로 거론된다. 금융시장이 증시 위주로 전개되는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기업들이 분기별 배당을 시행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횟수나 규모가 크다.

미국에는 25년 이상 배당을 이어오거나 배당 규모를 늘려 온 기업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이런 기업들을 소위 '배당귀족주'라고 부른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특수장비 제조 업체 도버 코퍼레이션(Dover Corporation)의 경우 65년 동안 배당액을 꾸준히 늘려왔고, 전력설비 및 자동측정·제어장치 제조기업 에머슨 일렉트릭(Emerson Electric Co.) 또한 64년간 변함없이 배당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생활용품 제조사 프록터앤드갬블(Proctor&Gamble Co.)과 자동차 산업 부품 업체 제뉴인 파츠(Genuine Parts Co.), 글로벌 생활용품 제조·판매사 3M(3M Co.) 등도 주주친화적 정책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내 기업들이 과거에 비해 적극적으로 배당 정책을 실시하고 있긴 하지만 미국 상장사들과 비교하기에는 소극적인 부분이 없지 않다"며 "수시로 모든 주주들에게 공평하게 제공하는 배당 정책은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요소"라고 평가했다.

◇ 돈 놀릴 수 없는 환경도 '한몫' 

제로금리 기조 장기화로 시중에 풀린 풍부한 유동성, 기술 발전에 따라 낮아진 진입 문턱 등도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릴 여지를 줬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3월 처음으로 0%대로 진입한 이후 1년이 되도록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고, 예·적금 금리의 잣대가 되는 1년물 금융채 금리 역시 올해 1월 0.86~0.89% 수준에서 0.84~0.85% 대로 낮아지는 등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저금리 상황과 제한적인 소득 증가 환경에서 이자 수익 대비 플러스알파(+α)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투자 활동은 가계에서의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빈기범 교수는 "한국 경제도 점진적으로 부가 쌓이다 보니 국내뿐 아니라 해외로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라며 "기술의 발전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 축소되고 모바일을 통해 개인들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점도 투자자들이 점차 해외 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요소 중 하나"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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