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금융당국이 팔을 걷어붙였다.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해외법인이 현지 기업에 자금지원시 국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적용했던 영업용순자본비율(NCR) 위험값을 낮추기로 했다.
당국은 또 기업공개(IPO) 시장의 글로벌 정합성을 높이기 위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을 서두르는 한편,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폐지, 상장사 영문공시 확대, 배당절차 개선 등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제2차 금융투자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세미나'에서 금투업계 건의를 받아들여 이 같은 내용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금융투자업의 글로벌화 필요성을 공감한 지난 1차 세미나에 이어 세부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윤수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이날 토론 패널로 참석해 "NCR 산정시 종투사의 기업 신용공여는 거래 상대방 신용등급에 따라 1.6%~32%의 차등화된 위험값을 적용하지만 해외법인은 위험값을 100%로 일률 적용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제약하는 문제가 있었다"면서 "당국에서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향후 규정 개정을 통해 모기업인 종투사와 동일한 위험값을 적용받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업계와 전문가들은 금융투자업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형화와 현지화가 우선돼야 하며,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희남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전 한국투자공사 사장) 이날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영역 확대'를 주제로한 기조 발표에서 "우선적으로 대형화와 현지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묶여 있는 자본시장 규제와 외환규제를 글로벌 영역에서 재점검 해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해외투자시 국내 운용사를 GP(General Partner, 무한책임투자자)로 활용하고, 대기업도 국내 IB와 조인트벤처(JV) 등을 통해 해외투자에 진출하는 등 연기금, 기업과 동반진출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퇴직연금 등 가계자산의 해외투자 활성화 방안도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회사들이 해외로 진출하는 아웃바운드 전략뿐 아니라 국내 자본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를 유치하는 인바운드 전략 차원의 규제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왔다.
'기관전용 사모펀드(PEF) 해외투자자 유치 전략'을 주제로 이날 발표에 나선 박태현 MBK파트너스 대표는 "대부분 해외 연기금과 국부펀드는 ESG(환경·사회·거버넌스)를 핵심 투자전략로 채택하고 있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운용전략과 구체적인 실행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SG 가운데 E(환경)에 관심이 집중된 국내와 달리 해외시장은 다양성, 안전, 노사관계, 지배구조, 반부패 등 S(사회)와 G(거버넌스) 영역의 다양한 의제를 논의하고 있어 우리도 ESG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대표는 "해외 PEF는 투자와 투자금회수가 얼마나 자유로운가를 투자 우선사항으로 고려한다"면서 "대표적인 투자회수 방법 중 하나인 IPO(기업공개) 시장이 규제로 인해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 등을 통한 자금회수 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에 공모주 일부를 미리 특정 기관에게 배정하는 제도다. 코너스톤 투자자로 지정된 기관은 주관사와 협의해 증권신고서 제출 전에 추후 결정되는 공모가격으로 일정 물량을 배정받을 수 있다.
이러한 코너스톤 제도를 도입하면 PEF에는 추가적인 투자기회가 될 수 있고 PEF가 투자한 기업도 IPO 진행시 성공확률을 가늠하거나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윤수 국장은 "IPO 시장의 안전성 제고와 가격발견 기능 등을 위해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 도입을 위해 서두를 것"이라며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폐지, 상장회사 영문공시 확대, 배당절차 개선 등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패널 토론에 참석한 업계 담당자와 전문가들은 금융투자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제시했다.
장국현 건국대 경영대학교 교수는 "자본시장의 우수한 인프라를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신흥국 여건을 고려한 맞춤형 인프라 제공과 수익성 높은 IT 기반 기술지원사업 확대 등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면서 "단기적 성과보다는 장기적 시각에서 인프라 수출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금융위 등의 컨트롤타워 역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빈기범 명지대 교수는 "적극적인 진출도 중요하지만, 과거 실패사례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면서 "금융회사와 정부의 상호 협력과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