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양자컴퓨터 기업이 깜짝 실적을 내면서 국내시장에도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치솟았다.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가장 근접하다고 평가받는 디웨이브퀀텀 수익률이 한달간 130% 이상 오르면서 ETF 수익률을 견인했다.
한편 국내 ETF 순자산총액 합계가 199조6781억원(5월 29일 기준)을 기록하며 200조원 시대를 목전에 뒀다. 5월에는 ETF 상품을 내놓는 주요 10개 자산운용사 모두 역성장 없이 일제히 몸집을 키웠다. 6월초 순자산총액 200조원을 무난하게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양자컴퓨팅 깜짝실적에 ETF 수익률도↑
지난 5월 한 달간 ETF 수익률 1위는 신한자산운용의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으로 41.56%를 기록했다. 미국 양자컴퓨터 기업의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면서 관련주 주가 상승한 영향이다.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가장 앞서있다고 평가받는 디웨이브퀀텀은 지난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6배 증가한 1500만달러(약 20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한달 주가 상승률은 136%에 달했다. 같은기간 퀀텀컴퓨팅은 136%, 아이온큐는 47%, 리게티컴퓨팅은 35% 각각 상승했다.
조승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양자컴퓨팅 테마는 그간 기대감으로만 움직였지만, 최근 관련 기업 실적이 시장 기대를 웃돌면서 반등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IWOOM 미국양자컴퓨팅 한달 수익률도 28.49%를 기록했다. 디웨이브퀀텀 비중이 17.22%로 SOL 미국양자컴퓨팅TOP10(20.98%)보다 다소 낮다.
원자력 관련 ETF 수익률도 우수했다. KB자산운용의 RISE글로벌원자력 수익률은 29.13%, NH아문디자산운용의 HANARO 원자력iSelect 수익률은 26.73%였다.
미국의 원자력 산업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면서 관련주가 주목받았다. 미국 행정부는 2050년까지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 100GW에서 400GW까지 확대하고, 2030년까지 신규 대형 원전 10기 착공 등을 담은 행정 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지주회사(26.53%)의 수익률도 좋았다. 이 상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하는 지주회사 30개 종목에 분산투자한다. 대선을 앞두고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속에 지주회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영향이다. 미 전기차 보조금 폐지…이차전지 부진
4월에 이어 5월에도 이차전지 ETF가 수익률 하위권을 차지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 수익률은 -17.64%,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 수익률은 -15.10%로 집계됐다.
바이든 전 미국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명시한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면서 2차전지 관련주가 약세를 보인 탓이다.
코스피200 약세에 베팅하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선물인버스2X(-11.96%)와 한화자산운용의 PLUS 200선물인버스2X(11.82%)의 수익률도 저조했다.
조기대선을 앞두고 최근 코스피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가증권시장에서 지주업종이나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이 강세를 보이는 등 대선 후보들의 증시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우호적으로 작용 중"이라고 말했다.
ETF 200조 시대 목전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 합계는 199조6781억원으로 4월 말(191조3558억원) 대비 4.3%(8조3223억원) 늘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 2월 70조원을 돌파한 이후 안정적으로 성장 중이다. 삼성자산운용의 5월말 순자산총액은 77조4994억원으로 전달(73조8375억원)보다 5.0%(3조6619억원) 증가했다.
지난달에 이어 KODEX 머니마켓액티브 순자산총액 증가액(7568억원)이 1위로 집계됐다. 이 상품의 순자산총액만 7조원에 달한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 순자산총액 증가액은 1938억원이다. 코스피가 상승하며 이 상품 가격은 13.49% 줄었다. 그러나 코스피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가 큰 폭으로 늘면서 순자산총액도 늘었다.
반대로 코스피와 코스닥을 추종하는 ETF의 가격은 상승했지만, 설정원본이 빠져나가면서 순자산총액은 감소했다. KODEX 레버리지는 3626억원, KODEX 코스닥150은 1342억원, KODEX 코스피는 486억원이 각각 줄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은 4월 65조439억원에서 5월 66조7102억원으로 2.6%(1조6633억원) 늘었다.
특히 이달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미국에 투자하는 ETF에 자금이 쏠렸다. TIGER 미국S&P500이 3421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은데 이어 △TIGER 미국나스닥100 2796억원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 1879억원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1871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TIGER MSCI Korea TR에선 5179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상품은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이 산출하는 한국 지수를 추종한다.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 시장에 투자할 때 벤치마크로 삼는 주요 지수다. 지수가 상승하며 이 상품 가격은 6.16% 올랐다. 그러나 자금 이탈로 순자산총액이 쪼그라들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순자산총액은 6232억원(4.0%) 증가한 16조841억원이다.
미국에 투자하는 상품이 순자산총액 증가에 힘을 보탰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가 1248억원 증가한 가운데 ACE테슬라밸류체인액티브(974억원), ACE 미국S&P500(835억원), ACE 미국나스닥100(747억원), ACE 엔비디아밸류체인액티브(614억원) 등이 눈에 띈다.
반면 ACE KRX금현물의 순자산총액이 감소했다. 설정원본은 소폭(0.98%) 늘었지만 금값 상승세가 다소 진정되면서 ACE KRX금현물 가격이 낮아진 탓이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국제금가격은 지난 4월 22일 온스당 3445.62달러까지 치솟았으나 지난달 29일 3283.16달러로 4.7%가량 하락했다.
KB자산운용의 5월 순자산총액은 전달보다 4.3%(6457억원) 증가한 15조6532억원으로 집계됐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다. RISE 머니마켓액티브가 29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으며, RISE 25-06 은행채(AA+이상)에선 297억원이 빠져나갔다.
한편 하나자산운용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순자산총액이 전달보다 각각 11.7%(2167억원), 12.3%(1404억원) 늘어나며, 중위권 진입을 위한 발걸음을 예고했다.
중국 AI ETF 상장 줄 이어
5월 신규 상장한 ETF는 17종목이다. 지난 4월 미국 휴머노이드로봇(피지컬 AI) 관련 상품 상장이 줄을 이었던 가운데, 이달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중국 피지컬 AI' ETF로 맞붙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13일 KODEX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7일 TIGER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을 각각 상장했다. 두 ETF는 각각 인간형 로봇 '워커 S1'을 생산하는 유비테크를 비롯해 선전이노밴스테크, 탁보그룹, 선전자오웨이기전, 리더드라비브 등을 담았다.
다만 그 외 포트폴리오에서의 차이점도 엿보인다. 삼성운용의 KODEX ETF에는 완성형 제품 제조사인 도봇, 시아순, 이포트 등의 기업을 포함했다. 반면 미래에셋의 TIGER ETF는 이미지 센서 반도체 업체인 웨이얼반도체를 큰 비중으로 담았다.
중국 AI 테크주를 중심으로 한 상품 구성도 이어졌다. 지난달 13일 한화자산운용은 PLUS 차이나AI테크TOP10,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 차이나테크TOP10,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TIMEFOLIO 차이나AI테크액티브를 각각 상장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배당주에 관한 ETF 3종 시리즈를 상장했다. ACE 미국배당퀄리티, ACE미국배당퀄리티+커버드콜액티브, ACE 미국배당퀄리티채권혼합50이다. 세 상품은 미국 성장주 중심의 배당 ETF다. 성장주 중심으로 이루어진 포트폴리오 덕에 주가 상승률을 반영하면서도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상품이라는 설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