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일본 모바일개발 자회사 '글룹스(gloops)'가 여전히 속을 썩이고 있다. 넥슨은 일본 모바일 사업을 키우기 위해 3년전 360억엔(¥)이 넘는 돈을 쏟아부어 글룹스를 사들였으나 효과는 그때뿐, 이후 일본 매출은 8분기째 마이너스 성장하고 있다. 글룹스는 기업가치도 급격히 떨어져 넥슨이 지난해 4분기에 상장 이후 처음으로 분기 영업손실이라는 굴욕을 맛보게 하기도 했다.
12일 넥슨그룹 사업지주회사 넥슨(옛 넥슨재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일본 매출(연결기준)은 69억엔(한화 638억원)으로 전분기(72억엔)보다 3억엔 빠졌고, 전년동기(83억엔)에 비해서도 14억엔 감소했다.
마이너스 성장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2012년 4분기만 해도 100억엔에 달했던 일본 매출은 이후 분기마다 계단 내려가듯 단계적으로 빠지고 있다. 지난해 2분기 70억엔대까지 떨어지더니 4분기에는 60억엔대로 다시 밀렸다.

일본 사업이 도무지 힘을 내지 못하는 것은 지난 2012년 10월 현금 365억엔(당시 한화로 5216억원)에 인수한 글룹스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넥슨은 글룹스 인수 이후 일본 매출이 2012년 4분기 100억엔을 달성하면서 전분기보다 무려 3배 이상 껑충 뛴 바 있다. 초기엔 인수 효과를 톡톡히 누렸으나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는 글룹스 주력 게임이 빠르게 변한 모바일 트렌드를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룹스는 '모바게(DeNA가 운영)'라는 모바일 플랫폼에 게임을 입점시켜 서비스하는데 이들 게임은 일반폰(피처폰)을 기반으로 하는 웹브라우저 방식이다. 지금의 스마트폰 앱 방식에 비해선 구형이다.
글룹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마트폰 앱 방식의 게임을 늘리고 있다. 지난해 4분기에는 '스카이락(Skylock) 등 4개의 스마트폰 앱 방식의 게임을 내놓았다. 이로 인해 글룹스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가운데 스마트폰앱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약 10%에서 4분기에 20%로 늘어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역부족이다. 일본 매출 가운데 모바일 전체 매출은 4분기 54억엔으로 전분기(56억엔)보다 2억엔 가량 빠졌다. 전년동기(63억엔)에 비해서도 9억엔 감소했다.
글룹스의 부진은 넥슨 전체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넥슨은 지난해 4분기 7억엔(한화 65억원)에 영업손실을 내면서, 지난 2012년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첫 분기 적자'라는 오점을 남겼다. 영업손실을 낸 것은 글룹스의 기업가치가 인수 당시보다 떨어지면서 영업권 상각으로 털어낸 비용 110억엔이 손익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31일 기준으로 글룹스의 기업가치는 203억엔에 그쳐 인수비용(365억엔)보다 162억엔이나 떨어졌다.
글룹스는 올해 모바일게임 개발에 주력하고 한국과 미국에서 게임 개발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주력인 웹브라우저 게임은 고품질 게임에 선택 및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넥슨은 글룹스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을 포함해 올 1분기 전체 모바일 매출 예상치를 74억~81억엔으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