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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브로드 `볼거리 콘텐츠 경쟁` 촉발

  • 2016.03.08(화) 14:46

[업데이트]
CJ헬로 합병첫해 3200억 펀드 조성..韓드라마 제작비 절반 규모
`넷플릭스 서비스 전략` 도입..경쟁사 "콘텐츠 유통 독점화" 우려도

▲ SK브로드밴드 이인찬 대표가 8일 콘텐츠 펀드 투자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가입자유치·저가상품 경쟁 중심의 방송시장에서 탈피, 콘텐츠 투자를 통해 추가지불 의사를 이끌도록 하겠다. 이는 경쟁사인 KT에게 자극을 줘 서비스 경쟁이 이뤄질 것이다"

 

SK브로드밴드가 자체 제작 드라마·영화로 콘텐츠 승부수를 띄웠다. 세계적인 인터넷 기반 TV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Netflix)와 같은 서비스 전략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이를 위해 CJ헬로비전과의 합병 첫 해에 3200억원, 합병 2∼5년차에 1800억원 등 총 5000억원의 펀드를 조성·운영할 계획이다. 단, 이는 정부로부터 CJ헬로비전과의 합병 승인이 난다는 전제다.

 

SK브로드밴드 이인찬 대표는 8일 서울 SK-T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SK브로드밴드-CJ헬로비전 합병법인은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해 향후 1년간 3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콘텐츠 제작사 등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합병법인은 이를 위해 1500억 원을 출자하고 1700억원은 투자 유치를 통해 조달할 계획이다. 조성된 펀드는 콘텐츠 제작에 2200억원을 투자하고, 관련 스타트업 활성화에 1000억원을 지원한다.

 

아울러 1800억원을 재투자해 향후 5년간 총 5000억원 규모를 콘텐츠 산업 생태계에 투자할 계획이다. 합병법인은 제작사 및 창투사 대상으로 콘텐츠 펀드 설명회를 거쳐 펀드 운용사를 선정하고 오는 7월부터 펀드 운영에 본격 들어갈 예정이다.

 

통상 국내에선 드라마 한 편(16회 분량)을 제작하는데 64억∼80억원이 소요된다. 이를 감안하면 합병 첫 해에 조성될 펀드 3200억원은 드라마 제작비로 계산하자면 40편을 만들 수 있는 비용이자, 국내에서 만들어지는 드라마 총 제작 편수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규모다.

 

이 대표는 이번 투자계획이 합병 계획과 연관돼 발표된 이유에 대해 "플랫폼 가입자 100만명과 300만명 규모는 콘텐츠 투자 수익률이 다르다"면서 기존 SK브로드밴드 IPTV 가입자 상태에선 대규모 투자를 하기 힘들지만 CJ헬로비전과의 합병시에는 투자 가능성이 높아짐을 시사했다. 즉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승인시 차지하게 될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26∼27%가 콘텐츠 투자를 늘리기 적정시점이라는 설명이다. 
 
◇"자체 제작 VoD, 1위 사업자 된다"

 

합병법인은 조성된 펀드를 토대로 전편을 VoD 오리지널로 사전 제작해 유료 플랫폼에서 동시 개봉할 계획이다. 특히 확대된 가입자 기반을 토대로 VoD 1위 서비스라는 새로운 콘텐츠 유통 경로를 마련하고, 시즌제 등 새로운 포맷의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대표는 "맞춤형 콘텐츠를 사전 제작해 전편을 VoD 오리지널관에서 동시 개봉함으로써 시청자에게 새로운 시청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한국판 하우스 오브 카드(House of Card)와 같은 성공 스토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합병법인은 이번 콘텐츠 펀드 운영을 통해 보다 많은 고객의 관심과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콘텐츠의 종류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존 인기 TV 프로그램과 최신 영화 중심의 VoD 콘텐츠 운용에서, 영화 구작 라이브러리, 교육 및 다큐멘터리, 키즈·애니메이션, 다양한 지역 및 문화 예술 콘텐츠까지 콘텐츠의 범위와 종류를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우수 콘텐츠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확대를 통해 소모적인 가입자 유치 경쟁에서 벗어나 플랫폼간 차별화된 콘텐츠 경쟁으로 고객 만족도를 더욱 높일 계획"이라면서 "이번 펀드가 향후 국내 콘텐츠 산업 발전과 성장을 위한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단기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 SK브로드밴드 이인찬 대표(오른쪽)와 윤석암 미디어사업부문장이 8일 콘텐츠 투자계획 발표후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콘텐츠 펀드, 어디 투자하나

 

합병법인이 조성할 콘텐츠 펀드 중 1200억원은 글로벌 한류 드라마 및 사회, 환경, 교육, 문화 관련 명작 다큐멘터리 등 VoD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지원된다. 합병법인은 이를 위해 다양한 사업자들과 협력을 확대하고, UHD 등 선도기술을 적용한 콘텐츠 제작과 글로벌 한류 콘텐츠 제작을 위한 초대형 프로젝트도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다.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도 기존 콘텐츠 제작 관행에서 탈피해 제작자 주도의 콘텐츠 제작 환경을 지원하고 중소 PP, 독립제작사의 참여기회도 크게 확대할 계획이다.

 

또 합병법인은 총 600억 원 규모의 융복합 콘텐츠 펀드를 조성해 1인 창작자(MCN) 및 신기술 기반의 뉴미디어 콘텐츠에 적극 투자할 방침이다. 콘텐츠 진흥기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과 협력해 개인 우수 창작자를 지속 발굴, 육성하고 고품질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위해 주요 콘텐츠 제작사와 공동 프로젝트도 추진할 예정이다.

 

다양한 가상현실(VR) 콘텐츠 활성화를 위해, VR 콘텐츠 공모전을 지속 개최하고 교육, 여행, 애니메이션, 의료 등 VR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며 관련 기반 기술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진행할 계획이다. 향후 있을 올림픽, 월드컵 등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가상현실(VR) 기술을 적용한 제작지원에도 나서는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콘텐츠를 서비스할 계획이다.

 

합병법인은 글로벌 콘텐츠 펀드를 400억원으로 조성해 국내 제작사들의 해외진출 기회를 제공하고, 해외 플랫폼 간 연대를 통한 공동제작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합병법인은 2200억원의 펀드 운영을 통해 제작된 콘텐츠는 국내외 유료 플랫폼 및 OTT에도 제공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국내 콘텐츠 제작사의 수익 창출 기반을 강화하고 추가적인 외부 투자를 유도해 국내 콘텐츠 산업의 질적 성장구조를 강화하는데 기여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합병법인의 플랫폼 차별화와 콘텐츠 산업 선순환 구축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콘텐츠의 다양성은 늘어나고 고객의 만족도는 향상돼 국내 미디어 플랫폼 및 콘텐츠 산업이 크게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쟁사 우려 목소리도

 

한편 SK브로드밴드의 콘텐츠 투자계획에 대해 경쟁사들의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KT와 LG유플러스는 이번 콘텐츠 펀드 투자내용이 인수합병과 연관성을 찾기가 어렵고, 공허한 펀드조성 액수만 되풀이 할 뿐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수합병을 전제로 투자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방송통신에 이어 콘텐츠 유통시장 독점화를 통해 자사 미디어 플랫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SK브로드밴드 플랫폼에 콘텐츠를 수급하는 업체에게만 혜택이 국한되어 콘텐츠 산업의 미디어 자본 예속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의 콘텐츠 펀드 계획중 1500억원만 직접 투자이며, 나머지는 재투자 및 외부투자 유치에 불과하다"면서 과대 포장인 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SK브로드밴드가 유망 콘텐츠 육성사례로 꼽은 뽀로로는 제작단계부터 투자해 콘텐츠를 타 플랫폼에 상당기간 제공하지 않고 독점한 대표 사례"라면서 "산업성장의 과실이 독점적 플랫폼 사업자에게만 집중되고 콘텐츠 사업자들은 미디어 플랫폼 사업자에 종속되는 것은 우려스러운 결과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일각에선 SK브로드밴드가 조성·집행할 콘텐츠 펀드 중 상당액이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대형제작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큰 만큼 산업활성화 효과는 미미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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