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빅데이터로 여름을 준비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마케팅에 이용하는 한편 데이터를 다른 기업에 판매해 수익화하는 것이다.
◇ 빅데이터 = 돈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텔레콤은 넥스엔정보기술과 함께 스마트폰의 위치 정보를 이용해 부산 해운대·송정 해수욕장의 피서객 수를 조사한 빅데이터를 부산시 해운대구에 유상 공급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빅데이터 허브'를 통해 정보를 개방해왔는데, 빅데이터를 활용한 B2B(기업 간 거래) 영역 수익화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부산시는 이같은 일일 방문객 숫자 집계를 바탕으로 CCTV 입지와 외국인 방문객, 대중교통 수요를 분석해 치안·응급구조인력 배치 등을 효율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난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당 지역의 실제 인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 효율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위치기반 빅데이터는 공공 분야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의 매출추정, 입지분석, 점포전략, 타겟마케팅 등에 활용되거나 스타트업의 창업 아이템이나 예비창업자의 상권분석용 데이터로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한국관광공사와도 손잡고 모바일 내비게이션 티맵(T map)의 여행 목적지 빅데이터를 분석해 광역지방자치단체별 '국민들이 선호하는 여름철(7~8월) 관광지'도 추출했다. 한국관광공사는 SK텔레콤과 공동 연구를 통해 기초지자체별 선호 관광지를 분석해 지자체와 여행업계에 제공할 계획이다. 국내 여행 상품개발 등 관광 마케팅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헬스케어 스마트 밴드 분야 스타트업 직토도 빅데이터를 활용한 수익화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앞서 직토는 지난 6월부터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걸음 빅데이터 플랫폼인 '더챌린지'(THE CHALLENGE) 앱 가입자 중 3000명의 표본을 추출해 분석한 바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7월 하루 평균 걸음 수는 7093보로 전월(6월)의 7926보에 비해 10.5%, 833보나 감소했다. 여름철 장마와 더위의 영향을 알 수 있는 셈이다. 직토는 이런 빅데이터를 보험·카드사 등 금융사들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마케팅 활용·서비스 고도화
빅데이터를 활용해 자사 사업 마케팅에 활용하거나 서비스 고도화에 나서는 기업도 많다.
모바일 플랫폼 기업 카카오의 경우 내비게이션 '카카오내비'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인기 해수욕장·계곡·여행지 등을 파악한 결과를 여행 정보로 제공한다. 또 고속도로 교통 정보도 예측해 이용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박종환 카카오 카카오내비 팀장은 "카카오내비의 고도화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바탕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여름휴가를 더 즐겁고 편하게 보낼 수 있게 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플레이'도 여름철 시청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이 회사는 올여름 시청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날씨와 시청 시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비 오는 날 밤에 가장 많이 본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지난달 시청 시간이 가장 많았던 때는 '7월16일 비 오는 날 밤'이었고, 맑은 날의 밤보다 비 오는 날의 밤의 시청 시간이 10.5% 많았다는 식이다. 박태훈 왓챠플레이(프로그램스) 대표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에 녹이는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숙박 O2O 스타트업 '여기어때'는 여름 휴가철 숙박 시설 이용 빅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여기어때는 지역별 인기 숙박 유형, 특정 기간 최다 예약 지역 등을 분석해 도심 속 '호캉스족'(호텔+바캉스를 즐기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파악한 바 있다.
여기어때 관계자는 "이렇게 파악한 빅데이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 특정 제휴점의 매출이 감소한 경우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적합한 컨설팅을 제안하고 지역별 상권 분석, 고객별 이용 성향 등을 파악해 매출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