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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단계 신약만 20개'…R&D 초격차 만드는 이 회사

  • 2024.04.12(금) 07:40

LG화학, 지난해 연구개발비 3750억 '1위'
'티굴릭소스타트' 등 글로벌 임상 3상 진행
2028년부터 순차적으로 상용화 계획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가 신약 연구개발(R&D)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다. 다수의 신약 후보물질이 임상 3상 시험을 비롯해 개발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데다, LG그룹이 바이오를 미래성장산업으로 꼽고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비즈워치가 지난해 매출액 1조원 이상 제약사 6곳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의 연구개발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의 지난해 연구개발비는 375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9%(990억원) 늘어났다. 전체 매출액 대비 비중은 31.7%로 1.4%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의 R&D 투자비용은 △대웅제약 2066억원 △한미약품 2050억원 △유한양행 1944억원 △GC녹십자 1953억원 △종근당 1512억원이었다. 이 중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대웅제약으로 16.9%를 기록했으나 LG화학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쳤다.

LG화학의 연구개발비가 이처럼 높은 이유는 다수의 후기 임상시험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현재 신약 후보물질 3개의 글로벌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매출액 1조원대 제약사 중 가장 많다. 통상 임상 3상 시험은 전체 임상시험에서 가장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한다.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한 LG화학의 신약물질은 자체 개발한 통풍신약 '티굴릭소스타트'와 지난해 미국계 항암전문기업 아베오 온콜로지를 인수하면서 품에 안은 두경부암 신약 후보물질 '파이클라투주맙', 신장암 치료제 '포티브다(성분명 티보자닙)' 등이 있다. 

티굴릭소스타트는 통풍을 일으키는 요산을 생성하는 효소 '잔틴 옥시다제'의 발현을 억제하는 원리의 약으로 현재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티굴릭소스타트는 지난 임상 2상에서 '페북소스타트' 등 기존 약보다 우수한 약효를 확인했으며 글로벌 통풍 신약물질 중 개발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이클라투주맙은 간세포 성장인자(HGF)와 결합해 암세포 성장과 전이를 유발하는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의 활동을 막는 원리의 표적항암제다. LG화학은 현재 파이클라투주맙과 다국적 제약사 머크의 두경부암 표적항암제 '얼비툭스(세툭시맙)'를 함께 투여하는 병용요법의 약효와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3상 시험을 지난 1월부터 진행하고 있다.

포티브다는 미국 제약기업 아베오 온콜로지가 지난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장암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신약으로, 현재 적응증을 넓히기 위한 임상 3상 시험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 포티브다를 단독 투여하는 것과 비교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면역관문억제제 '옵디보(니볼루맙)'와 병용투여하는 요법이 약효와 안전성 측면에서 임상적 이점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다.

LG화학은 이르면 2027년부터 이들 후보물질의 허가를 순차적으로 진행해 이듬해 글로벌 시장에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랜드뷰리서치 등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8년 글로벌 통풍치료제 시장은 한화로 약 10조원, 두경부암과 신장암 치료제 시장은 약 3조~4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LG화학은 이들 세 후보물질을 포함해 초기 임상단계에 들어간 신약 후보물질이 총 20개가 넘어 개발이 진척됨에 따라 연구개발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LG화학은 주요 후보물질의 임상 3상 시험이 끝나는 2027년까지 R&D에 연간 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LG그룹이 바이오를 AI(인공지능), 클린테크(친환경 기술)와 함께 3대 미래성장산업으로 꼽으면서 향후 그룹 차원에서 추가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도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열린 LG 정기주주총회에서 향후 5년간 미래성장분야 연구개발에 5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화학 생명과학사업본부 관계자는 "향후 5년간 연간 4000억원을 신약 R&D 분야에 투자할 예정으로 이는 국내 제약사 중 가장 큰 규모"라며 "장기적으로는 상용화한 신약으로 벌어들인 매출액을 또 다른 신약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게 목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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