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선 적(敵), 저기선 동지(同志)
인공지능(AI)업계에 경쟁과 협력을 넘나드는 합종연횡 바람이 불고 있다. AI 모델이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정부가 'AI 3강'을 목표로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어 경쟁사의 장점도 적극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모두의AI' 서비스 사업자로 SK텔레콤, KT, 카카오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각 컨소시엄은 AI 모델 개발사와 플랫폼사, 의료와 금융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15~20개로 구성됐다.
각 컨소시엄의 두뇌 역할을 맡는 AI 모델을 보면 SK텔레콤은 자체 개발한 'A.X K2'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KT 컨소시엄에는 업스테이지가 합류, KT 자체 모델인 '믿음'에 더해 업스테이지의 자체 개발 AI 모델 '솔라 오픈'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업스테이지는 AI 모델 확산을 위해 포털 '다음'을 인수했는데, KT는 모두의AI 서비스를 다음 웹페이지와 앱(App) 검색·콘텐츠·뉴스 이용 동선을 활용해 검색 수요를 AI 챗봇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카카오 컨소시엄에선 카카오의 AI 모델 '카나나(Kanana)'와 함께 LG AI연구원의 'K 엑사원 2.0(K-EXAONE 2.0)'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카카오 컨소시엄에는 LG AI연구원 뿐 아니라 LG CNS와 LG 유플러스, LG전자 등 LG 계열사들이 참여했다.
이 같은 모두의AI 컨소시엄 구성에서 눈에 띄는 곳은 모티프테크놀로지스(모티프)다. 모티프는 KT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렸고, SK텔레콤 컨소시엄은 모티프의 AI 모델 '모티프3'를 활용 모델로 선택했다.
모두의AI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에 충족하는 모델 50%와 타사의 국산 AI 모델 30% 이상을 활용해야 하는데, SK텔레콤은 자사 모델과 함께 독파모 경쟁사인 업스테이지의 '솔라 오픈 2', 한 때 경쟁했던 모티프의 '모티프3'를 활용 모델로 삼았다.
모티프의 경우 가장 높은 벤치마크 평가 점수를 받고도 사용성과 활용성 측면에서 밀리며 3차 평가 진출에 실패했는데, 독파모 경쟁사였던 SK텔레콤이 모두의AI 서비스에 모티프 모델을 활용하고, KT 컨소시엄에서도 업스테이지와 함께 모두의AI 서비스 두뇌 역할을 하는 셈이다.
보안 관련 모델 개발도 유사한 상황이다. LG AI연구원을 필두로 한 LG그룹 계열사들은 모두의AI에선 카카오와 협력하지만 '사이버 보안을 위한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프로젝트에선 네이버와 손을 잡았다.
LG CNS와 LG AI연구원, LG 유플러스 등은 네이버클라우드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사이버 보안 프로젝트에는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과 함께 SK텔레콤 컨소시엄이 참여해 경쟁을 펼친다. SK텔레콤 컨소시엄에는 업스테이지가 포함됐다. 독파모 프로젝트에선 국가대표 AI 자리를 두고 SK텔레콤과 경쟁을 하고, 모두의AI에서도 KT컨소시엄에 합류한 업스테이지가 사이버 보안 모델 개발 프로젝트는 SK텔레콤과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이처럼 AI 기업들이 경계에 얽매이지 않고 경쟁과 협력을 자유롭게 오가는 것은 AI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다른 산업에 비해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AI 3강'을 위해선 몇몇 기업이 주도하는 게 아닌 AI 모델과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각자의 역할에 맞도록 협력해 시너지를 내는 게 중요한 상황이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AI는 다른 산업처럼 협력 구도가 고정되기보다 사업마다 필요한 부분은 서로 협력하는 분위기"라며 "AI 업계의 빠른 변화에 대응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AI 업계 전반이 협업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