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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혁신 3개년 계획'..무엇을 담았나

  • 2014.01.06(월) 21:26

'낙하산 인사' 근절대책 등 알맹이 빠져
요란한 창조경제, 효과는 미지수

집권 2년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구상을 통해 밝힌 경제분야 국정운영의 핵심 키워드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0~70년대 강력한 성장 드라이브 정책을 펼치면서 내세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연상케 한다. 박 대통령 재임기간중 경제분야에서 수행해야 할 굵직한 과제와 실천방안들이 이 3개년 계획에 대부분 담겼다.

 

▲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신년구상을 발표하고 있다.

 

◇ 朴정부의 3개년 계획..장밋빛 청사진

 

당시 5개년 계획이 중장기적 플랜이었다면 이번에 내놓은 것은 단기 플랜이다. 대통령 임기중 경제혁신을 마무리하겠다는 것으로 기본 뼈대에서는 차이가 난다.

 

개발과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던 60~70년대, 아버지 박 대통령은 5개년 계획을 통해 1차 산업 위주의 한국 경제를 중화학과 제조업 중심의 2차 산업 경제로 바꿔놓았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 내놓은 3개년 계획은 비정상적인 관행을 정상으로 바꾸는 경제체질 변화, 내수활성화와 서비스 산업 육성 등을 통해 우리 경제를 다시 한번 도약시키겠다는 것이 골자다.

 

내용면에서는 성장과 수출에 명운을 걸었던 과거와 달리 내수를 키워 수출과 균형을 꾀하겠다는 구상이 눈길을 끈다. 대외여건에 취약한 수출주도형 경제만로는 안정적 성장을 담보할 수 없고, 서비스산업에서의 질높은 일자리 창출도 요원하다는 점을 인식한 결과다.

 

개발연대 시기의 성장위주 정책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경제체질 개선으로 바뀌고, 굴뚝산업 육성식 계획경제가 IT산업을 중심으로 한 창조경제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를 통해 임기말에는 4%대 잠재성장률,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시대를 열겠다는 게 신년구상이 담아낸 장밋빛 미래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해온 '고용률 70%' 목표까지 더해, 이번 3개년 계획이 이명박 정부의 747을 빗댄 '474 비전'이라는 말도 나왔다.

 

◇ 비정상의 정상화..알맹이가 빠졌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3대 추진 전략을 중심으로 실천이 이뤄지게 된다. 3대 전략은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 ▲내수활성화다.

 

비정상적 관행과 관련해서는 몇십년 동안 국민들의 안전을 도외시한 채 방치돼 온 원전문제, 부정한 방법으로 국민의 혈세를 축낸 정부보조금 등이 대표 사례로 지목됐다. 대통령은 이를 시정하기 위해 공기업을 포함한 공공부문에 메스를 들이대겠다고 강조했다. 파업사태를 겪은 철도개혁을 시발점으로 삼겠다고 했다. 정부가 앞서 밝힌대로 공공기관의 눈덩이 부채와 방만경영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술대에 오를 전망이다. 감사원은 고강도 감사를 준비중이다.

 

하지만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증요법적 수술만으로 비정상이 정상으로 돌아올 지는 미지수다. 공공부문과 관련한 구조적 문제는 다름아닌 낙하산 인사다. 이번 정부의 낙하산 인사는 과거에 비해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강도높은 공기업 개혁방안도 낙하산 인사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 빠졌다는 점에서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노동계는 공기업의 부채급증과 방만경영의 근본적 원인은 낙하산인사와 정부정책의 실패라고 보고 있다. 이에 반해 정부는 공기업의 귀족노조와 철밥통 관행을 수술대상으로 보고 있다. 양측간 인식의 괴리가 큰 상황에서 고강도 개혁의 실천은 향후 노조와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구조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공공부문 개혁은 결국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에 그칠 수도 있다.

 

◇ 창조경제와 내수활성화..문제는 없나

 

두 번째로 내놓은 추진전략은 창조경제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를 활력이 넘치는 혁신경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세부 실천 방안들도 쏟아냈다. 온라인 창조경제타운을 오프라인 현장에서 구현하고, 전국 17개 광역시‧도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또 벤처기업과 중소기업, 대기업이 정부와 함께 하는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을 곧 발족하고 '친환경에너지 타운'도 만들겠다고 밝혔다.

 

창조경제는 이 정부 출범초기부터 구체적인 개념이 와닿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창조경제타운, 창조경제혁신센터, 창조경제추진단 등 창조경제로 수식된 정책은 많지만 이런 방안들이 우리경제에 활력소로 작용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창조로 수식된 수많은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면 이명박 정부의 747(7% 경제성장률·국민소득 4만달러·세계 7대 강국)이 결국 구호에 그친 것처럼 창조경제도 말의 성찬으로 끝날 지 모른다.

 

마지막 전략으로 제시한 것은 내수 활성화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먹여 살려온 것이 수출이었는데, 앞으로는 내수를 살려 '내수-수출'의 쌍끌이 경제 구조로 바꿔가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기존의 제조업 중심의 수출만으로는 일자리 창출이 어렵고,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 자명해졌다"고 진단했다. 낙수효과를 노린 이명박 정부의 정책실패와 최근의 경제·사회 추세를 감안할 때 수출과 내수를 균형 발전시켜야 한다는 기본인식은 바람직해 보인다. 

 

중점적으로 육성할 내수 분야로는 5대 서비스산업을 지목했다. 박 대통령은 "고용 창출력이 높고, 특히 청년이 선호하는 보건‧의료와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등 5대 유망 서비스산업을 집중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내수활성화에 있어서 서비스산업 육성은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는 것이 대통령의 기본 인식이다.

 

서비스 산업 육성을 위한 방법론으로는 규제철폐를 제시했다. 규제는 서비스 산업 투자의 가장 큰 장벽이며, 따라서 "투자관련 규제를 백지상태에서 전면 재검토해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면 모두 풀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규제총량제를 도입해 부문별로 할당량을 부여해서 관리하고,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겠다는 방안도 내놨다.

 

◇ 장밋빛 청사진..과거의 실패는 말한다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차질없이 추진되면, 3년 후 우리 경제의 모습은 잠재성장률이 4% 수준으로 높아지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만불을 넘어 4만불 시대를 바라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신년구상이란 기본적으로 장밋빛 청사진일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경제의 선순환을 가정하고 그려놓은 그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경우다. 계획경제의 맹점이기도 하다. 규제철폐만 해도 그렇다. '모두 풀겠다'거나 '전면 재검토'라는 의지만으로 정책목표를 달성하긴 어렵다. 역대 정권치고 규제철폐와 혁신을 강조하지 않은 정부는 없었다. 하지만 장밋빛 구상이나 선순환 구상은 현실과 부딪히면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허다했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일자리 창출이 시급했던 김대중 정부는 건설경기 부양정책을 펼치면서 부동산 규제책을 대부분 철폐했고, 이는 결국 투기광풍으로 이어졌다. 소비를 진작시켜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겠다던 내수활성화 정책은 카드대란을 불러왔다. 마구잡이 카드발급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음에도 당시 규제개혁위원회는 반시장적 주장이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스템을 통한 개혁, 지속가능한 혁신이 아니라 정권의 규제철폐 만능주의가 빚은 결과였다.

 

이명박 정부도 규제의 전봇대를 뽑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일회성 이벤트에 불과했다. 지난해 한 민간경제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5년간 신설된 규제는 폐지된 것보다 9배나 많았다.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는 이 정부에서 '손톱밑 가시'로 바꿔 불리고 있다.  

 

한편 정부는 이날 기자회견 직후 김동연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22개 중앙행정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대통령의 집권 2년차 국정구상을 뒷받침하기 위해 경제혁신 분야 15개 등 후속 과제 27개를 선정하는 등 민첩한 움직임을 보였다. 청와대가 큰그림을 내왔으니 경제관련 부처들은 앞으로 3대 추진전략을 중심으로 세부전략을 짜느라 할 일이 많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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