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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의 월세전환, 현실화할까 기우에 그칠까

  • 2020.09.21(월) 17:07

8월 임대차 시장 월세거래 비중 40% 유지
저금리 지속, 월세전환 유인…전월세전환율 하향조정은 변수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아직은 본격화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전세 매물 자체가 줄면서 전세 품귀현상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월세 확대로 인한 서민 주거비 부담 증가 우려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집주인들의 월세 전환 가능성은 남아있다. 다만 정부가 월세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전월세 전환율을 하향 조정하기로 한 것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월세 거래 비중 40% 유지…전세 품귀현상도 지속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8월 전월세 거래량(확정일자 자료 기준) 중 월세 비중은 40.4%를 기록했다. 전달에 비해서는 2.4%포인트 상승했지만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동일한 수준이다. 최근 5년 평균보다는 1.7%포인트 낮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이 지난 7월31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8월 임대차 시장은 혼돈에 휩싸였다. 특히 전세보증금을 올리는데 제약을 받고 금리도 낮아 전세를 반전세 혹은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전세보다 월세로 살 때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늘어난다.

시장 예상과는 달리 아직까진 기존 전셋집의 월세 전환이 많지는 않았다. 전세를 월세로 바꾸려면 전세보증금 일부를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갭투자(전세끼고 주택 매입)를 통해 집을 산 집주인들 중 자금여력이 없다면 월세 전환이 어렵다. 이런 이유로 단기간에 월세 전환이 크게 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전세를 월세로 전환할 때 세입자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도 전환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아직 월세 전환이 두드러지진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임대차 시장이 서민들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여전히 서민들이 선호하는 전셋집 구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직방 빅데이터랩 조사 결과 서울 전세 거래량은 6월 1만1184건에서 7월 1만144건, 8월에는 6271건으로 크게 줄었다. 임대차 보호법이 본격 시행된 8월 거래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0.2% 감소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차법 시행 이전인 4~7월 전세거래는 예년보다 증가한 반면 8월에는 계약갱신권 적용 효과가 일부 나타나 전세 거래가 줄어든 것으로 추측된다"며 "다만 같은 기간 월세도 함께 감소해 전세의 월세전환이 전세거래량 감소 원인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월세 전환 속도가 우려했던 것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전셋집 품귀현상과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특히 전세 수요가 급증하는 가을 이사철 이후 시장 상황을 봐야 월세 전환 속도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8월은 비수기이고 전세 거래 자체도 많이 줄었기 때문에 이 기간 월세거래 비중만으로 전환 속도를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가을 이사철이 포함된 3분기 이후의 전환율 통계가 보다 유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대차보호법 뿐 아니라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며 "월세 전환이 힘든 다주택 갭투자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이를 현금부자들이 매입해 월세로 전환하는 등의 형태로 월세 비중이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월세 전환율을 기존 4%에서 2.5%로 낮추기로 한 정부 정책이 완충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정부는 임대차보호법이 본격 시행된 이후 전월세 가격이 오르고 전세 품귀 현상이 나타나자 월세 유인을 막기 위해 전월세 전환율을 조정하기로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월세 전환율이 낮아지면 집주인 입장에서 월세로 전환해도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낮아진다"며 "이로 인해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월세 가속화 현상은 더디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세로 전환하려면 집주인들이 자금 여력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월세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은 과도한 측면이 있고 당분간 월세 비중도 큰 변화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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