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시장이 비상이다. 본격적인 이사철을 앞둔 가운데 가격 상승세가 잦아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까닭이다. 전세수요는 늘어날 일만 남았는데 전셋집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정부는 하반기 전세 공급이 충분해 머지않아 전세시장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선 전셋집 찾기가 어렵고 임대차3법 등의 부작용이 계속돼 불안이 심화될 것이란 걱정이 크다.
불안한 안정세, 두 달도 못가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둘째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16%를 기록했다. 전주보다 0.03%포인트 축소됐지만 시장이 안정세로 전환했다고 보기에는 무리다. 이와 함께 수도권은 0.22%, 서울은 0.13% 상승했다.
올 초 전세시장은 상승폭을 지속적으로 축소하며 안정세에 접어드는 분위기였다. 지난해 하반기 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도입 이후 전세시장이 극심한 불안을 겪자 정부가 11.19대책(서민‧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 단기간 전세물량 공급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것이 일부 효과를 보는 듯 했다. 여기에 계절적 비수기도 더해지면서 가격 상승세는 둔화됐다.
하지만 불안요소는 지속적으로 존재했다. 강남 재건축 이주수요와 6월부터 시행되는 전월세신고제 등으로 전셋집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전세시장 안정세라지만 그래도 불안한 이유(5월6일)
실제 재건축 이주수요가 많은 서초구 반포동 일대가 전세불안 신호탄이 됐다. 이에 이주시점을 분산하기 위해 서울시가 반포주공1단지와 방배13구역 등 일대 재건축 단지들의 이주시점을 9월 이후로 미뤘지만 서초구 전셋값 변동률은 0.3%로 여전히 높다.
여기에 노원구(0.14%)와 양천구(0.25%) 등 학군 수요가 있는 지역들의 전세가격 변동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2학기 시작 전 본격적인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불안 확대가 우려되는 이유다.
전세공급 충분?…전세난 심화될 듯
정부는 전세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5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세시장 관련 "서울에서 정비사업으로 인한 이사수요가 연간 2만 가구 정도인데 올해는 7100가구 정도로 많지 않다"며 "준공 후 입주 물량은 과거 평균치와 비슷해 전세 수급은 연말까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주수요 대부분이 강남에 몰려있어 이 지역 전세동향은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하겠다는 방침이다.
시장 평가는 다르다. 상반기보다 하반기 입주 수요가 더 적고, 올 연간 입주물량이 작년과 비교해 2만 가구 가까이 줄어들 전망이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상반기 서울 입주물량은 1만7723가구, 하반기에는 1만3131가구다. 연간 기준으로 올해 입주 물량은 3만여가구로 작년(약 4만9000가구)보다 1만9000여가구 적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 통계와 달리 시장에선 입주 예정물량이 줄면서 전세가격 강세가 유지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입주 예정물량도 과거와 달리 전세로 공급되기보다는 집주인들이 실거주하려는 경우가 많아 공급이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임대차3법 영향과 3기 신도시 사전청약에 따른 전세수요도 대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사 성수기가 되면 가을 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여경희 연구원은 "보유세 부담이 늘면서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려는 집주인들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계약갱신청구권 등으로 시장에 공급되는 신규 전세물량도 줄고 있다"며 "방학 기간 학군 수요 등이 움직이면 하반기에는 전세가격 상승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을 노리는 수요자들도 전세를 원하기 때문에 전세 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임대차 시장의 경우 당장 실입주할 수 있는 주택이 아니면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아 정부의 전세대책(매입임대 등)도 전세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총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