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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공사중단·소송 땐 분양도 입주도 어렵다

  • 2022.03.16(수) 10:50

현대건설 등 시공사업단, 4월15일 공사 중단 예고
조합 "소송전·새 시공사 선정" 응수…분양 차일피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이 공사중단 및 소송전 등 파국으로 치닫을지 관련업계와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건설 등 시공사업단이 다음 달부터 공사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재건축조합 측은 소송전을 불사하겠다며 물러서지 않는 분위기다.

공사가 중단되면 내년 하반기 입주를 기대했던 6000여명의 조합원은 기약없이 전·월세를 전전해야 한다. 올 상반기 4700가구의 일반분양을 기다렸던 청약 대기자들 또한 내집 마련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

"재개 시점 불확실" 일반분양 어느 세월에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등 둔촌주공아파트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의 시공사업단은 지난 14일 강동구청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공사중단 예고 안내문'을 보냈다.

시공사업단은 "올 4월15일부터 둔촌주공 재건축사업과 관련한 일체의 공사를 중단할 예정"이라며 "조합의 사업 추진 재원마련 지연 및 현재 공사수행 근거인 공사계약서의 부정 등 다수의 조합 귀책사유 발생에 따라 부득이 공사중단 예고에 대해 안내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사중단 이후 재개 시점은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시공사업단은 이에 앞서 2월11일 조합에도 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이후 조합에서 협의 의사를 밝히지 않자 정상적인 사업 추진 의지가 없다고 판단, 관계기관에 공사중단 사실을 예고했다.

둔촌주공 재건축은 서울 강동구 둔촌동 둔촌주공아파트를 '올림픽파크 포레온'으로 짓는 사업이다. 지하 3층~지상 35층 1만2032가구 규모다. 일반분양은 물량은 4786가구로 예정됐다. 조합원 수만 6000명에 육박하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힌다.

지난 2020년 2월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했으며 현재 공정률은 약 50%다. 애초 2020년 4월 일반분양을 계획했지만 분양가 논란, 조합내분에 이어 작년 5월 조합이 새로운 집행부를 맞으면서 분양에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시공사업단과 '계약 무효' 논란이 불거지면서 일반분양 일정이 지속해 미뤄지는 상황이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은 2016년 10월 공사비 2조6000억원 규모로 첫 계약을 맺었다. 이후 2020년에는 가구 수를 늘리고(1만1106가구→1만2032가구) 상가공사까지 포함하는 조건으로 공사변경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3조2000억원으로 증액했다.

둔촌주공 조합은 이같은 공사변경 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한다. 시공사업단과 조합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자 서울시에서 중재에 나섰다. 시는 양측 모두 한 걸음 물러나 새로운 계약조건으로 협상할 것을 권유했지만 결국 "당사자간 합의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작년부터 조합 측에 계속 협상을 요구했지만, 조합은 2016년 계약 조건만을 고수하고 있다"며 "결국 지난달 조합에 공사중단을 예고했고 이후에도 협의 의사를 전혀 보이지 않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동없는 조합…진짜 공사 중단할까?

실제 시공사업단이 공사중단까지 감행할지는 미지수다. 건설업계 내에선 쉽사리 실행에 옮기지 못할 거라는 의견이 나온다. 공사대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시공사업단이 일반분양에 나서려면 조합과의 협의가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을 중재했던 서울시 역시 "당사자 간 합의가 최선의 대응책이고 가장 단기간에 조치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둔촌주공 조합이 워낙 완강한 분위기다보니 협상 테이블로 이끌기조차 쉽지 않다"며 "일단 소송으로 가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시공사업단의 강경한 의지를 보여주는 방법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합은 꿈쩍하지 않는 분위기다. 공사가 중단될 경우 오히려 시공사업단 스스로 공사수행능력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조합은 한 달 뒤 공사가 중단되면 즉시 소송에 나설 계획이다. 새로운 시공사 선정 절차에 나설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조합 관계자는 "현대건설 등 시공사업단은 2020년 분양가 논란 때부터 공사중단을 무기로 조합을 협박해왔다"며 "조합원 대다수는 시공사업단의 터무니 없는 요구에 끌려갈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시공사업단은 서울시가 공사변경계약과 관련 대부분 시공사업단의 주장이 타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만큼 소송전에도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시는 지난 10일 '정비사업 코디네이터 활동보고서'를 통해 "공사변경계약이 무효라는 말은 성립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공식 문서로 시공중단 계획을 전달했는데도 조합은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며 "공사중단 시 피해보상은 모두 조합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입주시기가 미뤄질 위기에 처하자 조합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조합원 일부가 '입주예정자 모임'을 만들고 시공사업단과 속히 협의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다.

이 모임의 관계자는 "현재 조합은 입주지연과 공사중단으로 인한 조합원 피해는 아랑곳 없이 시공사와 분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공사중단이 기정사실화 될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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