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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A to Z]③왕숙·창릉은 '제2의 판교'가 될까

  • 2022.10.11(화) 06:30

3기 신도시, '자족기능+서울 접근성' 목표
서울 인접, 베드타운 우려…기업 유치 '난제'
사전청약 서두르다 혼란…삽 뜨기 전 '난관'

문재인 정권이 지난 2018년 발표한 '3기 신도시'의 목표는 복합적이었다. 대규모 주택 공급을 통해 급등하던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는 것은 물론 '자족 기능'과 '서울 접근성'도 함께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베드타운으로 전락한 기존 신도시를 보완하겠다는 의지다.

목표대로라면 1, 2기 신도시보다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자족 기능까지 갖춘 이상적인 신도시 탄생이 기대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의 바람대로 여러 마리 토끼를 잡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기존 신도시들의 사례를 고려하면 자족 기능과 교통인프라 확보를 동시에 이루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은 지난 정부가 빠른 주택공급 효과를 위해 추진한 사전청약 제도가 삐걱대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1, 2기보다 가깝게…자족 기능에 교통 계획도

문재인 정부가 3기 신도시를 처음 발표한 건 지난 2018년 9월이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당시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2017년 5.28%, 2018년 13.56%를 기록하며 급격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집값 상승이 주택공급 부족때문이라는 지적에 부랴부랴 대책을 내놨다.

3기 신도시는 남양주왕숙과 왕숙2, 하남교산, 인천계양, 고양창릉 등 9개 지구에 약 31만 6000가구 규모로 짓는다. 1, 2기 신도시에 비해 서울에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지역들이다.

가구 수로 비교하면 1기 신도시(29만 2000가구)와 비슷한 수준이고, 2기 신도시(66만 6000가구)에 비해서는 절반에 미치지 않는 규모다.

정부는 3기 신도시의 개발방향도 함께 내놨다.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 가능 도시 ▲일자리를 만드는 도시 ▲자녀 키우기 좋고 친환경적인 도시 ▲전문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함께 만드는 도시 등을 제시했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급하게 개발해 자족 기능을 갖추기 어려웠던 1기 신도시와 서울과의 거리가 멀어 모(母)도시와의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은 2기 신도시의 단점을 보완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자족 용지 비율을 2기(평균 6.7%)에 비해 두 배(16.4%) 이상으로 늘리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교통 계획도 조기에 수립하기로 했다.

아울러 주택공급 효과를 앞당기기 위해 사전청약을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2기 신도시의 경우 20여 년 전부터 개발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은 입주가 완료되지 않았을 정도로 신도시를 통한 주택 공급은 시차가 크다. 이에 따라 2011년 폐지됐던 사전청약을 부활시켰다.

'제2의 판교' 목표…기업 유치 관건

신도시 건설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든다는 구상은 합리적인 전략으로 여겨진다. 특히 그간 신도시들이 '주택 공급'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이후 도시가 스스로 활성화하는 경우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자족 용지를 확대해 기업을 유치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3기 신도시는 자족 기능과 관련해 가장 성공적인 신도시로 여겨지는 '판교'를 롤 모델 삼고 있다. 실제 국토부는 지난 정부에서 신도시 택지를 발표하면서 자족 용지 크기를 판교와 비교해 내놔 눈길을 끌기도 했다.

예를 들어 남양주 왕숙의 경우 자족용지를 판교제1테크노밸리의 2배 규모인 약 140만㎡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하남교산와 인천교양의 경우 각각 1.4배, 고양창릉은 2.7배 등이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하지만 과연 이 땅들에 유수의 기업들을 제각각 유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기업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 만한 세제 혜택이나 입주 기업 간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관건이라는 지적이다. 앞서 여러 신도시들 역시 우여곡절을 겪다가 실패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사실 분당 역시 상업용지가 팔리지 않아 주상복합시설로 용도 변경을 하는 등 도시 설계를 변경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업무시설이 들어가지 못했었다"며 "이를 보완했던 게 판교였고, 판교 역시 분당을 배후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기업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3기 신도시는 일단 자족 기능 만들겠다는 계획 자체는 잘 돼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다만 과거 도시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자족 용지를 주택 용지로 바꿔 분양하는 등의 사례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 중에서도 어떤 산업군을 끌어들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신도시를 만든다고 해서 기업과 사람들이 모이지는 않는다"며 "판교처럼 IT 기업의 수요가 모든 도시에 있는 것은 아닌만큼 어떤 산업으로 도시를 채워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 접근성 강조…'베드타운' 우려도

교통 인프라를 통해 서울로의 접근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자칫 도시의 자족 기능을 강화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신도시의 '태생적인' 한계로 그간 지속해 지적돼 왔던 특징이다.

황규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해 내놨던 '3기 신도시 자족 기능 확보를 위한 제언'이라는 보고서에서 이런 점을 꼬집었다.

그는 "신도시의 광역교통망 확충 계획의 핵심은 서울 도심까지 도착하는 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이다"라며 "이는 서울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데에는 유효하지만 신도시가 독자적인 경제 기반을 갖추는 데에는 방해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김덕례 실장 역시 "자족성을 갖추겠다는 것은 집도 기업도 해당 도시 안에서 이뤄지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우리나라의 신도시 계획을 보면 GTX를 빨리 연결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은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다산신도시에서 바라본 제3신도시 예정지인 왕숙지구/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특히 3기 신도시의 경우 기존 신도시들보다 서울과 가깝기 때문에 자족 기능을 확보하지 못하고 교통만 강화할 경우 베드타운이 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황 연구위원은 같은 보고서에서 "3기 신도시는 서울로부터의 거리가 가까워 경제적으로 종속이 불가피하다"며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대기업 등 실질적인 기업 유치 활동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늦춰지는 '입주'…침체기 주택 공급 부작용은?

이런 논의에 앞서 당장은 과연 3기 신도시가 시장 안정화를 위한 주택 공급이라는 1차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는지부터가 관건이다. 

우선 3기 신도시의 토지 보상 등의 절차가 지연하면서 애초 계획보다 입주가 늦어질 거라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각 도시의 최초 입주 시기가 애초 계획보다 1~2년가량 뒤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기사: [부동산 줍줍]보고싶다, 왕숙아!(feat.3기 신도시)(9월 18일)

이와 관련 이정관 LH 사장직무대행은 "입주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TF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며 "국토부와 협의해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답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전청약을 진행했지만 입주가 실제 언제 이뤄질지는 불확실한 데다가 계속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며 "사전청약 당첨자들 중에서 이탈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등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LH 등 관계 기관들이 입주 예정 시기가 늦춰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3기 신도시를 통한 주택 공급이 최근의 부동산 시장 침체를 가속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의 흐름에 따라 공급 정책이 흔들리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김덕례 실장은 "신도시를 계획한 뒤에 실제 사람들이 입주하기까지는 최소 10년에서 15년 정도가 걸린다"며 "그 과정에서 부동산 경기에 편승하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주택 공급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의 흐름에 따라)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입주'나 '분양' 시기를 조절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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