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주비 대출 완화 등 지원책을 발표했지만 서울시는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대책 발표 전에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며 유감도 표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GB) 해제와 관련해서는 "녹지 훼손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이주비는 '사업비 대출'
명노준 서울시 주택실장은 13일 오후 시청에서 '8·13 정부 주택공급 대책 관련 서울시 입장' 브리핑을 열고 "서울시가 정부에 지속 건의한 내용이 일부 반영됐지만 핵심이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대책엔 △재개발 조합 설립 동의율 75%→ 70% 완화 △이주비 대출 담보인정비율(LTV) 산정 방식 개선 △시공사 선정 시 수의계약 조건 완화 △공원·녹지 의무 확보 기준 완화 등 서울시 건의가 담겼다.
하지만 서울시는 "반드시 필요한 내용이 빠져 시민이 체감할 만큼 충분한 공급을 끌어내기엔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평가했다. 개선이 필요한 제도로 △조합원 지위(입주권) 양도 제한 유예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상향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 비율 조정 등을 들었다.
이주비 대출과 관련해서도 추가 대책을 요구했다. 명 실장은 "이주가 안 되면 착공을 못 하니 사업비 대출로 봐야 한다"며 "종후가를 적용하면 기본 이주비는 해결되지만 주택담보대출 2억~6억원 제한이 여전해 시공사 보증을 못 받는 강북 지역은 추가 이주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운영하기로 한 '추가 이주비 대출 보증'에 대해서는 "수요와 금액을 얼마까지 지원할 건지 한도를 설정해야 하는데 아직 정해진 게 없다"며 "정부가 충분히 설정한다면 서울시가 굳이 예산을 편성해 지원할 필요는 없고, 그게 아니라면 추가 검토가 필요할 걸로 본다"고 말했다.
녹지 훼손은 '최후의 수단'
서울시는 정부의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명 실장은 "(정책 자료를) 오늘 아침부터 밥도 못 먹고 봤다"라며 "이 업무를 했기 때문에 몇 시간 만에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시민이 직접 영향받는 대책이 서울시와 충분한 사전 협의 없이 마련되고 발표 직전에 전달받는 방식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날 정부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2028년 말 주택을 착공하겠다는 일정을 발표했다. 명 실장은 "정부가 1·29 대책에서 1만가구로 발표했는데 애초 협의는 6000가구였다"며 "그 사이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 가구 수에 따라 기반 시설이나 정비계획이 달라져 (착공에 앞서) 이 내용을 확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용산 어린이정원과 그린벨트 해제에 대해서는 기존과 같이 반대를 고수했다. 명 실장은 "용산공원은 특별법에 따라 주택 개발을 못 하게 돼 있다"라며 "서울시는 협의 기관일 뿐 인허가권자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 이상 주택이 공급되는데 굳이 주거용지가 아닌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 하느냐"라며 "녹지 훼손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태릉골프장(CC) 부지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봤다. 명 실장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조건부 통과했는데 후속 절차가 남아 있어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문화재 외에도 교통·기반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가 있어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노원구는 "태릉골프장 개발은 역사, 문화, 환경적 가치를 보전하면서 주거 환경 개선과 교통난 해소, 도시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발표가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세제 개편안을 비롯해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전향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특히 실거주 집착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는 게 전월세 대란을 해소하는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