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인접한 경기도 광명시 재건축 사업에 비상이 걸렸다. 대규모 공공기여를 약속하고 사업을 추진 중이었는데 돌연 공공임대주택을 추가하란 요구를 시로부터 받아서다. 명분은 청년과 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 것이다. 철산·하안동 일대 조합원들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부채납 15% 약속했는데…"받고 임대까지"
지난 1일 오전 찾은 철산주공13단지는 어린아이들이 유독 많았다. 유치원 가방을 멘 아이는 엄마 손을 잡고, 책가방을 멘 초등학생은 친구들과 무리 지어 등교하고 있었다. 아파트 저층 창문엔 공부방을 운영한다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때때로 들려오는 비행기 소음을 제외하면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단지 곳곳엔 조합설립인가를 축하하는 건설사들의 현수막이 걸렸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GS건설,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들이 내건 것이다. 사업성 높은 곳 조합원들에게 미리 눈도장을 찍는 관행이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내부 게시판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광명시청의 강압적 요구를 규탄한다는 성명서와 소유주 연대 서명서가 게시됐다.
갈등의 시작은 지난달 19일 광명시가 관내 재건축 추진위와 조합에 보낸 공문이었다. 시는 "공공임대주택은 청년, 신혼부부 등 취약계층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복지 정책"이라며 "주거 불균형을 해소하고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비계획 수립(변경) 시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이 반영되도록 협조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철산·하안 재건축연합회에 따르면 이들 구역은 제2종일반주거에서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고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아 총 14.8%의 기부채납을 부담하기로 했다. 학교와 공원, 도로, 덮개공원 설치 등이 포함됐다. 2년 전 지구단위계획과 정비계획 수립 당시 언급조차 없던 공공임대주택을 시가 일방적으로 요구한다는 게 연합회 주장이다.
서울시의 경우 관련 법과 조례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은 재건축 사업장은 증가분의 30%를 공공임대주택으로 확보해야 한다. 반면 경기도 조례를 적용하는 광명시는 중첩 용적률 인센티브 항목(제로에너지 건축물, 녹색 건축물, 장수명 주택, 소형 임대주택 등) 중 '선택'할 수 있었다.
"온 천지가 임대"…광명 재건축 운명은
철산주공13단지의 강양원 조합장은 "말은 '협조'인데 시가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만큼 사실상 강제"라며 "일반분양 대신 임대 100가구를 넣으면 1000억원의 수입이 감소한다. 분담금이 이미 수억 원대로 예상되는데 몇천만 원은 불어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강 조합장은 "시 논리는 2년 전보다 집값이 많이 올랐으니 청년, 신혼부부가 임대로 들어올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건데, 그걸 왜 시 재원이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하냐"라며 "광명시흥신도시에 임대 2만가구가 예정됐고, 광명경찰서와 보람채 부지에도 넣으면 온 천지가 임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세권이 아닌 하안동의 한숨은 더 깊다. 독산역까지 걸어가기는 멀어 버스를 타고 안양천을 건너야 했다.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 중인 하안주공6·7단지에도 건설사들의 현수막이 걸렸지만 임대 이슈가 생기면서 다들 멈칫하는 모습이다. 단지를 산책하던 한 주민은 "건설사들이 많이 찾아오다가 요즘엔 뜸한 것 같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임대 이슈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시공사는 일반분양이 많아야 분양 완판을 하거나 공사비 받는 게 수월해지니 사업성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임대를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연합회는 지난달 24일 시와 간담회를 가졌지만 협의에 이르지 못했고 이달 1일 2차 간담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광명시 균형개발과 관계자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해 적정한 공공임대주택을 유지하는 게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합원들은 광명시청 앞에 근조화환을 세워 반대 메시지를 전했다. 시는 공유재산에 대한 무단 점용이니 원상복구 하라는 공시송달로 대응했다. '시장에게 바란다' 민원 홈페이지에도 반대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3일 광명시의회 본회의에선 최미정 의원이 "시의 일방적 지침 번복은 명백한 행정권 남용"이라며 "이 논란으로 최소 1~2년 사업이 지연되면 금융비용과 조합원 분담금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