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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하니 멈출게요"하면 돈 주는 건설사가 있다?

  • 2026.09.15(화) 06:36

연중 기획 [AX인사이트 3.0]
정성운 DL이앤씨 안전보건PI전략팀장 인터뷰
'안전삐삐'로 위험 패턴 분석, CCTV 자동 호출
'IoT 체감온도계'로 작업중지 조치까지 연결

인공지능(AI)이 건설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흔히들 외국인 근로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돕는 '번역기'나 사고 발생 소식을 전달하는 '알리미'로 AI를 쓰고 있다. DL이앤씨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다. 안전할 때 미리 준비하고 위험이 발생하면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AI를 '안전 컨트롤타워'로 활용하는 것이다.

DL이앤씨는 본사에서 안전 지침을 내리는 일방향 구조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안전을 만들어 가는 쌍방향 구조를 지향한다. 작업자가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작업중지권을 쓸 수 있도록 파격적인 보상도 제공한다. AI 기반 스마트 안전기술로 안전 패러다임을 '확' 바꾸겠다는 게 회사 목표다. 이런 기능을 맡은 조직이 안전보건PI(Process Innovation)전략팀이다.

DL이앤씨 마곡 신사옥에 설치된 종합안전관제상황실 모습 /사진=DL이앤씨 제공

사고위험 먼저 찾으려면?

정성운 DL이앤씨 안전보건PI전략팀장은 "AI로 안전관리의 시점을 바꾸는 게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정 팀장은 "AI가 사고를 단정적으로 예측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위험 요인을 종합해 우선 관리가 필요한 대상을 찾아내는 게 핵심"이라며 "궁극적으로 사후 대응 중심에서 위험요인을 먼저 발견하고 개입하는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로 전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AI 데이터와 근로자 복지를 중심으로 안전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작업중지권이 대표적이다. 이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 근로자가 스스로 작업을 멈추고 대피할 수 있는 권리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명시된 권리지만 근로자가 실제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과거에는 괜히 공사장에 비상을 걸었다는 핀잔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DL이앤씨는 2년 전 'D-세이프코인' 제도를 도입했다. 작업중지권을 요구한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아니라 오히려 포상을 주기 위해서다.

D-세이프코인은 '현장의 위험은 근로자가 가장 잘 안다'는 안전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 근로자가 위험하다는 신고를 하거나 개선점을 제안하면 건당 1만 포인트까지 지급한다. 1포인트는 1원과 같다. 카카오페이머니로 전환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이 덕분에 작업중지권을 포함한 안전신문고 신고 건수는 최근 4년간 7배로 증가하는 성과를 냈다.

정 팀장은 "과거엔 현장에서 발견한 위험요인을 관리자에게 말로써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근로자가 직접 위험 상황을 모바일 시스템에 등록하고 개선 결과까지 확인하는 참여형 안전 활동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실제로 크람쉘 버킷 체인이 파손돼 작업을 중지하기도 하고, 추락 위험 장소에 안전난간을 설치해 달란 요청을 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DL이앤씨는 작업중지권 행사 독려를 위해 D-세이프코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DL이앤씨

똑같은 작업도 리스크 '천차만별'

2022년 건설업계 최초로 팔란티어 데이터 플랫폼을 도입한 DL이앤씨는 올해 AI 기반 스마트 안전 기술을 확대하고자 사내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정 팀장은 "안전뿐만 아니라 시공, 스마트 기술, 데이터 등 서로 다른 전문성을 가진 인력이 함께 참여하는 융합형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기준 수립→상황 감지→알림→현장 조치→본사 확인'이 하나의 데이터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분절된 정보를 '하나의 위험'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 팀장은 "같은 작업을 하더라도 고숙련 근로자가 일반적인 환경에서 작업하는 경우와, 상대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근로자가 폭염 또는 야간에 고위험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는 위험 수준이 같다고 보기 어렵다"며 "개별 데이터만 보면 특별한 이상이 없어도 여러 위험 요인이 동시에 중첩되면 관리의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러한 개인·작업·환경·과거 이력 데이터를 종합해 관리 수준을 차등화하는 체계를 설계하고 있다"라며 "궁극적으로 개인 위험도와 작업 중 상황 위험도를 결합해 위험이 급격하게 커지는 시점을 찾아내고, 그 순간 관리자가 개입하도록 하는 게 선제적 위험 경고 체계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AI로 공사장서 부활한 '삐삐'

이를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반 '안전삐삐'를 활용한다. 위험구역·중장비 접근, 미승인 작업, 가스 발생 등 위험 이벤트(사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이벤트의 종류와 중첩·지속 여부를 바탕으로 상황의 위험성을 판단한다. 또 근로자가 동일한 위험구역에 반복적으로 접근하거나 장시간 체류하는지, 특정 위험 이벤트가 반복되는지와 같은 행동 패턴을 분석한다.

위험 알림이 발생하면 가까운 CC(폐쇄회로)TV를 자동 호출하도록 한다. 기존엔 위험 발생 후 주변 CCTV를 일일이 찾아야 했지만 이젠 '위험 이벤트 발생→인접 CCTV 자동 매칭→관제 화면 호출'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아직은 초기 계획 단계라 구체적인 운영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건설사들이 특히 신경 쓰는 건 여름철 폭염이다. DL이앤씨는 IoT 기반 체감 온도계를 활용해 현장의 온도 정보를 자동 수집한다. 단순히 온도를 측정하는 것을 넘어 '측정된 정보를 실제 조치와 연결하는 것'으로 관리 방식을 바꿨다. 예를 들어 체감온도가 사전에 설정한 기준을 계속 넘는다면 단계별로 알리고 작업 지속, 부분중지, 옥외 작업 중지 등 조치를 취한다.

정성운 안전보건PI전략팀장 /사진=DL이앤씨

정 팀장은 "IoT 체감 온도계는 센서를 하나 더 설치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그 정보를 사람의 행동과 작업중지 의사결정까지 연결하는 것"이라며 "현장이 위험상황을 놓치지 않도록 본사가 동시에 지원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변화"라고 강조했다.

그는 "DL이앤씨는 근로자가 스스로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개선에 참여하는 안전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AI를 통해 현장이 위험상황을 놓치지 않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본사도 여러 현장의 안전기준 이행 상황을 더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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