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의 디지털 전환(DX)이 AI와 만나 속도를 내고 있다. 개인의 경험에 의존할 수밖에 없던 다양한 공정 수행 방식은 물론이며 '바라시(해체작업)', '아시바(비계)', '나라시(평탄화)' 등 현장에서 체득해야 하는 각종 은어까지도 AI가 모으면서다.
AI 활용의 시작은 이처럼 데이터를 취합해 디지털화하는 걸 기반으로 한다. 일찌감치 디지털 건설사를 목표로 세웠던 GS건설도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플랫폼과 자체 개발한 AI 플랫폼 등을 활용해 데이터와 AI의 결합을 촘촘히 하고 있다. AX(인공지능 전환)를 본격화하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사내 AI 개발을 전담하고 있는 최고개발데이터책임자(CDO) 산하 AI CoE팀이 주도하고 있다. 팀을 이끌고 있는 정동균 팀장은 기존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연거푸 강조했다.
'한본어?' 현장 노하우 학습한 AI
개인의 경험을 통해 몸에 밴 지식이나 비법, 이른바 암묵지는 어느 업종에서나 진입장벽이다. 가령 '린하게 하자'라는 말은 두루뭉술한 업무를 목표에 맞춰 쪼개 빠르게 진행하자는 의미다. IT업체가 몰린 성남 판교 신도시에서 쓰는 한영 혼용체인 '판교어' 내지는 '판교 사투리'의 일종으로 불린다.
건설 현장에서도 일찍부터 일본어와 한국어가 섞인 소위 '한본어'와 일본식 영어 표현을 뜻하는 '재플리시'가 광범위하게 쓰였다. 이 같은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도 곧 효율성의 제고로 이어진다. 효율성은 곧 수익성이다.
매출과 수주 등 덩치에 신경을 쓰다 최근 수익성에 집중하는 건설사가 AI에 주목하는 이유다. 본사와 현장 모두 얼마나 많은 공사를 수행할 것인가가 아니라 얼마큼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을 것인가가 화두다.
정 팀장도 AI 사용 확대 배경으로 암묵지 활용에 대한 고민을 꼽았다. 이를 위해서는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끄집어내 AI가 학습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챗지피티(ChatGPT)의 등장 이후 대중이 각종 정보에 훨씬 쉽게 접근하는 것처럼 임직원의 다양한 전문성을 사내 AI가 학습한다면 회사 전체의 효율성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정 팀장의 시각이다.
그는 "개개인의 지식에 머물러 있던 암묵지의 활용도를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 데이터를 공유하고 정제해야 한다"면서 "개인의 자산이 회사의 자산이 되고, 그 자산을 필요한 장소에서 필요한 시점에 쓸 수 있다면 의사결정의 정확성은 물론 업무 효율성 개선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이 최근 데이터플랫폼 스노우플레이크를 도입한 이유다. 공정·품질·안전·원가 등 서로 다른 영역에 흩어져 있던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해당 플랫폼을 사내에 도입했다. 모인 데이터는 리스크 분석과 공정 및 품질 데이터 분석, 현장 안전 위험요인 사전 감지 등 건설업 특화 AI 형성에 활용된다.
AI 개발까지…현업 직원이 곧 전문가
GS건설은 올해 현업의 AI 수요 발굴부터 소프트웨어 개발과 AI 확산 과정을 세분화한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현업의 수요는 CDO 기획팀이 맡고 일반 개발은 플랫폼 개발팀이, AI 개발은 AI CoE팀이 맡았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정 팀장은 "AI가 특정 조직의 과제가 아니라 회사 전반의 일이 됐다"면서 "한 팀이 전 과정을 감당하는 방식보다 각 단계에서 전문성을 갖추는 편이 맞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GS건설은 올해 사내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에 따라 AI를 업무에 쓰는 임직원이 크게 늘었다고 정 팀장은 강조했다.
정 팀장은 "임직원이 개인용 챗봇부터 설계 기준을 검토하거나 현장 문서를 살피는 챗봇 등 많은 직원의 참여로 하루에만 5개 이상의 챗봇이 만들어지기도 했다"면서 "많은 이들이 사용해 사내 GPU가 셧다운(시스템 중단)되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임직원이 직접 애플리케이션까지도 개발하고 있다는 게 정 팀장의 설명이다. 정 팀장에 따르면 올해 사내 AI 레시피 대회에서 법무팀 담당자가 바이브 코딩(자연어로 지시해 코드를 만드는 방식)으로 구체적인 프로토타입(시범 유형)을 만들었다. 보안과 안정화는 CDO 조직 내 관련 전문가가 협업해 완성도를 키운 뒤 사내 앱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피지컬 AI, 현장부터 집안까지 바꾼다
허윤홍 GS건설 대표는 지난해까지는 AI 내재화에 집중했으나 올해는 피지컬 AI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주문하고 있다. 건설 현장에 작업을 돕는 AI 로봇과 같이 디지털 공간을 벗어나 물리적 세계에서 상호 작용할 수 있는 AI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맞춰 AI CoE팀도 현장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AI 로봇의 가짓수를 늘려가고 있다. 정 팀장은 "건설 현장은 일정한 형식이나 틀로 고정된 게 아니어서 로봇 입장에서 난도가 높은 현장"이라면서 "현재까지 미장 로봇, 말뚝 두부 절단 로봇, 철근 결속 로봇 등에서 실증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지하층 바닥 방수 도포 로봇에 대한 실증도 나섰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은 피지컬 AI 확산을 위해 다양한 업체와도 협력하고 있다. 농기계 1위 업체인 대동로보틱스와 건설 환경에 적합한 로봇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피지컬 AI를 활용한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로봇이 현장 실내를 자율주행을 하며 데이터를 얻고, 이를 AI가 분석해 공정률을 산출하는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는 게 정 팀장의 설명이다.
또한 아파트 거주 공간에도 피지컬 AI를 들인다. AI CoE팀은 홈 자동화의 궁극적 방향을 거주 공간에 상주하는 로봇과 입주민이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것으로 삼았다. 정 팀장은 "로봇, 가전, 통신 등 각 분야의 전문 회사와 유기적으로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GS건설은 '자이' 브랜드 아파트에 AI 기술 도입에 계속해서 속도를 내고 있다. AI기반 화재감지 CCTV 기술도 도입을 예고한 게 대표적이다. AI가 차량 전조등, 조명 반사, 배기가스 등 일상적인 요인을 분석해 화재감지기 오작동을 줄이는 것이다. AI를 활용한 화재감지 폐쇄회로(CC)TV 기술의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AI 알고리즘 성능 평가 방법 및 프로세스'에 대한 특허출원도 마쳤다.
정 팀장은 GS건설의 AI 활용의 단기적 목표로 사용자가 어떤 AI 도구를 써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를 제시했다. 그는 "과거에는 '어떤 업무를 할 때 그 업무를 할 수 있는 AI 도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했다면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라며 "회사가 가진 데이터가 AI가 바로 읽고 활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되도록 하고 각각의 플랫폼을 연결해 하나의 흐름으로 쓸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